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세계랭킹 1위의 품격, 고진영 우승과 함께 신기록 2개 달성

含閒 2022. 3. 6. 16:58

세계랭킹 1위의 품격, 고진영 우승과 함께 신기록 2개 달성

입력 2022-03-06 16:39:00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랭킹 1위’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올해 첫 출격한 고진영(27)이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2022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번째 대회에서 한국에 시즌 첫 승을 선물했다.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와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라는 두 개의 신기록을 달성하며 LPGA 투어 역사까지 새로 썼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 센토사GC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70만 달러·20억5000만 원)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공동 2위 전인지(28), 이민지(호주·이상 15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5만5000달러(3억1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이정은6(26)와 함께 11언더파를 쳐 선두 전인지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고진영은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챔피언조에서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초반 분위기는 이정은이 주도했다.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낚아 버디 2개에 그친 고진영, 타수를 줄이지 못한 전인지에 앞서 나갔다.

그러나 역시 고진영은 무서웠다. 12번(파4) 홀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내며 이정은에게 3타 차까지 뒤졌지만 13번(파5) 홀부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4번(파4) 홀에서 2연속 버디에 성공한 뒤 15번(파3) 홀에서는 프린지에서 퍼터로 친 세컨 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어가는 행운까지 따랐다. 16번(파5) 홀에서도 다시 1타를 줄이며 4연속 버디 행진으로 결국 이정은과 함께 16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7번(파3) 홀에서 둘 모두 나란히 파를 기록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어진 18번(파4) 홀 승부. 16언더파 동타이던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진영은 세컨 샷을 홀컵 약 3m 거리에 떨궜지만 이정은의 세컨 샷은 벙커로 향했고, 당황한 이정은은 세 번째 샷에서도 실수를 범했다. 고진영은 결국 침착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챔피언 등극 기쁨을 만끽했고, 우승 경쟁을 펼치던 이정은은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며 공동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2021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그리고 시즌 5승으로 다승왕까지 석권했던 고진영은 올해 첫 출전한 대회에서 투어 통산 13승 고지에 올랐다. 최근 10개 대회에서 무려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등 ‘명불허전’ 세계랭킹 1위다운 압도적 기량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6언더파 66타를 쳐 지난해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 이후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해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017년 유소연(32·이상 14라운드 연속)을 넘어 LPGA 투어 신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며 이 부문에서도 2004년 소렌스탐, 2015년 리디아 고(뉴질랜드·이상 29라운드 연속)를 넘어 새 역사를 썼다. 두 부문 모두 전설로 꼽히는 소렌스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3R 연속 홀인원? 그것보다 어렵다…고진영의 대기록
중앙일보

입력 2022.03.10 01:23

 

고진영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LPGA투어 HSBC 월드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샷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홀인원은 쉽지 않다. 평생 홀인원을 못하는 골퍼가 대부분이다. 프로골퍼는 다르다. 미국 PGA 투어 통계 전문가인 루 스태그너에 따르면 홀인원은 평균 563라운드에 한 번꼴로 나왔다.

홀인원보다 더 어려운 기록이 있다. PGA 투어에서 한 라운드 18개 홀의 그린을 모두 적중한 건 582번 중 한 번(0.17%)꼴이었다. 홀인원 확률(약 0.18%)보다 18개 홀 그린 적중을 할 확률이 0.01%포인트 정도 낮다.

고진영은 지난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눈부신 경기를 하고 있다.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쳤고,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를 적어냈다. 그 기간 중 66홀 연속 그린 적중에도 성공했다. 그가 빛을 발했던 적이 또 있다. 2019년 고진영은 114홀 연속 노보기 기록도 세웠다. 이 가운데 무엇이 가장 어렵고 귀한 기록일까.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66홀 연속 그린 적중

114홀 연속 노보기

정상급 프로골퍼는 그린 적중률이 80%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18홀 모두 그린에 공을 떨어뜨리긴 쉽지 않다. 스윙 실수는 물론이고,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치거나, 거리 계산에 착오가 있거나, 바람 예측 한번 잘못 해도 안 된다. 그러니까 정상급 선수들에겐 모든 홀의 그린을 적중하는 것이 홀인원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 라운드 연속 전 홀 그린 적중 가능성은 두 라운드 연속 홀인원보다 가능성이 작다. 세 라운드 연속 전 홀 그린 적중 가능성은 훨씬 더 희박하다. 고진영의 66홀 연속 그린 적중은 3라운드(54홀)에 12홀을 더한 것이다. 통계적으론 약 137억분의 1이다. 물론 LPGA가 아니라 PGA투어 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다.

타이거 우즈

LPGA 투어에서 고진영 이외에도 장기간 노보기 기록은 꽤 있다. 박인비가 98홀, 신지은이 89홀, 대니얼 강이 84홀 연속 노보기 경기를 했다. 타이거 우즈는 110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갖고 있다. 모두 대단하지만 고진영의 114홀 연속 노보기가 최장 기록이다. 고진영과 박인비의 노보기 기록은 특별하다. 노보기 행진 중 72홀 노보기 우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의 경우 2개 대회에 걸쳐 있거나 72홀 노보기를 했다 하더라도 우승은 하지 못했다.

압박감이 큰 우승 다툼을 할 때 노보기 경기는 차원이 다르다. 72홀 노보기 우승은 야구의 퍼펙트게임(한 명의 주자도 1루에 진루시키지 않는 경기)에 비견된다. 약 100년의 전통에 1년에 약 7000명이 티오프를 하는 PGA 투어에서 72홀 노보기 우승은 역대 딱 두 번밖에 없었다. LPGA에서는 고진영과 박인비만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렌스탐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과 골프 천재 리디아 고가 전성기 때 29라운드 연속 언더파를 기록했다. PGA 투어에서는 연속 언더파 기록을 발표하지는 않는다. 대신 ‘파 혹은 이보다 좋은 스코어’(버디 혹은 이글) 라운드를 기록한다. 이 부문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52라운드로 단연 1위고 프레드 펑크가 38라운드로 2위다. 30라운드를 넘은 건 12번 있었다. 고진영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은 순도 면에서 가치가 높다. 타이거 우즈는 52홀 연속 이븐파 또는 이보다 좋은 스코어 기록을 작성했지만, LPGA 투어는 순수 언더파 기록만 포함한다.

소렌스탐과 유소연은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쳤다. 타이거 우즈는 2007년 도이체 방크 챔피언십 2라운드부터 2008년 뷰익 인비테이셔널까지 18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그 중 비공식대회인 타깃 월드 챌린지를 제외하면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다. 고진영은 최근 HSBC 챔피언십에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적어내면서 소렌스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