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다르다

含閒 2009. 4. 8. 16:28

  다르다




프로야구를 소재로 80년대의 젊음을 사로잡았던 장편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아직도 우리나라 만화사에서 최고의
스포츠 만화로 평가받습니다.
바로 그 만화를 그린 작가 이현세와 팀을 이뤄 야구 시합을 한
선배 만화가의 증언은 배를 잡게 합니다.
‘이현세? 타석에서 공을 친 다음 3 루로 뛰어가는 인간이고
내가 목격했잖아’

영화 <매트릭스>의 그 유명한 대사처럼 케이크를 보는 것과
먹는 것 은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이 같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매사에 보는 것과 먹는 것을 꼭 일치시 킬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펠레나 마라도나가 가장 훌륭한 축구 감독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
과거의 역사를 산 경험이 없어도 탁월한 역사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니까요.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만능콤 플렉스 때문에 놀랄만한 성과물을
내놓고도 자기 머리 쓰다듬기가 잘 되지 않는 후배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입니다.
만화의 세계에서는 ‘야구의 모든 것’을 구현해 사람들을 전율시키는
천재급 작가도 현실의 세계에선 공을 치고 3루로 달릴 수 있다니까요,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