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자살 (살림지식총서)

含閒 2009. 5. 22. 14:05

종이책      자살 (살림지식총서) 

 

저자    이진홍 지음

출판사
살림
2006-03-30 출간 | ISBN 10-8952204913 , ISBN 13-9788952204912 | 판형 B6 | 페이지수 95
책소개

자살에 관한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는 책.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성서, 여러 문학 작품들, 그리고 현대의 그룹 니르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유서에 이르기까지 자살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논의들과 자료들을 제시하며, 문화사적으로 자살을 다루고 있다. 자살에 대한 고찰을 함으로써 자살이 가지고 있는 '터부'라는 묘한 신비감을 제거하고, 우리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소개이진홍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교수.
프랑스 파리 VII대학(Denis Diderot)에서 '앙리 미쇼와 존재의 문제'로 박사학위 받음.
저서로는 ?여행이야기?, 역서로는 ?진보와 그의 적들? ?언론의 미래? ?미디어 전략? 등.
논문으로는 ?폴 엘뤼아르의 시에 나타난 존재의 보편성에 관한 연구? ?앙리 미쇼와 존재의 문제? 등.

 

목차

프롤로그 - 죽음, 진실 그리고 신비
자살에 대한 사회적 수용의 양태
자살, 자유인의 권리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자살과 윤리의 문제 - 자살은 하나의 신비인가?
에필로그 - 희망의 윤리

출판사 서평

자살, 죽음보다 강한 터부

자살이라는 주제는 확실히, 이야기하기에 불편한 주제이다. 사실 자살은 죽음과는 다른 의미로, 어쩌면 죽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터부였다. 자살은 단순히 '신에 대한 불경'이나 '신성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임에 반해 자살은 '피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자살은 필경 더욱 금기되었을 것이다.
자살이란, 더 이상은 이 생의 사건들에 대한 통제를 행사할 수 없어서 그 생을 소유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자들의 최후 행위이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은 오직 죽음만이 자신의 생의 고삐를 다시 잡을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으로 어쩌면 그의 전 생애에 단 한 번뿐일지 모르는 자발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가 남기는 메시지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듣기를 원하지 않았던 고뇌의 메시지이다.
모든 자살자는 주변과 세상에 대한 하나의 경고이다. 그들은 진실의 시간과 그에게 결핍되어 있었던 모든 것에 드리워진 커튼을 걷어낸다. 요컨대 그 자신을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재평가할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살자는 자신의 미래의 전망에 대한 아무런 확신이 없고, 오직 지나간 과거에 사로잡혀서 죽음의 생각에 침몰되어 있다. 그는 시간이 그를 위해서는 거꾸로 간다는 부정적인 느낌에 함몰되어 있는 것이다.

자살의 역사
자살에 관한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자살이 합법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자살을 하도록 권고를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초기에는 철학적인 이유로 자살이 비교적 긍정적으로 이해되었고, 때로는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찬사를 보낸 것을 알 수 있다. 확실히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자살이 지금보다는 훨씬 용이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다.
문학상에서의 자살은 그것을 영웅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호머(Homer)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에피카스테(Epicaste)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피카스테는 메노이케우스의 딸이며 크레온의 여동생이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의 아내가 되어 오이디푸스를 낳았으나, 미래에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할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산 속에 버렸다.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우발적으로 라이오스를 죽였고 에피카스테는 아들인 줄 모르고 그와 결혼하였다. 오이디푸스와의 사이에서 에테오클레스와 플리네이케스 형제,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자매를 낳은 그녀는 뒤늦게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나서 목매달아 죽었다.
하지만 후기 그리스?로마 시대로 오면서 신성에 대한 모독?인간에 대한 범죄?자기 자신에 대한 살인이라는 점에서 자살은 죄악으로 여겨져 금기시되었고, 뒤이어 기독교가 지배적인 종교로 자리 잡자 자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보다 확고해지게 된다. 자살을 죄악과 동일시하여 자살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은 중세를 훨씬 지날 때까지 내내 서구 사회를 지배했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서 자살은 악이나 죄의 표상보다는 점차 하나의 질병적 증후(症候)로 간주되기 시작한다. 프로이드는 그 증후의 주체를 개인으로 보고 자살을 광기나 우울증, 신경쇠약, 자아 분열 등과 같은 의학적 혹은 심리학적인 병리현상과 관련된 증후로 간주한 반면, 뒤르켕의 경우에는 자살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파악하여 하나의 문화권 내에서 발생하는 집합적 증후로 간주하였다. 19세기 말부터 자살에 대한 인류학적 해석들이 이루어지면서 자살은 비로소 터부도 아니고 하나의 단순한 사건도 아닌, 하나의 현상으로 인정되고 평가되기 시작했다.

자살에 관한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
이 책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성서, 여러 문학 작품들, 그리고 현대의 그룹 니르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유서에 이르기까지 자살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논의들과 자료들을 제시하며, 문화사적으로 자살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자살에 대한 충동을 부추기거나, 자살을 미화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자살에 대한 고찰을 함으로써 자살이 가지고 있는 '터부'라는 묘한 신비감을 제거하고, 우리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게 하기 위함이다. 긴 불모의 계절이 지나면 언제나 봄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저자는 황무지에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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