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사죄' 없었던 전두환에 광주 분노..차량 계란·밀가루 범벅

含閒 2020. 11. 30. 18:22

'사죄' 없었던 전두환에 광주 분노..차량 계란·밀가루 범벅

허단비 기자 입력 2020.11.30. 16:57

 

전두환씨 차량 바꿔 탄 후 출발했지만
시민들 끝까지 사죄 없는 전씨에 울분 "이대로 못 보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3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전 씨 일행 차량에 달걀을 던지고 있다. 2020.11.3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재판부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도 전두환씨(89)는 5·18에 사죄하지 않았다.

선고일까지도 "사죄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법정에서는 또다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30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 동구 불로동과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헬기 사격이 있었고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가 사실을 말한 것이므로 전씨가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한 것은 사자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유죄가 선고되자 재판 내내 졸던 전씨는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더니 아내 이순자씨(82)와 함께 법정을 빠져나갔다.

집행유예 선고 결과에 시민들은 법정동 앞에서 "전두환을 구속하라. 시민의 명령이다!"고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씨 측 경호원들은 투명 우산을 펼쳐 전씨를 보호하며 차량으로 이동했다.

전씨가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연이어 "전두환 나쁜놈아", "구속되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전씨는 차량에 탑승해 법원 후문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법원 정문 앞 법원사거리를 지난 후 전두환씨의 검은색 승용차는 분노한 시민들에게 가로막혔다.

분노한 한 시민이 전씨의 검은색 승용차를 가로막았고 이어 또 다른 시민들이 밀가루와 계란을 집어 던지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전씨의 검은 승용차는 하얀 밀가루 범벅이 됐고 시민들은 전씨가 차에 탑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전두환 나와라", "광주에 사과해라", "이대로는 못 간다"라며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 차 문을 두드리고 경찰들이 이를 막아서며 대치가 이어졌다.

2차선 도로에서 계란과 밀가루 범벅에 멈춰선 차 주변으로 시민, 5·18단체 회원들, 경찰이 몰려들며 이들을 피해 차들이 아슬아슬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한 시민이 전두환씨가 탄 차 문을 열었지만 전씨는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탑승한 차 번호를 본 시민들이 해당 차로 달려든 것이다. 하지만 전씨는 이미 차를 바꿔 타 서울로 출발한 뒤였다.

전씨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시민들은 쉽사리 차를 보내주지 못했다. "분해서 못 보낸다"는 울음 섞인 외침이 퍼졌다.

10여 분 대치가 이어지자 경찰은 인력을 추가해 시민들을 차에서 떼어놓고 차 주행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버티려는 시민들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차가 시민들 사이를 겨우 빠져나가서야 사태는 종료됐다.

차가 빠져나갈 때 시민이 앞을 가로막아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고 경찰과 대치하다 부딪혀 넘어지는 시민도 여럿 발생했다.

전씨의 검은색 승용차가 떠나는 모습을 본 5월 단체 회원은 "너희가 광주 시민의 분노를 아느냐"며 눈물을 훔쳤고 또 다른 회원은 "왜 우리끼리 이러느냐"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두환씨는 이날 법정동을 들어가고 나가면서 "아직도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까", "왜 사죄하지 않습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것도 답하지 않은채 광주를 떠났다.

beyond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