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健康)

[박지숙 칼럼] Mind Healing

含閒 2010. 3. 16. 14:28

 
[박지숙 칼럼] Mind Healing
2009.02.18

Mind Healing

 

allure 얼루어 코리아 NOVEMBER 2007
Editorsㅣ김애경(A.K. Kim)



 

최첨단 의료장비를 동원해도 결코 원인을 알아낼수 없는 정체불명의 질환들. 면역력이 떨어진 심약한 마음에 침투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이 돌연변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양.한방에 대체 의학까지 합세했다. 

정성껏 달인 보약도, '명의' 소리 듣는 의사가 써준 처방전도, 달콤한 휴식을 보장하는 길고 긴 휴가도, 잠깐의 플라세보 효과만 가져올뿐 상태를 근본적으로 호전시키진 못한다.
 가뜩이나 골치 아픈 일들도 많은데 '영문을모르는' 몸의 반란에 근심이 하나 더해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했는데, 상대의 정체조차 파악되지 않으니 이보다 더 답답할순 없다. 의학계가 점점 더 세분돼 분업화되고 있으나 그 속도를 능가하며 질환의 종류 역시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질환만도 활성산소의 정체, 내장 비만, 혈관 질환, 스트레스 등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줄기가 시작되는 한곳만 집중관리하면 됐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균열로 인해 생긴 틈으로새어 나오는 여러 물줄기를 죄다 신경 써야 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 방치했다간 한순간에 무너지는 댐처럼 허무하게 붕괴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다각적 원인 분석은 물론 각 의료 분야의 협진과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이것이 최근 의료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양방병윈에 한의사가 초빙되 스트레스 클리닉을꾸려가고, 한의원에 젠 테라피스트가 등장해 명상&두뇌 치료 연구소를 운영한다. 스트레스 설문검사, 사상의학을 기초로한 체질 검사, 오라소마와 타로의 소울 카드등을 이용한 본성파악, 애니어그램을 통한 성격 유형 분석 등 접근방식  또한 흥미롭다. 모두 근원을 찾고자하는시도다.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가정 아래, 몸을치료하기 전에 마음부터 치유하자는것이다.



한의원에서 점을 본다고?



외면과 내면이 달라요. 활달하고 긍정적인 것 같지만 사실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죠. 게다가 내면에도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 있어요. 현실과 이상의 갭이라든가 스스로도 놀랄 만한 숨겨진 욕구 같은 것이 있죠.
 재미있고 즐겁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반면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것도 좋아해요." 믿을수 없을만큼 정확했다." 타인들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 모습, 나를 낳아 기른 부모들조차 모르고 있는 잘 알지 못하는 나의 내면을, 만난지 2시간도 채 안된 그녀가 세밀하게 스케치해내고 있는 것이다.



마주 앉은 책상 위에는 내가 고른 오라소마 병 4개(모두 그린과 블루 계열)와 역시 내가 뽑은 타로의 소울카드 두장 (여사제와 황제), 그리고 생년월일을 입력해 뽑은 나의 오행이 적힌A4 용지가 놓여 있었다. "어떤 결정을 할 때도 남들 보기엔 팍팍저지를 것 같은데 의외로 본인은 망설이는 순간이 많죠? 양자택일 해야 하는 순간이 남들보다 많이 찾아오는 편이에요." 이곳이 점집이었다면 나는분명 "용하다 용해!"를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점집이 아니다. 평수 넉넉한 건물 한 개 층을 통째로 점령한 이곳은, 바로 한의원이다.
최근의 병윈 트렌드를 반영한듯 카페풍의 인테리어로 단장하고 최첨단의 의료 장비를 들여놓았으나 이곳의 어느 한 공간에서는 특이하게도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만나고 있는것이다.

