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연꽃 구경(賞蓮)

含閒 2010. 8. 13. 14:39

 

 

 

  

                                        

                                                연꽃 구경(賞蓮)


                                                     -곽예(郭預,1232-1286)-

 

 賞蓮三度到三池(상련삼도도삼지)   세 번이나 연꽃 보러 삼지를 찾으니 


 翠蓋紅粧似舊時(취개홍장사구시)   푸른 잎 붉은 꽃은 예전과 다름없네.


 唯有看花玉堂客(유유간화옥당객)   오직 꽃을 바라보는 옥당의 손님만이


 風情不減如絲(풍정불감빈여사)   마음은 그대론데 머리털만 희어졌구려.

 

 

 <어귀 풀이>

 

 賞(완상할 상, 즐길 상), 度(번<회수> 도) 翠(비취색 취) 蓋(덮개 개)
 翠蓋(취개 : 푸른 연잎) 紅(붉은꽃 홍) 粧(단장할 장) 紅粧(홍장 : 붉은꽃으로 단장함)
 玉堂(옥당 : 고려 홍문관의 별칭, 홍문관의 부제학 이하 실무관원의 총칭)
 風情(풍정 : 풍치, 모습) 減(덜 감)   (살쩍<귀 앞에 난 흰머리>빈) 
 絲(빈사 : 귀 앞에 하얗게 난 머리)

 

 

 <삼도헌과 함께 감상하기>


여름 더위가 한창인 이즈음이면 연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는 철이지요.

저는 꽃 가운데 연꽃을 제일 좋아해서 가끔씩 경북청도 유등리나 무안의 백련을 완상하러 가지요.


오늘은 저처럼 연꽃을 좋아한 고려시대 곽예란 사람이 읊조린 <연꽃구경>을 소개하려구요.

그는 문장에 출중해서 일찍부터 명성을 얻었지요. 임금의 명을 받아 중요한 문서를 다듬는

한림원에 있을 때 당시 도읍이었던 개성의 용화원 숭교사란 절의 연못에는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곤 하였지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우산 하나 달랑 들고

맨발로 연못으로 걸어가 꽃구경에 넋을 잃기 일쑤였지요.

그가 이 시를 지었을 때 몇 년 전에 보았던 연꽃은 그 해에도 변함 없이 파아란 큰 잎새에

수줍은 듯 붉은 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자신의 모습은 어느새 귀 앞머리가 허옇게 변하고 있으니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고 읊조렸지요.  


 중국사람 가운데 연꽃을 좋아한 사람도 있었지요.

송나라 때 유학자인 주돈이는 특히 연꽃을 좋아해서 <애련설>이란 유명한 문장을 지었지요.

 

"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가 않다.

속은 비었고 겉은 곧다. 넝쿨도, 가지도 치지 않는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

꼿꼿하고 깨끗하게 심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업신여겨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홀로 연꽃을 좋아한다"라고 노래했지요.

 

그 뒤로 연꽃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지요.

위의 글 가운데 '향원익청(香遠益淸 :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이라는 말이 있지요.

문인화의 연꽃화제로도 많이 사용되는 글귀이지요.

연꽃은 멀리 있어도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기에

더욱 맑고 고귀한 꽃 중의 꽃인 거지요.

또 연꽃은 한 줄기에서 하나의 꽃만을 피우지요. 

가지치거나 넝쿨쳐서 얼키설키 지저분하지 않지요.

우리도 이와 같은 연꽃이 지닌 속성을 보면서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면 좋겠지요.

진흙속에 자라지만 맑은 꽃을 피우면서 고고한 자태를 지닌 연꽃처럼. 

 

 <지은이 소개>

 

 곽예는 고려 후기의 문신. 본관은 청주. 초명은 왕부(王府). 자는 선갑(先甲).

1255년(고종 42)에 급제하여 전주사록(全州司錄)에 임명되었지요.

원나라에 성절(聖節)을 하례하고 돌아오던 도중에 55세로 죽었지요.

문장 잘 짓고 서법(書法)에도 능해 독특한 서체를 이루었지요.

 

 

 

 

애련설/주돈이

 수륙초목지화(水陸草木之花) 가애자심번(可愛者甚蕃)

물이나 땅에 자라는 초목의 꽃은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

진도연명(晉陶淵明) 독애국(獨愛菊)

진나라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였고,

자이당래(自李唐來) 세인(世人) 심애목단(甚愛牡丹)

이씨가 세운 당나라 때부터는 세상 사람들이 모란꽃을 매우 사랑하였다.

여독애련지출어(予獨愛蓮之出於) 니이불염(泥而不染)

내가 유독 연을 사랑함은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탁청련이불요(濯淸漣而不妖) 중통외직(中通外直)

맑고 잔잔한 물에 씻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의 속은 비어 있고 겉은 곧으며,

불만불지(不蔓不枝) 향원익청(香遠益淸)

넝쿨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고,

정정청식(亭亭淸植) 가원관(可遠觀) 이불가설완언(而不可褻玩焉)

꼿꼿이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만만하게 다룰 수 없음이니라.

여위국(予謂菊)은 화지은일자야(花之隱逸者也)

내가 평하건대 국화는 은일(隱逸)을 상징하는 꽃이요,

목단(牡丹) 화지부귀자야(花之富貴者也)

모란은 부귀를 사랑하는 꽃이며,

() 화지군자야(花之君子者也)

연꽃은 군자를 상징하는 꽃이다.

() 지애(菊之愛) 도후선유문(陶後鮮有聞)

아아! 국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일이 드물고,

연지애(蓮之愛) 동여자하인(同予者何人)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란지애(牡丹之愛) 의호중의(宜乎衆矣)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으리라.

 

애련설(愛蓮說) : 중국 송()나라의 주돈이(周敦)가 지은 수필(隨筆)로 연꽃을 군자(君子)에 비유(譬喩)하였다. 이 글은 주렴계선생전집(周濂溪先生全集), ()나라부터 송()나라에 이르기까지의 고시(古詩), 고문(古文)의 주옥편(珠玉篇)을 모아 엮은 『고문진보(古文眞寶)』에도 실려 있고, 조선시대(朝鮮時代) 전기(前期)의 문신(文臣)인 강희안(姜希顔 : 1417~64)이 지은 원예기술서(園藝技術書)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도 일부가 기록(記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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