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광야,이육사

含閒 2021. 8. 16. 16:08

 

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 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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