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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신화' 女축구, 위대한 업적과 불안한 미래 사이에 서서

含閒 2010. 9. 24. 08:22

'결승 신화' 女축구, 위대한 업적과 불안한 미래 사이에 서서

조이뉴스24 | 입력 2010.09.23 07:50 


이제부터 17세 이하(U-17)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가는 길에는 모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4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여민지(함안 대산고)와 주수진(현대정보과학고)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감격적인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의 결승행은 이번 U-17 여자대표팀이 최초다. 우승을 이뤄내면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업적이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4강 신화'로 통칭하는 1983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2002 한일 월드컵 남자 대표팀의 4위, 올해 7월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 3위 등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 축구로 놓고 보면 지난해 안익수 전 감독(현 FC서울 수석코치)의 지도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25회 하계유니버시아드 일본과의 결승에서 지소연, 전가을이 각각 두 골씩 터뜨리며 4-1로 승리,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꾸준한 국제무대 경험을 통해 한국 여자축구는 세계 수준으로의 실력 향상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다. 과거 육상, 핸드볼 등 타 종목에서 전환해 축구에 입문한 성인대표팀 1세대가 1990년 일본에 1-13으로 대패한 것이 여자 축구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성적을 바탕으로 발생한 잉여금으로 여자 축구에 대한 투자가 조금씩 이뤄졌다. 선수들의 체격이나 개인기 등 모든 면이 좋아졌고 여자 축구 전임 지도자들의 등장 및 실업팀의 리그제가 정착하면서 한국 여자축구의 여건도 많이 개선됐다.

U-20 월드컵에서 특급 공격수로 주목을 받은 지소연(19, 한양여대)이나 U-17 월드컵의 큰 별 여민지의 탄생은 여자 축구의 성장을 알려주는 지표다. 이들은 한국 남녀 축구 역사를 통틀어 FIFA 주관대회 첫 '한 경기 해트트릭' 및 '최다골' 기록을 작성했다.

다만, 2011년 독일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해 이들 세대의 활약을 최고의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청소년 세대의 기량 발전을 잘 이어간다면 2015년 월드컵 본선에서는 충분히 한국 태극 여전사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성과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여자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쌓은 성과는 반짝 관심과 함께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WK리그에 태극 여전사들이 출전해도 관중은 고작 2~3백 명이 전부인 것이 현실이다.

여자 축구부의 해체로 갈수록 팀이 줄어드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팀은 2004년 경희대를 시작으로 해체를 거듭하며 6개로 줄었다. 심지어는 대학축구 명문인 영진전문대가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는 등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적절한 지원과 관심 유도를 통한 저변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