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사춘기’ 털어버리고… 고진영 LPGA 새 역사 쓰다
입력 : 2021-11-22 20:03:40 수정 : 2021-11-22 20:12:33
日 하타오카 제치고 대회 2연패
한국선수 최초로 상금왕 3연패
다승 1위·올해의 선수까지 달성 고진영이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다승 1위, 상금왕 등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한 뒤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 부상인 롤렉스시계(왼쪽부터), 올해의 선수 트로피, 대회 우승 트로피를 앞에 놓고 활짝 웃고 있다. 네이플스=AFP연합뉴스
112주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하던 고진영(27·솔레어)은 올해 상반기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지난 6월 말 시즌 3승을 신고한 넬리 코르다(23·미국)에게 1위를 내줬다. 샷이 크게 흔들리면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무너졌고 이에 심리적인 불안까지 겹쳐 자신감을 크게 잃은 탓이다. 스스로 ‘골프 사춘기’에 시달렸다고 털어 놓은 고진영이 샷감을 되찾은 것은 지난 7월 초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뒤늦게 시즌 첫승을 신고하면서부터. 다시 날카로운 맹수의 본능에 눈을 뜬 고진영은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고 이후 6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공동 6위 2회를 작성하며 쾌속질주했다.
지난달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국선수 200승’ 달성의 주인공이 된 고진영이 심한 손목 통증을 딛고 ‘한국 선수 최초 상금왕 3연패’라는 새로운 대기록을 작성하며 시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고진영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36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최종4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떨구는 맹타를 휘두르며 9언더파 63타를 쳤다. 63타는 고진영의 한 라운드 커리어 베스트 스코어로 기존 기록을 한 타 줄였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적어낸 고진영은 하타오카 나사(22·일본)를 1타차로 제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시즌 5승과 함께 올해 대회 중 가장 많은 우승 상금 150만달러(약 17억8400만원)를 차지했다.
이로써 고진영은 시즌 상금 350만2161달러를 쌓아 상금 선두를 달리던 코르다를 제치고 상금왕 3연패를 이뤘다. 이 기록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13년 만에 나왔고,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최초다. 시즌 상금 300만달러를 넘긴 사례도 2007년 오초아(436만달러) 14년 만이다. 투어 통산 12승을 거둔 고진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에 이어 김세영과 함께 LPGA 투어 한국 선수 최다승 공동 3위가 됐다.
고진영은 코르다(4승)를 따돌리고 다승왕도 차지했다. 한 시즌 5승은 2016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후 5년 만이다. 또 올해의 선수 포인트 211점을 쌓아 코르다를 밀어내고 2019년에 이어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선수를 2회 달성한 것도 고진영이 처음이다. 한 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역시 고진영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세계 랭킹 포인트는 0.95점 차에서 격차를 줄이거나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진영의 이날 우승은 심한 손목 통증을 딛고 일군 것이라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고진영은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 통증 때문에 눈물까지 흘렸는데 이때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가 “기권해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로 손목 통증이 주위에서 보는 것보다 심했다. 고진영은 “손목 통증 때문에 연습을 많이 못 해서 지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상태는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80% 정도다. 대회 전에 연습도 거의 못 했는데 생각보다 샷이 똑바로 나갔고 퍼트도 잘됐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코르다 등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초반에 버디를 많이 잡으려고 했는데 뜻대로 잘됐다”며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 2회 수상이라 더 영광스럽다. 시즌 초반 슬럼프 때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5번이나 우승해 2019년보다 더 기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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