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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사,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 곁에 발령.."싫으면 떠나라"

含閒 2018. 3. 5. 12:52

교통공사, 성희롱 가해자를 피해자 곁에 발령.."싫으면 떠나라"

최동현 기자 입력 2018.03.05. 12:23 수정 2018.03.05. 12:41

피해자 근무지 옆에 가해자 발령하고..피해자 사찰까지
서울교통공사 "가해자 감봉 2개월..가장 강한 처벌수위"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의 전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들이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교통공사, 성폭력 피해 직원의 미투 운동 표적 사찰 규탄과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3.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과거 성폭력으로 징계받은 가해자를 피해자 근무지와 인접한 곳으로 발령하고, 이를 재고하달라는 피해여성의 요구를 묵살한데다 되려 피해자를 감시·사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뉴스1> 취재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성희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가해자의 처벌을 위해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불과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처분은 당시 '성폭력 처벌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던 공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처벌 수위였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역무지부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서울교통공사, 성폭력 피해 여성노동자의 '#미투(Me too)'에 대한 표적사찰 규탄과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동조합과 송 의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월15일 과거 성폭력 혐의로 징계를 받았던 관리자를 최근 피해자 근무지와 인접한 곳으로 인사 발령했다.

7년 동안 상처를 안고 살아오던 피해자는 즉시 반발하면서 공사에 '가해자의 인사발령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공사 경영진은 '가해자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인사발령을 취소할 수 없으니 피해자가 다른 근무지로 옮겨가라'고 가해자를 옹호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송 의원은 "공사 감사실 직원이 오히려 피해자의 동향을 감시·사찰했다"며 "피해자는 아직도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몸서리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과 송 의원은 공사 경영진의 태도를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면서 "숱한 성폭력의 피해 여성들이 오히려 원인 제공자가 되고 비난의 초점이 돼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고 비판했다.

또 7년 전 사건 폭로 당시 시민인권보호관, 여성가족정책실, 서울시 감사를 통해 수차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도 별다른 결과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서울시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국회에서 진행된 규탄기자 회견에 피해자도 참석

이들은 서울시에 대해 "즉각 전수조사해 다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하라"며 "서울교통공사에 대해서도 특별감독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7년 전 가해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강모씨가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강씨는 "성희롱 가해자가 옆 역으로 발령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7년 전(2011년) 악몽이 다시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면서 "가해자와 같은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하고 혹여라도 업무상 교차점검이라도 있으면 마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끝내 눈물을 터뜨린 강씨는 "저에 대한 무수한 헛소문과 음해에 노출된 것에 대한 사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또다시 묵살당했다"면서 "감사실 직원은 저에 대한 동향보고까지 당당하게 물어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이는 명백한 2차가해"라고 토로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교통공사 "가해자 '감봉 2개월' 징계…감사직원 조사 중"

이 같은 노동조합과 피해자의 폭로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징계를 받은 가해자의 인사발령까지 취소한다면 이중처벌의 여지가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강씨를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감사실 직원은 인사 조처하고 조사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강씨를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가해자 A씨는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사실 당시에는 성추행에 대한 제도적 부분이 미흡했다"며 "성폭력 처벌규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별도의 성범죄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던 공사가 A씨를 징계하기 위해 적용할 수 있었던 규정은 '품위손상에 따른 처벌규정' 뿐이었고, 노동위원회는 가장 강한 처벌수위인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 1월 A씨를 강씨의 근무처와 인접한 역의 센터장으로 발령한 것은 맞다"면서도 "인접한 역이라도 조직과 센터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사는 강씨의 반발과 언론보도 이후 A씨의 인사발령을 철회한 상태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강씨의 동향을 사찰하고 감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감사실 직원 B씨에 대해서도 "B씨를 다른 근무처로 발령했다"며 "현재 B씨가 강씨를 사찰한 정황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B씨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 강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던 것뿐"이라며 "강씨를 사찰하거나 감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dongchoi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