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지나간다 /천양희

含閒 2010. 4. 19. 17:57

 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천양희 시인
출생 1942년 1월 21일, 부산
데뷔 1965년 현대문학 '정원 한때' 발표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수상 2005년 제13회 공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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