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旅行)

47. 베네수엘라 엔젤폭포

含閒 2010. 11. 3. 18:13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50곳 입니다.
순위 47위 베네수엘라(베네주엘라)의 엔젤폭포.

남미의 자연은 보는 것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띠띠까까호수’도 남미에 있고 80m 높이에 서로 다른 275개의 폭포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는 ‘이과수폭포’도 남미에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폭포, 높이가 약 1km인 엔젤폭포도 남미에 있었다. 엔젤폭포.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래에서 보면 꼭대기가 보이기는 할까? 건물 한 층의 높이를 대략 3m로 잡는다면 333 층의 고층빌딩 꼭대기에서 물을 뿜어낸다는 이야기다. 그런 폭포가 남미에 진짜로, 있었다. 이제부터 세상에서 가장 높은 폭포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베네수엘라의 엔젤폭포이야기를.

여행객들에게 위험하다고 인식된 베네수엘라의 수도 까라까스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볼리바르시티에 왔다. 이곳은 여행 중 가장 더웠던 곳으로 적도에서 8도 정도 올라간 열대지방이다. 해가 떨어져도 내려가지 않는 온도는 어떻게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지만 조만간 우기가 오면 조금 시원해진다고 하니 그럭저럭 적응하면서 살 수 있는가보다.

볼리바르시티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을 날아가면 까나이마 마을에 도착한다. 까나이마는 작은 원주민 마을인데 짚차를 타고 좀 더 들어가면 점심을 먹을 캠프가 나타난다. 바로 앞에는 까라오강과 이번 투어의 첫 관문인 사포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2박 3일 동안 여러 폭포를 우리에게 선보이게 될 이곳은 매우 독특한 지형을 하고 있다. "Tepui", 영어로는 Table Mountain이라고 하는 이 지형은 테이블처럼 산의 꼭대기는 수평인데 꼭대기의 양쪽에서 땅에 이르는 길이 사선이 아니라 수직이다. 그 수직에서 폭포가 흘러내리는 것이다. 사진이 아니고는 설명이 힘들 듯 하니 참조하기 바란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엔젤 폭포)
식사 후 가이드인 올가와 잉글랜드 친구 두 명 그리고 우리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보트에 올랐다. 보트는 까라오강으로 힘차게 내달렸다. 까라오강의 색이 매우 특별했다. 우선 강 중앙과 강가가 다른 색이었는데 중앙은 콜라색, 강가는 치자를 담가둔 물처럼 붉은색이었다. 강가에 사는 나무 열매들이 떨어져 그렇게 오묘한 색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콜라색이라는 표면이 재미있다. 우리라며 간장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사포폭포의 거의 앞까지 보트가 갔다. 폭포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한 수분들이 보트 안으로, 구명조끼로, 특히 안경알 위로 부딪혀왔다. 올가는 우리를 폭포 안쪽으로 안내했다. 바위와 폭포사이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데 오직 건기 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나는 수영복을 입고 폭포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폭포를 맞는 짜릿한 순간, 순간들! 마치 비가 내리는 동굴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폭포를 빠져나와 강을 따라 혹은 가로질러 첫날밤을 묵을 캠프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Tepui는 하나로 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산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었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도 없이 절벽에서 흐르고 있는 수많은 폭포들, 윈도우 바탕화면에서나 보았단 Tepui의 모습에 눈도 입도 다물 수가 없었다. 저멀리 환상처럼 보이는 산들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어느새 옆으로, 등 뒤로, 때마다 모습을 달리하면서 위치를 변화시켰다.
이윽고 도착한 산속 강물 옆 캠프, 역시 멋진 자연이 병풍을 쳐주었고 거기서 원주민들이 즐겨 먹는다는 고기요리를 저녁으로 먹었다. 짭쪼름하게 간을 한 보드라운 쇠고기가 목으로 참 잘도 넘어갔다.
둘째 날 강을 거슬러 엔젤폭포로 향했다. 볼리바르시티에서 예약을 했던 투어회사의 말에 따르면 엔젤폭포까지의 길이 무척 물살이 심해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될 것이라 했다. 기대가 높아서인지 생각보다 아드레날린이 나올법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간혹 뒤뚱거리는 보트와 바지를 흠뻑 적시는 물살 그리고 파도가 치는 경사진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전날 사포폭포 안을 걸어 들어간 것만큼의 즐거움을 주었다.

뭍에 닿았다 그리고 한 시간쯤 정글을 올랐다. 땀으로 온통 뒤범벅이 되었으나 신기하게도 산타기를 잘 하지 못하는 내가 한 시간 내내 힘이 들지 않는 것이다. 나무들 때문에 산소가 많아서 그랬는지 엔젤폭포를 오리는 길은 엔젤처럼 가볍게 날개를 단 듯했다.

높이가 1km나 되는 폭포의 꼭대기에는 올라가진 못했다. 전체 3단으로 된 폭포 중 2단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과 그 즈음에 있는 전망대에 갔을 뿐이다. 높은 폭포를 쳐다보느라 목이 아프고 눈이 부셨다. 높이가 얼마나 높았으면 꼭대기의 물이 2단으로 떨어지는 데에도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물방울이 바람에 흩어져 마치 분무기를 뿌려놓은 것 같았다.

계곡에서 몸을 담근 뒤 다시 캠프로 가는 길, 우기가 시작된 탓인지 계속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햇살은 그리 덥더니 비가 오니 싸늘하니 추위가 느껴졌다. 둘째 날 밤이자 엔젤폭포 투어의 마지막 날 밤, 샤워를 마치고 해먹에 누웠다. 쏴아쏴아. 밤이라 더욱 커진 사포폭포의 물소리가 우리의 자장가가 되어 주었다.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밤이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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