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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논란' 이윤택 연출가 "피해자들에 사죄, 그 어떤 벌도 받겠다"

含閒 2018. 2. 19. 10:26

쓰레기씨

이제  법적인 문제를 따질 시효가 지났다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셨나봐요

최근엔 힘이 좀 줄었나 보네.

그냥 자르시고 위대한 동창과 함께 노시죠?

무슨 염치로 기자회견? 좀 그만 웃기시요

개그하시는 분들도 좀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요?ㅎㅎㅎ

 

'성추행 논란' 이윤택 연출가 "피해자들에 사죄, 그 어떤 벌도 받겠다"

기사입력 2018-02-19 10:17:43


 

 

 



[TV리포트=이우인 기자]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공개 사과하며 자신의 죄를 반성했다. 



이윤택 전 감독은 19일 오전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한 그 어떤 벌도 받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전 감독의 성추행 논란은 지난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로 처음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힘을 얻었다. 김수희 대표 외에 이 전 감독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이윤택 전 감독은 지난 잘못을 반성하겠다며 예술감독 직 등을 내려놨고, 자신이 연출 예정인 작품의 연출을 모두 취소하며 근신의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계속된 폭로 속에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윤택 전 감독을 제명했다. 

 

 

고졸 연극인 이윤택, 동국대 교수 됐다

 

학교다닌 학력(學歷) 보다 실력갖춘 학력(學力)으로 승부
 
 
'연극인' 이윤택(55.연희단거리패 대표.사진)씨가 대학교수가 됐다. 그는 서울예대 중퇴.한국방송통신대 2년 이수가 전부인, 실제로는 고졸 학력자다. 거짓 학력이 꼬리를 무는 이 시점에, 연극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 더욱 드라마적인 상황을 만들며 학벌주의 사회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대학은 공교롭게도 '신정아 사건'으로 학력 위조 파문의 단초를 제공한 동국대다. 동국대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2007학년도 2학기 신규 교수 임용과 관련, 이씨를 서울캠퍼스 예술대 연극학과 부교수로 임용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관계자는 "실무적인 능력이 더 중시되는 예술 분야에선 학위보다 실력과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임용은 박사 학위 소유자만이 대학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대학의 관행을 깨, 실력 위주의 교원 임용이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부산 출신인 이씨는 1970년대 초반 부산 지역 최고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경남고를 나왔다. 명문대로 진학한 대부분의 고교 동창과 달리, 그는 어릴 때부터 넘쳐나던 예술적 끼를 살려 서울예대 연극과를 지망했다. 한 학기를 마친 여름방학 때 그는 부산시민회관에서 대형 연극을 올렸다.

그러나 공연은 쫄딱 망했고 그는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빚쟁이에 몰린 그가 학교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이때부터 서점 외판원.막노동 등을 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그럼에도 연극과 극작이란 꿈은 결코 잊지 않았다.

73년 현대문학에 '천체수업'이란 시로 등단하기도 한 그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79년 부산일보 기자를 지원했다. 필기 시험은 수석이었다. 그러나 면접에서 고졸 학력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그의 대답은 당돌했다. "저에게 학력이란 '학교를 다닌 경력'의 학력(學歷)이 아닌 '교육을 통하여 얻은 지식이나 기술의 능력'의 학력(學力)입니다. 그건 조금도 뒤지지 않습니다."

6년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간 뒤 승승장구하며 현재 위치까지 올랐으나 '고졸 학력'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꼬리표였다. 현장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학벌을 중시하는 대학에선 통하지 않았다. 업적을 증빙하는 자료를 '박스째' 제출해도 번번이 탈락했다. 2001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창설 당시 강단에 섰으나 정식 교수가 아닌 '전임강사 대우' 혹은 '초빙 조교수' 등 묘한 수식어가 붙었다. 학사 관리에서 제외됐고, 연구비.실습비도 제대로 안 나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교수 임용 소식을 접한 이씨는 "동국대 연극학과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유치진.이해랑 선생 등이 가르친, 한국 근대연극 정통의 맥을 잇는 대학이다. 내가 동국대 교수로 부임한다는 것은 대학 사회의 혁명이자, 중심과 변방의 소통이다. 우리 사회의 학벌과 불평등이 타파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윤택 성추문에 20년된 밀양연극촌 문 닫는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연극인 양성소와 공연장으로 명성을 쌓아온 경남 밀양연극촌이 문을 닫는다. 

