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在生活裏)

부부의 날

含閒 2007. 5. 21. 09:51

부부의 날

살을 맞대고 지내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사는 게 우리네 부부 사이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뭐가 그리도 서운한지 툭하면 감정이 상해 상대를 비난하기 일쑤고,때때로 허물을 들추어 내는가 하면,배우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곤 한다.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금성에서 온 여자'같다.

그렇다 보니,이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면서 가족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부인연의 소중함이 무시되고,부부가 함께하는 가정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늘 '부부의 날'을 맞았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되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21일'이 국가 기념일로 정해졌다.

당초 '부부갈등을 치유하자'며 시작된 일부 종교단체의 운동이 마침내 전국적인 운동으로 승화된 것인데,부부의 날도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사랑을 일구는 날로 자리매김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부부 간의 행복은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게 보통이다.

'고생이 많다'는 몇 줄의 쪽지,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나치지 않고 손 한번 잡아주는 배려,따끈따끈한 호빵 한 개를 건네주는 마음씨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사랑의 김은 모락모락 피어난다.

연애시절의 편지나 신혼시절의 사진을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웬만큼 속상한 일들은 눈녹듯 사라진다.

부부 간의 사랑을 두고 흔히 금실상화(琴瑟相和)라고 한다.

현의 수가 다른 두 개의 거문고를 잘 타야만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인데 '금실이 좋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다반향초(茶半香初)라고도 한다.

차를 반쯤 마셨는데도 향기는 처음처럼 여전하다는 것으로 변함없는 사랑을 얘기한다.

사랑하기에 그토록 가슴앓이를 해야했고,비록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가까이 느꼈던 그 시절을 되새기면서,오늘 '당신이 있음에 내가 있다'는 고백을 한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에서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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