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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술적으로, 90분 축구경기와 40분 농구경기에서 선수 한 명이 공을 보유하는 시간은 4분 남짓으로 생각보다 짧습니다. 교체선수라도 있으면 그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구요.
그런데 축구와 농구에서의 공 보유시간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 경기가 공을 가지고 있는 4분 동안의 집중력과 파괴력에 의해 승부가 판가름난다면, 농구 경기에선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플레이(Without ball play)’에 의해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예를 들어 공 잡은 동료가 치고 나가도록 공 없는 내가 상대 선수를 막아주는 스크린 플레이, 동료의 공을 받을 수 있도록 공 없는 내가 수비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움직임, 지친 동료를 위해 한발 더 뻗어 수비해 주는 따위의 ‘Without ball play’에 의해서 승부가 결정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축구 경기에선 공을 보유하고 있는 4분의 시간이 중요하고 농구 경기에선 내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36분간의 시간이, 슛을 날리고 절묘한 패스를 하고 리바운드를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거지요.
살다보면, 일상적인 일처리나 대인관계에서 4분에 방점을 찍을지 36분에 방점을 찍을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제 판단의 준거가 되는 것은 정교한 상황논리가 아니라 ‘내 마음이 선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라는 자기 존중과 다독거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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