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일기 / 넘겨짚기

含閒 2010. 6. 9. 18:45

  넘겨 짚기




김기덕, 이창동 감독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영상 예술가들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평가는 좀 다릅니다.
이창동이 작가주의 영화감독의 한 상징이라면
김기덕은 그로데스크한 소재를 불편한 방식으로 다루는
문제적 감독으로 치부됩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김기덕 감독의 유별난 개인사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와 관련한 김기덕 감독의 가슴 서늘한 육성은 우리 가슴에
돌 하나를 던지는 느낌입니다.
“이창동이 만들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고
내가 만들면 다 지가 하고 다니는 짓인가.”

우리 사회가 한 개인의 행위를 그 사람의 지위나 신분과 연계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한 사회학자의 진단은
더없이 타당해 보입니다.
사람 그 자체나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지위나 신분에 집중하다 보면
우상화의 어리석음에 동참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무례(無禮)가
일상화됩니다.

드라마 속 왕비의 기품있는 대사 한 구절처럼
‘누군가의 행위나 심정을 넘겨 짚는 것은 안 좋은 일’입니다.
예단(豫斷)하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도 누군가의 넘겨 짚기 대상이 되어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되어 있다, 고 저는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