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은메달리스트의 미학
그러나 남현희(27,펜싱)는 조금 달랐다.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메달리스트의 영광을 안은 남현희는 눈물이나 아쉬움 대신 "아깝지만 후회 없는 게임이었기에 은메달에 만족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기에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1점차 패배. 그것도 종료직전까지 거의 다 이긴 경기를 아깝게 놓쳤으니 어찌 분하고 억울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남현희는 지나간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깨끗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메달의 색깔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주변의 시선과 달리, 오로지 최선을 다해 그 순간 후회 없이 승부를 즐긴 자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당당함이었다.
지난 9일 남자 유도 60kg급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가 보여준 기쁨의 눈물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러나 그 한편에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 것은 최민호에게 패해 은메달을 차지한 오스트리아 선수 루드비히 파이셔가 보여준 아름다운 매너였다.
파이셔는 최민호에게 한판으로 패한 직후, 잠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어깨를 툭툭 털고 일어나 오히려 승자인 최민호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민호의 손을 맞잡고 관중석 쪽으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네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인정해주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파이셔는 시상대 위에서도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로 '당당한 은메달리스트'란 이런 것임을 알려주며 국내 팬들에게 최민호 못지않은 감동을 안겼다.
만일 국내 선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혹자는 패하고도 분한 마음이 들지 않느냐며 승부근성을 운운하는 목소리도 아마 없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은메달이라면 패배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거나, 좌절감에 고개를 숙이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여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에 익숙한 것이 사실.
남현희와 같은 날, 유도 73kg급 결승전에서는 한국의 왕기춘이 아제르바이잔의 엘누르 맘마들리에게 13초 만에 한판으로 무너졌다. 왕기춘은 패배가 확정된 후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저의 노력이 부족했나보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의 어린 선수가 그것도 세계최고의 무대라는 올림픽에서 부상을 무릅쓰고 은메달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음에도 왜 죄인처럼 죄송해야하는가.
올림픽만을 꿈꾸며 지난 4년간 흘려온 땀과 눈물이 누군들 아깝지 않을까 만은, 오직 금메달이라는 목표와 거대한 선배(이원희)의 자리를 대신해야한다는 과도한 중압감에 짓눌린 어린 선수의 좌절감은 많은 이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모든 이들이 승리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결국 최후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은 겨우 한 명(팀)일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직 1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땀과 노력마저 무의미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12일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이나 준결승과 8강에서 밀려난 레슬링의 정지현과 박은철도 마찬가지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우생순' 신화를 연출한 여자핸드볼대표팀의 투혼, 2000 시드니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초롱이' 강초현이 시상식에서 보여준 환한 미소는 지금도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으로 우리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승패라는 결과보다 은메달을 따내기까지 '후회 없이 불태웠던' 과정의 치열함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메달에 그쳤다'는 표현은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
아쉽고 애석한 마음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남현희도 왕기춘도 결승전의 패자이기 이전에 한국을 빛낸 당당한 은메달리스트로 올림픽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것이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고개를 숙이거나 좌절할 이유가 없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의 어린 선수가 그것도 세계최고의 무대라는 올림픽에서 부상을 무릅쓰고 은메달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음에도 왜 죄인처럼 죄송해야하는가.
올림픽만을 꿈꾸며 지난 4년간 흘려온 땀과 눈물이 누군들 아깝지 않을까 만은, 오직 금메달이라는 목표와 거대한 선배(이원희)의 자리를 대신해야한다는 과도한 중압감에 짓눌린 어린 선수의 좌절감은 많은 이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모든 이들이 승리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결국 최후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은 겨우 한 명(팀)일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직 1등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땀과 노력마저 무의미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12일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이나 준결승과 8강에서 밀려난 레슬링의 정지현과 박은철도 마찬가지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우생순' 신화를 연출한 여자핸드볼대표팀의 투혼, 2000 시드니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초롱이' 강초현이 시상식에서 보여준 환한 미소는 지금도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으로 우리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승패라는 결과보다 은메달을 따내기까지 '후회 없이 불태웠던' 과정의 치열함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고 애석한 마음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남현희도 왕기춘도 결승전의 패자이기 이전에 한국을 빛낸 당당한 은메달리스트로 올림픽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것이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고개를 숙이거나 좌절할 이유가 없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