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4대강 중지” 유서… 스님이 분신 사망

含閒 2010. 6. 1. 09:37

극락왕생하소서

“4대강 중지” 유서… 스님이 분신 사망

군위군 지보사 문수 스님
불교단체 대책마련 나서

경향신문 | 군위 | 최슬기·박태우 기자 | 입력 2010.05.31 23:34 | 수정 2010.06.01 01:27 

경북 군위군 지보사에서 수행 중이던 문수 스님(47)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라 숨졌다. 불교 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며 1일 기자회견을 갖기로 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31일 오후 2시53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하천 제방에서 문수 스님이 불에 탄 채 숨져 있는 것을 이모씨(57)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는 불을 붙이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휘발유 통과 문수 스님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시신은 경찰에 의해 군위 삼성병원으로 옮겨졌다. | 관련기사 12면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계종과 경찰은 스님이 평소 수행생활에만 전념해왔다는 주변 스님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 사찰에 있던 한 스님은 "동료 스님들이 선방에 밥만 넣어주고 얼굴도 잘 보지 못할 정도로 평소 수행에만 전념해왔다"고 말했다.

'4대강 생명 살림 불교연대' 등 불교 단체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긴급 대책회의를 벌였다. 조계종 스님들과 문수스님이 다녔던 중앙승가대 동문들도 군위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문수 스님은 1986년 월정사로 출가, 98년 중앙승가대 학생회장을 지냈으며 해인사·통도사 등에서 참선수행을 해왔다.
“MB정부, 부자 아닌 서민을 위하라” 소신공양
 
ㆍ문수 스님 분신 파장
ㆍ1986년 출가… 수행에 전념 “어지러운 세상에 자신 던져”

“어지러운 세상에 자신을 던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1일 경북 군위 지보사 문수 스님(47)이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위천 제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불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불교계는 “스님이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교환경연대·참여불교재가연대 등 불교단체들은 1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사 한강선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스님의 시신을 조계사로 운구할지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스님의 시신을 발견한 군위읍 공무원 이모씨(57)는 “제방 쪽에서 연기가 많이 나 달려가서 불을 끄던 중 제방 한쪽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승복과 고무신이 있어 주위를 살펴보니 새카맣게 탄 시신이 보여 경찰에 알렸다”고 말했다.

스님이 승복 안에 둔 수첩에 승려증과 함께 남긴 유서에는 “4대강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뒷장에는 “누이 형제들과 상의하여 처분하고 좋은 데 쓰기 바란다. 미안하구나”란 속세의 형제들에게 남기는 말이 적혀 있었다.

문수 스님이 남긴 유서.

“남한테 조금이라도 피해를 안 주는 깨끗하고 정직한 인품을 지니셨는데….”(지보사 정월 스님)

해인사·통도사 등에서 참선수행을 한 문수 스님은 지보사에서 만 3년간 하루 한 끼식 공양을 하면서 수행해왔다. 문수 스님은 “이판승은 자기생각을 쉽게 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님을 잘 아는 이들은 “스님이 수행에만 전념해 말이 없었지만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4대강 사업과 부자정책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보사 주지 원범 스님은 “문수 스님이 어제(30일) ‘4대강 사업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내 몸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분신해야겠다’는 뜻을 지보사 총무스님에게 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월 스님은 “스님이 만 3년의 수행을 마치고 어지러운 세상에 자신을 던지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월 스님은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하니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을 중생과 사바세계에 내던지신 만큼 스님의 이 같은 행동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계는 유서에 ‘4대강 사업 반대’ 내용이 들어 있는 것에 주목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인 현각 스님은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라면서 “유서에 4대강 사업을 중지하라는 내용이 있는데, 정부가 사업을 중단하고 국민의 여론을 귀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군위 현장에는 비보를 듣고 대구·마산·창원·안동 등 영남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 소신공양

불교 용어로 부처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을 말한다. <묘법연화경>에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자기 몸을 불사른 일에 대해 제일의 보시라고 한 데서 연유됐다.

1963년 베트남에선 정부가 반정부적이라고 강제로 절을 폐쇄시키자 꽝둑(Thich Quang Duc) 스님을 필두로 36명의 스님과 1명의 여성 재가신자가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의 한 거리에서 분신을 감행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선 반전운동이 확산됐다
 
수경 스님, 조계종 승적 반납하고 잠적 "모든 걸 내려 놓는다"
온라인뉴스팀 (csnews@csnews.co.kr) 2010-06-14 14:22:57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온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61)스님이 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수경스님은 6월 14일 측근에게 전한 '다시 길을 떠나며'라는 글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난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는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는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수경스님은 이 글에서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수경 스님의 이 같은 결정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인한 충격이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충남 청양출신인 수경스님은 1967년 수덕사에서 사미계, 1970년 범어사에서 구족계를 받았고 2006년 6월 서울 화계사 주지로 임명된 후 올해 4월 화계사 주지로 재임됐다. 2001년 9월부터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생명ㆍ평화를 위한 오체투지와 4대강 반대운동 등을 벌여왔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