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在生活裏)

[스크랩] 추석을 앞둔 작은 회사 사장의 변명

含閒 2007. 9. 20. 19:24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대변하신 장희용님의 블로그

<이번 추석에 떡값 받을까?> (http://blog.daum.net/jhy2001/13956301)를 보고

이번에는 콧구멍만한 회사의 사장인 깐돌이가 변명아닌 변명을 해볼까 한다. ㅎㅎㅎ

 

희용이 사원!(편의상 우리회사 직원이라 치고. ㅎㅎㅎ), 위에 선물 보이나?

내 큰 맘 묵고 준비했다 아이가. 좋제? 째지제? ㅎㅎㅎ 그란데 미안타. 너거한테 줄끼 아이다.

김칫국부터 마시게 하고 실망시키가꼬 미안한데 저거는 임자가 따로 있다 아이가.

거래처에 다 돌리마 너거한테는 돌아갈끼 없다. 그라마 너거는 또 <거래처에 돌릴 선물 있시마

우리한테도 몇개 주지>이카겠제?  내 너거 마음 다 안다. 와 모리겠노? 나도 뭐 본래부터 사장했나?

너거 메이로 직장생활 할 만큼 해 봤다 아이가. 카아! 나도 그 때, 명절인데도 입 싹 딱어뿌고 모린채 하는

사장이 얼매나 원망시럽던지...ㅎㅎㅎ

 

세상이치가 안그렇나? 소금 묵은 놈이 물 시고(당기고), 커피자판기도 동전 하나는 믹애조야

다믄 씹은 커피 한 잔이라도 내 놓는거 아이가?

나도 뭐 좋아가꼬 저라는기 아이라는거 너거도 쫌 알아도고. 다믄 저래라도 믹이나야

거래처 안 바꿋코 짜잘구리한 일 한 개라도 줄꺼 아이가? 그래야 또 너거가 월급 받고

내가 묵고 사는거 이이겠나. 저거도 억수로 골치 아픈기라. 거래량에 따라가꼬 믹이는

수준이 또 다 달라요. 상품권을 줘야 되는 놈, 선물세트를 줘야 되는 놈, 열개를 줘야 되는 놈,

한 개를 줘야 되는 놈, 지한테는 안 준다꼬 섭섭해 할 놈, 생각지도 안 했는데 줘야 될 놈...

뭐 이런거를 다 생각해가꼬 애껴애껴가매 농갈라(나누어) 조야 된다꼬.

저기 다 너거 피와 땀의 댓가로 준비하는 거라는거 나도 다 안다.

 

희용이 사원! 그렇다꼬 너무 섭섭해 하지 마라.

내 너거꺼도 다 준비했다. 많지는 않지만 떡값도 쪼매 주꾸마.

너거도 알다시피 올해 경기 꼬라지가 말이 아니잖아? 비싼 선물에 떡값도 쫌 넉넉하이

줬시마 좋겠꾸마는 그래 몬해주는 내가 마이 미안타. 그걸 너거가 이해를 쫌 해 도고.

우짜든동 명절에 빈손으로 안 보낼라꼬 이래저래 마차볼라꼬 고민하고 애 쓰는

사장 마음을 너거가 쪼매라도 알어돌란 말이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지난 여름에도 너거는 그래도 휴가비 받어가꼬 해외여행도 가고

제주도도 가면서 여름휴가 잘 챙기 뭇따 아이가?  내가 작년에 어줍잖게 대기업 흉내라도 내 본다꼬

한 해 한 명씩 외국여행 보내 준다꼬 약속한거를 솔직히 속으로 억수로 후회했다 아이가? ㅎㅎㅎ

경기마 좋고 돈마 마이 벌마 어디 외국마 보내 주겠나? 우주여행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라꼬.

그러면서 너거 사장은 올해 여름 휴가도 몬 갔다는 거 혹시 알고 있나?

물론 내야 뭐 겨울이든 봄이든 회사사정 보고 언제든지 가마 되이까네 개안타만은

혹시 너거가 <직원들은 일하는데 사장은 혼자 야마리 까지거러 휴가갔다> 이래 오해는 하지 말라꼬.

 

너거가 믿을지 모리겠지만 나는 너거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사원들에 대한 복지가 잘되는 대기업처럼은 몬해 주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대로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너거는 그래 생각하지 않을지 모리겠지만...

매일 점심밥도 한 상에서 같이 묵고 야근을 해도 같이 하고

퇴근하고 술을 무도 같이 묵고(술 값도 언제 너거보고 부담하라 칸적 한 번이라도 있떠나?)

너거 묵는거나 내 묵는거나 너거 사는거나 내 사는거나 다른기 한 개도 없다.

그라고 내가 너거들 눈치를 얼매나 보는지 아나? 사실 가슴속에 있는거를 다 털어내마

하루가 모자라고 글로 쓰마 소설이 열 권이다. 너거가 쪼매 수 틀린다고 고달부리마(신경질 부리면)

혹시라도 일이 잘몬 될까바 우짜든동 달개고 얼르고 하면서 노심초사 하는기 내 마음인기라.

언제 내가 너거들한테 싫은 소리 한 번 하더나? 뭐 남들은 회사 짤릴까봐 걱정이다 카더만

나는 너거가 회사 그만 둘까봐 맨날 걱정 아이가? 너거는 너거 감정 금방 눈에 보이도록

마음대로 표출할 수 있지만도 사장인 나는 속이 문드러져도 안으로 다 삭카뿐다.

