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새싹

含閒 2010. 4. 7. 10:17

  새싹




믿기 힘들겠지만,
호랑이의 교미(交尾) 시간은 1회 30초에 불과합니다.
그런 형태의 교미를 하루에 20-30회나 한답니다.
한 번에 길게 할 수 있음에도 주변을 경계하는 습성 때문에
1회 교미 시간이 길지 못하다는 거지요.
앞발 한 방의 파괴력이 800kg에 달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면 뭐하나요.
자기 결대로 자신을 음미하지 못하고 토끼의 방식으로 사는데요.

설마 그럴까 싶지만,
사람들이 나를 깊이 알게 되면 실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
깜짝 놀랄 만큼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품성이나 심리적 능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호랑이가 그러하듯 습관처럼 그럽니다.

내 자신이 사람들을 알면 알수록 실망하는 근본적 회의주의자라면
그 걱정 또한 말 됩니다. 내 마음 비춰 남의 마음이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내 진짜 느낌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불필요한 습성일 따름입니다.

자기존중감을 갖지 못하면 내 실체와는 별개로 늘 전전긍긍하며
남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안에 최소한의 자기존중감을 장착하는 일은
내 결대로 살아가기 위한 첫 단추 같은 것입니다.
봄의 새싹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