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나는 빼고 셈법

含閒 2010. 4. 21. 17:06

나는 빼고 셈법




관련자들에 의하면 주가 조작이라는 ‘작전’ 행위는
무한동력기관의 특허출원 시도만큼이나 비일비재하답니다.
한 방의 매력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밀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작전’이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실패하는 이유의 99%는 배반이랍니다.
‘언제 사서 언제 팔자’라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우지만
꼭 먼저 팔고 나가는 ‘한 놈’이 있어서 결국엔 실패한다는 겁니다.

여기까지 얘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쯧쯧, 어디서나 그런 놈이 꼭 하나씩 있다니까...

이런 경우 꼭 하나씩 있는 ‘그런 놈’ 속에
나를 포함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를 빼고 세어서 숫자가 맞지 않는 소풍 길 돼지가족의
전형적인 셈법입니다.

하지만 내가 배신하는 당사자라고 가정할 경우,
그 상황에서 있을 법한 갈등의 이유와 불면(不眠)의 고통은
핑계나 엄살이 아니라 실감 가능한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런 놈 꼭 하나씩 있다니까, 식의 어법을 구사하기 어려워집니다.

‘나’를 빼고 생각하는 돼지가족식 셈법에 습관처럼 기대다 보면
정확한 상황파악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처지를 헤아리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상투적인 가상현실만 난무할 수밖에요.

그런 현상을 인식하는 것이 ‘이해’의 핵심 매커니즘일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