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준영아 종성아 마지막 명령이다. 이제 편히 쉬어라"

含閒 2019. 8. 17. 14:21

"준영아 종성아 마지막 명령이다. 이제 편히 쉬어라"

박태성 기자,김용빈 기자 입력 2019.08.17. 13:09 

               
17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추모비에서 추모행사
고(故) 민준영·박종성 대원 유골함 가족 품에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이 17일 오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위치한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추모비 앞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19.8.1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김용빈 기자 = "준영아 종성아. 집에서 나와 산을 오르내리고 집으로 들어가야 모든 산행이 끝난다. 하산해줘서 고맙다. 이제 마지막 명령이다. 편히 쉬어라."

17일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 대장이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대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울음을 터뜨렸다.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민준영·박종성 대원의 유가족과 박 전 대장은 두 대원의 영정과 유골함을 들고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두 대원의 고향이자 추모비가 있는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이동해 추모행사를 가졌다.

민준영·박종성 대원을 애타게 기다렸을 유족과 지역 산악인들은 추모비 앞에 놓인 유골함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돌아와줘서 고맙다' '이제는 편히 쉬기를' '뜻을 잊지 않겠다'는 문구를 노란 띠에 적어 로프에 묶기도 했다.

17일 오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위치한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추모비 앞에서 유가족 등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2019.8.1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추모행사를 마치고 두 대원의 유골함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두 대원의 유족은 "10년의 기다림이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반갑고 기쁜 마음"이라며 "행복한 만남을 준비해준 두 사람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발견하기까지 도움 주고 응원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직지를 알리고 산을 오르고자 했던 이들의 정신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장은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가슴이 먹먹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다행"이라며 "두 대원이 추구했던 알파인 정신을 우리 삶에 어떻게 녹여나갈지 고민하고 행동하고 실천해가겠다"고 전했다.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던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추모행사가 17일 오전 청주고인쇄박물관 추모비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가족들이 두 대원의 유골함 옮기고 있다. 2019.8.1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직지원정대는 2006년 지역 산악인 등 30여명으로 구성됐다. 2007년 히말라야 차라쿠사지역 미답봉 등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2008년 재수 끝에 미답봉 등반해 성공했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이 이곳을 '직지봉'(해발 6235m)으로 명명한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두 대원은 2009년 히밀라야 히운출리 북벽 직지루트 개척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최근 마지막 교신 지점에서 32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두 대원의 시신이 현지인에 의해 발견됐다.

등반 파트너로 늘 함께하며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웠다는 두 대원은 발견된 순간까지 자일(로프) 한 줄로 서로의 몸을 묶고 함께 있었다.

17일 오전 충북 청주 고인쇄박물관 추모비에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사진과 유골함이 놓여 있다. 박 전 대장과 유가족들은 지난 12일 출국해 네팔 현지에서 두대원의 시신을 인수 확인한 후, 지난 15일(현지시간) 카트만두 소얌부나트 사원 화장터에서 네팔 전통방식으로 화장했다. 2019.8.17/뉴스1 © News1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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