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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여자 후배는 그다지 큰 키가 아님에도 늘 구부정하게 걷습니다. 할머니가 키 커보이면 안된다고 하도 단도리를 해서 그렇다네요. 그 먹먹한 사연은 역사가 깊습니다. 할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항일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편과 세 아들은 해방 직후 좌익 혹은 우익이라는 이유로 실종되거나 처형당했습니다.
남들과 다르면 제 명에 죽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없지요. 그러니 조금 키가 큰 손녀딸이 남의 눈에 잘 띌까 봐 구부정하게 다니라고 윽박지를 수밖에요.
하지만 슬프고 아린 가족사와는 별개로 할머니... 그런다고 그 흔적을 없애고 잘 살아지던가요, 어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다 보면,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구부정을 강요하듯 내 안에 있는 ‘어린 나’를 무조건 억누르고 쉬쉬하려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별처럼 많은 사연이 왜 없겠는지요. 하지만 ‘어린 나’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한다고 그 흔적이 없어지나요. 보듬고 다독여야 살 수...있습니다.
연약하지만 자기 힘으로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봄날의 연초록들은 얼마나 눈물겹게 아름다운지요. 따스한 햇빛과 어루만지는 바람이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이 봄날, 구부정한 키를 바로 세우고 내 안의 ‘어린 나’와 조우하려는 모든 이에게 봄바람 같은 응원을 보냅니다. 절정의 경험을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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