밀양시는 19일 오후 시내 부북면 가산리 사단법인 밀양연극촌에 무료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통보는 사실상 나가달라는 요구다.

연극계 성폭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연극계 성폭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밀양시는 밀양연극촌 위·수탁 계약에 따라 무료임대계약 해지 사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밀양시 최영태 문화관광과장은 “위수탁계약엔 밀양연극촌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해서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큰 목적이 있는데 이 목적을 위반한 것만으로도 해지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밀양연극촌 이사장은 최근 성폭력으로 비난에 휩싸인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2014년부터 맡고 있다. 

밀양연극촌 중심에는 처음부터 연희단거리패를 이끌던 이윤택이 있었다. 이씨는 1986년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하고 1999년 9월 1일 밀양연극촌 개장 때 보금자리를 옮겼다.

연극계 성폭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연극계 성폭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전체 부지가 1만6천㎡인 밀양연극촌은 옛 월산초등학교 폐교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시는 그동안 부지에 대해 밀양연극촌과 3년씩 무료임대계약을 해왔다.

밀양연극촌은 20년째 이 자리를 지켜왔으며 최근 임대계약도 2019년 11월 25일까지로 돼 있다. 

밀양시는 연극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데서 나아가 가장 최근에 지은 성벽극장 등 공연장 건립에도 예산을 지원했다. 연극촌 안에는 모두 5곳의 극장이 있다.

시 해지 통보에 대해 밀양연극촌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용부 밀양연극촌장은 “일련의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만큼 시 해지 통보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윤택 이사장도 앞서 밝혔듯이 밀양연극촌도 이제 모두 해체할 것”이라며 “곧 내부 정리를 마치는 대로 짐도 옮기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용부 촌장은 이윤택 이사장이 빠져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계속할 것이는 의견을 낸 적 있다. 

밀양시는 올해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5∼6월 열 계획인 상설공연, 7∼8월 여름공연예술축제 개최 여부는 시간을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밀양시와 연극촌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연극촌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극을 선보이는 여름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해왔다.



'이윤택'은 어떻게 왕이 되었나

입력 2018.02.26. 14:58 
[한겨레21] 연극계 여성 ‘미투 선언’으로 드러난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왕’ 이윤택

권력과 지원금 집중, 도제식 교육, 철저한 집단주의 속에 군림하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2월19일 자신의 성추행을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해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최고의 연극집단의 우두머리를 모신다는 명목으로 마치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각자에게 일어난 일과 목격한 일을 모른 체하며 지냈습니다.”(이윤택 연출가의 성범죄를 폭로한 여성의 글)

“저희가 사는 세계의 왕은 조민기였습니다.”(조민기 전 청주대 교수의 성범죄를 폭로한 여성의 글)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공고한 성의 왕이었고….”(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의 성범죄를 폭로한 여성의 글)

피해자를 셀 수 없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범죄가 폭로된 2월13일 이후 이어지는 연극계 ‘미투(#Me_too) 선언’을 목도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연극계 성범죄는 오랜 시간, 여러 상대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뤄져왔다. 고발자들은 하나같이 가해자가 그 세계의 ‘왕’이었으며 그를 고발했을 때 연극 무대에서 완전히 배제될 거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 두려움은 폭력이 은폐되고, 지속되는 연료가 됐다. 이윤택·오태석 등 존경받던 연출가들은 어떻게 절대권력을 획득하고 그 세계의 왕이 된 걸까.

돈과 상징권력이 집중되는 연극계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예술계의 특징은 ‘상징권력’이 굉장히 거대한 권력이 된다는 점이다.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상징권력을 획득하고 발언권을 얻는다. 교수가 되고 각종 심사위원이 되고, 무대를 올릴 수 있는 지원금을 획득하는 등 권력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성추행이 폭로된 오태석 연출가는 극단 목화의 대표이자 서울예대 교수다. 연희단거리패를 만든 이윤택 연출가는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용이하게 끌어온 인물이다. 한 편의 ‘무대’가 소중한 연극인들에게 이런 권력이 있는 이들은 ‘거역하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

