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健康)

[박지숙 칼럼] 루저파문 낳은 미성숙

含閒 2010. 3. 16. 14:32

 
[박지숙 칼럼] 루저파문 낳은 미성숙
2009.11.20

[테마진단] `루저 파문` 낳은 미성숙  
 
 
 
 요새 키 180㎝가 안 되는 나의 막내 남동생은 "난 키가 작아 적어도 저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여자는 안 만나게 될테니 정말 다행이야"라며 안도의 한숨을 짓는다.


`미수다`의 `루저` 발언으로 인한 쓰나미급 폭풍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되고 있다. 메가톤급 핵폭탄을 날린 몇몇 여학생들과 자막까지 친절하게 깔아주는 센스를 보여준 제작진 그리고 그를 보고 분개한 사람들의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를 두고 인성교육의 부족, 학업ㆍ외모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세태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혹 어떤 이는 "개인의 취향과 생각인데 뭘 그리 흥분하느냐. 그것이 오히려 열등감의 표출이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화가 났다고 속으로 생각한 욕을 누구나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 차이다. 그녀들의 생각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건 상황이 좀 다르다. 소위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이 그것도 방송을 통해 만인들에게 마치 아무 생각 없는 듯 말을 던졌다.


이후 파문이 전개되는 상황들을 보자면 `현대인들은 필연적으로 미쳐가고 있다`는 파스칼의 말이 정말 맞는 것인가라는 고민에 잠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은 분명히 어느 한 개인의 발언에서 시작됐지만 절대 개인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사회병리학 차원의 문제임을 여실히 절감할 수 있다.


욕망을 넘어 거의 질병 수준이 되어버린 외모에 대한 집착은 잘못된 자기계발의 열풍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정신적 안정도가 떨어진 사람들은 나보다 약한 사람, 만만한 대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쟁시대일수록 약자를 괴롭히며 `날 좀 봐 달라`는 식으로 표출하는 액션은 강해지게 되는데. 문제의 그녀들은 공격 타깃으로 키 작은 남자들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남과 다른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자 자유로운 자기표현이라 오판했다. 이후 일어날 파장에 대해서는 관심이라고 여기는 착각까지 했을 것이다. 즉 주목받고 싶은 개인적 욕구와 이를 부추기고 방조했던 몰상식한 미디어의 합작품은 평소 해방구가 부족하여 발산할 기회가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나는 가십거리와 이벤트를 제공해준 꼴이 되어버렸다. 이는 결국 ○○녀와 키 작은 남자들 간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가 복합되어 나타난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인성교육과 상업성 그리고 인터넷 특성의 잘못된 점 등을 지적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개체 구성원들의 `미성숙`이 가장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개념 없는 말들을 내뱉은 그녀들이나, 그런 말을 여과 없이 내보낸 제작진이나, 그녀들의 온갖 사생활과 과거사까지 적나라하게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이나 모두 `미성숙` 상태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내가 이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할 때 상대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어떤 파장이 생기게 될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남을 배려하는 성숙함`을 우리 시대의 공동 화두로 삼아야 한다. 타미플루는 신종 플루를 구하지만 `배려하는 성숙한` 인성은 사회를 치유하는 지혜가 될 수 있다. 남을 인정하지 않고 남을 비하하면 내가 업그레이드된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개인, 상하관계, 지역, 계층 등 수많은 단위들이 서로 부딪히고 관계를 맺으며 유기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마음`으로 지내야만 사회의 기운이 화평해질 수 있다. 또 내 자신도 그야말로 루저(loser)가 아닌 위너(winner)로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박지숙 salm 마인드힐링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