 

니도 전에 광고주 만나러 같이 가봤제? 그 때 광고주가 얼매나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더노?

그 때도 니는 얼굴에 금방 니 감정을 솔직하이 표출했뿌데. 나는 우예 하더노?

끝까지 비굴하게 헤헤거리매 우짜든동 기분 맞차줄라꼬 생똥을 안 싸더나?

거기다가 니 상한 기분까지 맞차줄라꼬 오버하고... 일 하나 갖고 오고 팔아 묵기가

얼매나 어려분지 그라고 그걸 참고 견디는기 참말로 얼매나 비굴한지 너거는 잘 모릴끼라.

너거는 휴일날 그냥 쉬지만도 사장은 휴일날도 수타(자주) 회사 나온다는거 잘 모리제?

밤에 자다가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마 혹시 회사 비 새는데는 문제 없는가 나와보는거 너거 아나?

 

콧구멍만한 구멍가게, 그것도 회사라꼬 이끌어가는기 안 쉽다 카는거를 좀 알아도고.

요새는 노동자 인권과 복지가 최우선로 되어야 하는 시대이니까, 그리고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요래 콧구멍만한 회사는 그것도 버거븐기 솔직한 현실이다.

예전에는 우리같이 쪼맨한 회사는 4대보험, 퇴직금 이런거도 없었다 아이가? 당연히

있어야 되는것이지만도 현실적으로는 이런거도 쪼맨한 회사는 억수로 부담시럽은기라.

거기다가 추석에, 휴가에 각종 경조사에 그라고 추석 돌아서마 금방 또 연말인데

그나마 얼매라도 성과급이라꼬 챙기조야 될끼고 그거 넘어가마 바로 앞에 또 설 아이가?

그라이 일년 넘기가가 얼매나 숨이 차겠노 말이다.

 

우예 말하다 보이 넋두리 맨치로 억수로 길어졌�는데

명절 앞 둔 사장 마음이 편치는 않다는 기라. 그리고 마음 같아서는 다 해주고 싶다는 기라.

막말로 회사경기만 좋아봐라 내가 너거한테 아까불끼 뭐 있겠노?

쪼매 부족하고 서운하더라도 이런 사장 마음을 쪼매라도 이해해 주고

우짜든동 한가위 명절 잘 보내라꼬. 이상 사장님 말씀 끝!

어이, 희용이 사원, 사장님 말씀하시는데 그새 자나?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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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반대로 달리기
글쓴이 : 깐돌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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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만 되면 솔직히, 소위 말하는 ‘떡값’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직원들은 초미의 관심을 갖습니다. 지금까지 실적이 괜찮은 편이었으니 아마 줄 것 같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고, 이번 설처럼 그냥 '선물세트' 주고 말 거라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명절 때 적어도 좋으니 다만 얼마라도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방에 있는 작은 회사이다 보니 월급도 그리 많지 않은지라, 솔직히 명절 때면 ‘떡값 좀 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더 듭니다. 그 돈이면 시골이나 처갓집에 갈 때 과일도 사가고, 아버지 좋아하는 곶감도 사가고, 조카들 용돈도 주고.


 뭐, 월급에서 사과 한 상자나 곶감 한 상자 못 사갈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선물 사다 보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니 기분 좋게 선물 사기 보다는 선물 사는 것에 주저하게 되고, 아내랑 이야기 하면서 ‘그냥 여기는 하지 말자’하면서 선물을 안 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명절이 다가오면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 작은 선물이라도 사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지출도 많아지고, 다음달 카드 값도 많아지고. 그 놈의 돈 때문에 기분 좋아야 할 명절에 돈 걱정이 앞설 때가 있더라니까요. 돈이 아깝다거나 그런 뜻은 절대 아니고요, 그냥 월급 받은 돈에서 선물을 사야하니 왠지 마음이 좋지 않다는 생각, 그래서 ‘이럴 때 회사에서 떡값이라도 줬으면 그 돈으로 이것저것 선물도 사고, 부모님 용돈도 팍팍 드리고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직장 다니는 분들이라면 다들 이런 마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뭐, 회사 경영하는 사장님 입장에서도 일부러 안 주지는 않겠죠. 회사의 경영상황도 고려해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직원이 21명인 작은 회사인데, 명절에 특별보너스 나오는 일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떡값 못 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매년 기대를 하지만, 이렇듯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고 있고 뭐 그렇습니다. 좀 과장돼서 말하면 주고 안주고는 사장님 마음입니다.


암튼, 추석을 앞두고 지금 직원들은 ‘떡값을 받을까? 못 받을까?’가 관심사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책임자인 실장님께 “실장님이 총대 메시고 사장님께 말씀 해 보시죠!”하면서 실장님께 압력(?)을 넣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사장님! 추석에 떡값 좀 주세요! 명절이잖아요. 직원들 기분 좋게 해 주면 안 될까요?^^"

 

'^^' 표시까지 하면서 사장님에게 떡값 달라는 말을 별로 심각하지 않게 적기는 했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입니다.-_-  여러분들은 추석에 특별 보너스 받나요? 받기를 바랄께요^^

 

 (힘들게 명절 보내는 분들도 계실 텐데, 혹여 배부른 투정이었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