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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화 (梅 花)
왕안석(王安石)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여 : 담장 모퉁이에 핀 몇 가지 매화꽃이여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로다 : 추위를 무릅쓰고 홀로 피었구나.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이니 : 아득하나 그것이 눈이 아님을 알겠으니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라 : 그윽한 매화 향기 불어오기 때문이어라.
墻(담 장) 枝(가지 지) 凌(깔볼 능, 능가할 능) 遙(멀요, 아득할 요)
爲有(~있기 때문이다. ~이기 때문이다) 暗(어둘울 암, 몰래 암)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요즘처럼 이른봄날 꽃샘추위레 피어오르는 매화. 매화는 일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피는 꽃입니다. 오늘은 왕안석이 바라본 매화를 함께 느껴 보고자 합니다. 매화는 엄동설한을 이기고 개화하는 꽃입니다. 사방이 쌀쌀한 기온으로 뒤덮혀 있을때도 매화는 굴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왕안석이 살았던 시기는 어쩌면 매화가 피는 이런 주변의 여건과 닮아 있었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기 때문에 개혁을 싫어합니다. 그러므로 변화와 개혁은 항시 많은 저항을 불러 일으킵니다. 왕안석이 신법을 내걸고 개혁을 하려고 하였지만 당시 기득권층의 저항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기구에서 정원의 좋은 곳에 자리하지 못하고 담장 모퉁이에서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두어 줄기 매화를 상정합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이 이렇듯 매화처럼 주목받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승구에서는 주변의 여건이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시적화자는 꿋꿋이 자라서 때맞춰 피는 매화를 상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홀로 가는 길입니다. 아무도 자신의 뜻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구에서는 주목받지 못해도, 관심의 중심에서 비켜났어도 희미하게 분간이 되지 않더라도 매화는 매화임을 알게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매화가 눈속에 있으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주변에 의해 진실이 가리워지더라도 진실은 드러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결구에서는 다른 식물과 달리 향이 있는 꽃이라는 말로 자신의 삶을 대변합니다. 사람은 향이 있어야 합니다. 눈속에서 피어 오르는 매화처럼. 그렇지만 함부로 향을 팔지 않아야 진정한 향이 될 것입니다.
왕안석[王安石, 1021-1086]
중국 북송의 시인·문필가. 왕안석은 신법(新法)이라는 혁신정책을 단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실용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남부출신의 신법당(新法黨)에 속해 있었다. 이들은 북부출신의 대토지를 소유한 보수적인 구법당(舊法黨)과 대립하고 있으면서, 토지개혁, 정치개혁, 과거제 개혁 등 많은 개혁정치를 실시하였다. 그의 개혁정치는 많은 저항을 받았으나 그의 문장력은 동료와 적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는 우아하고 깊이 있는 글로써 당송8대가(唐宋八大家)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