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국회 망신 자초한 대법원장 모욕

지난 13일 국회에선 ‘국회 수준이 하다 하다 이 정도까지 떨어졌나’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법사위의 대법원 국감장에 들고 온 팻말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얼굴로 만든 ‘조요토미 희대요시’에, 개 몸뚱이에 조 대법원장 얼굴을 붙인 그림까지 담았다. 이 그림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소셜미디어에 유포됐다. 정치인의 막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특정인 비방 합성물을 국회에서 당사자 면전에 들어 보인 전례는 찾기 어렵다.
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친일 사법’이라면서 금동관음보살좌상 사건을 예로 들었다. 절도범이 일본 사찰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판결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2023년 10월에 나왔고, 조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 취임했다. 이 사건 주심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오경미 대법관이었다. 오 대법관은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에 대해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낸 두 대법관 중 한 명이다.
최 의원은 또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올바른 판단”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비판했다. 곧이어 “윤석열이 조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조 대법원장은 2018년 당시 대법관이었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찬성 의견이었다. 헛다리를 연달아 짚은 셈이다.
앞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조희대·한덕수 회동설 ‘제보’를 전달한 사람도 최 의원이다. 이날도 “제가 제보받은 내용”이라며 “조희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이 김건희의 계부 김충식” “김충식은 일본 통일교와도 밀접한 인물” “일본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대법원장으로 추천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저급한 무리수는 민주당 복당 때문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그는 작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기본소득당 몫 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비례 의원직 승계가 결정되자 ‘민주당에 남겠다’며 기본소득당 복당을 거부했고,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으로 남았다. 돌아가려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가 필요한데, 요즘 국회에선 어지간한 말로는 주목받지 못하니 조롱과 인신공격성 그림까지 동원해 ‘조희대 친일’ 주장을 편 것이다.
최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국감 첫날, 성심을 다했다”며 조요토미 희대요시 그림을 들고 있는 자기 사진을 올렸다. 정치인이 권력기관을 비판할 수 있지만, 그의 행위는 풍자를 넘어 단순 모욕에 가깝다. 백번 양보해도 공식 석상에서는 하면 안 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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