" 남편과 전생에도 인연이었네요. 전생에도 당신은 남편에게 받기만 했어요. 지금도 그렇죠?" 긍정의 의미로 입 꼬리를 올려 슬쩍 웃어 보였다. "그는 극도로 낭만적이고 여린 사람이에요. 평화주자인지라 분쟁이나 다툼, 분간을 싫어하죠. 그래서 그런 상황을 피하는데, 그것 때문에 아마 자주 부딪힐 거예요."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내 남편의 직업군, 성향, 나와의 관계를 거의 흡사하게 묘사하는 그녀 앞에서 '취재'라는 본분을 일찌감치 망각한 나는 마치 미아리 고개 점집을 찾은 중년의 아줌마처럼 흥분하기 사작했다.
"어찌 보면 가장 과학적인 것과 과학적인지 못하다고 여겨온 것들의 만남이라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역학이나 역술도 기본적으로는 의학에서 출발해요. 기운이나에너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거든요. "  한의원 내 명상& 두뇌치료 연구소에서 명상 치유와 브레인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숙 소장의 설명이다. "명상을 통해 놔를 활성화하고 심신을 통합해 전반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치유법은 이미 미국이나 유렵의 대학병원들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어요. 육체의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고장 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성격이나 에너지의 흐름, 그리고 본인의 장점과 단점 등을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비만 환자를 예로 들어보죠. 분명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육체적 메커니즘의 문제가 있겠죠. 하지만 심리적인 이유도 무시할수 없어요. 욕구 물만이라거나 게으른 셩격, 극도의 스트레스따위요." 설득력이 있다. 몇 달간 꾸준히 한약을 먹을 경우 몸의 호전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봄날의 기쁨은 잠시 급작스레 신경 쓸 일이 생기면 컨디션은 또 다시 하향곡선을 내리 긋는다. 비만치료도 마찬가지.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심리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는 한 요요 현상은 불가피하다. 무모 하리만치 지속되고 있는 여자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산업의 파이가 점점 더 거대해지는데에는 다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기예보나 교통정보를 한번쯤 체크하면 좋잖아요.100% 들어맞지 않더라도 미리 대비를하면 덜 당황하고 난감한 상황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기왕이면 유익한방향으로 가자는 거죠."



신기하게 내가 고른 오라소마와 타로카드는 '모든 에너지를소진했다'는 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맹 정진해야 할분위기' 라는 예언을 내놓았다. 3개월간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업무로 복귀한 뒤 스트레스와 의욕이 묘하게 충돌하고 있는 복잡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결과였다. "치료를 받고 돌아가시면서 다들 '점 보고 가는 기분'이라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점을보거나 신경정신과를 찾는 것과는또 달라요. 가령 신경 정신과의 경우,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고민을 환자 스스로 털어놓자나요. 결국 해답을 쥐고 있는 건 본인인데 말이죠. 한데 이 프로그램은 오라소마, 타로의 소울카드, 오행, 그리고 애니어그램 등을 통해 파악된 내용을 점괘 나열하듯 얘기해드려요. 그리고 그 개개인의 각기 다른 유형과 본성을 파악해서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하죠." 상담을 마친 나는 박지숙소장에게 '각성'을 위한 명상법을 배웠다. 알다시피 목적에 따라 명상법이 각기 다른데, 이 경우엔 들고 나는 숨을 한 단위로 하여 자신의 호흡을세는것이다. 동시에 내 몸과 마음, 그리고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용히 관찰하는 것이 포인트.   이 밖에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한약, 영양제 및 식이요법을 통한 허벌치료, 경락 물리치료  등의  치료, 명상치료인 마인드 힐링등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울분과 화 등의 스트레스를 정화시키는 치료법을 제공한다고 한다.



상처받음 마음부터 치유하라

연말이나 새로운 한해가 시작될 무렵미면, 어김없이 토정비결을 보는 여자들이 많다. '유비무환. 준비해서 나쁠게 없고 조심해서 손해볼 일 없다는 것'이 무속인을 찾아 의견을 수렴하는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가능성을 더 만나보자는 모니터링의 측면 'A가 아니라 B를 선택하라'는 식의 똑 부러지는 답변을 기대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있어 토정비결의 결과는 대략 정신과 의사의  전문적 상담, 라이프 코치의 보이지 않는 응원, 멘토의 노련한 지도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브레인 힐링 프로그램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의 위로'처럼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것은 물론이요, 동시에 구체적인 맞춤 치료법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전통 의술의 과학화, 대체의학의 현대화, 동서의학의 시너지'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그리 무색 하지 만은 않은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