이윤택 연출가의 예를 좀더 살펴보자. 1999년 경남 밀양시는 이 연출가가 밀양연극촌을 세우는 과정에서 그를 전폭 지원했다. 부지를 무상 위탁했고, 60억원을 들여 주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했다. 연희단거리패가 여는 ‘밀양여름예술축제’는 2001년부터 매년 수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았다. 그 액수는 2015년 5억1천만원, 2016년 4억9천만원, 2017년 5억1500만원이었고, 올해도 5억4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들은 2011년부터 주말상설공연 지원금으로 1억원을 추가로 지원받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는 2016년 10월 소극장 ‘30스튜디오’ 개관식에서 문화예술위원회 등으로부터 “매년 1억8천만원씩 지원받아왔던 것이 2년 전부터 딱 끊겼다”며 자신이 박근혜 정권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밀양시로부터 꾸준히 지원금을 받아왔고, 2016년에도 문예위로부터 지역대표 공연예술제지원금 1억원을 받았다. 이성미 대표는 “순수예술은 반드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지원금이 고루 분배되는 게 아니라 특정 예술가에게 집중된다. 그것이 절대권력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제식 교육’의 문제점도 매우 크다.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연출과 배우의 위계관계는 학교 때부터 만들어진다. 연출도 배우도 수평적 관계에서 연극을 만들어가는 주체인데도 대학에서 선후배와 사제 간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생겨난다. 이 위계는 몸과 생각에 뿌리박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밀 없는’ 집단생활에서 만든 비밀

실제 이번 ‘미투 선언’을 보며, 교수-선배로 이어지는 위계문화를 자성하고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예대 대나무숲’에는 ‘신입생 얼차려 문화’ 등 선후배 사이에 이뤄지는 관행적 폭력이나 오태석 교수의 수업 때 모든 학생이 일어나 교수를 맞거나 종강 때 무릎을 꿇고 평가를 듣는 권위적인 수업 문화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을 역임한 임인자 감독은 “연극은 집단예술로 개인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이상향을 꿈꾸지만 역으로 집단예술의 특성을 강조하다보니, 대학이나 현장 모두 권위나 폭력이 자성 없이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희단거리패는 ‘이상주의 연극공동체’라는 철학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단원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창단자의 권위만 앞세웠다. 이를 통해 연출 미학을 가장한 폭력이 반복됐다. 그리고 이는 연극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사회 역시 대의를 앞세우며 억압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연희단거리패라는 특수한 연극공동체의 특징은 이 극단을 6개월 동안 참여 관찰하며 연극이라는 공연예술 활동이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록한 서울대 석사 논문 ‘개인을 넘어서는 그 자리: 연희단거리패의 의례로서의 연극과 자아의 재구성’(권정은)을 보면, 잘 드러난다.

저자가 2015년 3~8월 6개월 동안 참여 관찰을 통해 쓴 논문에 따르면 ‘연희단거리패’는 개인 생활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생활을 한다. 2015년 8월 기준 단원 70명이 소속된 연희단거리패에서 중하급 단원과 신참 단원은 10~13명이 같은 방을 쓴다. “빈방들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선후배끼리 방을 공유해야 언제든지 연극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고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사생활도 제한된다. 극단에 휴가 제도가 생긴 것은 2009년이고 결혼한 신혼부부 단원의 집들이에 한 단원이 외부 공연 연습으로 불참해야겠다는 뜻을 전하자 이윤택 연출가가 “개념이 없다”며 강력하게 훈계하는 일화도 나온다.

이들은 시간표를 공유하고 철저히 함께 행동한다.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 조회를 한 뒤 산책을 하거나 각자의 구역을 청소한 뒤 오전 8~9시에 다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오전 9시에 30분 동안 전체 회의를 하고 9시30분부터 30분 동안 매일 신체훈련을 마친 뒤 오전타임, 오후타임, 저녁타임으로 나누어서 연극을 준비하는 공동작업을 한다. ‘무얼 하는지 모르는 개인 시간’은 잘 용납되지 않아 특수한 신분이던 연구자에게도 “오전 신체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날에는 단원들이 (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정도였다. 그러나 “비밀이 없을 것”을 강조하고 개인 행동을 철저히 지양하며 그 생활 방식을 단원 대부분에게 내재화한 연희단거리패에서 이윤택 연출가는 처참한 비밀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안마를 받는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 안마가 지금 폭로된 형태의 안마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권위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인데, 왜 가만히 있었을까. 나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이윤택’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젖어 있었던 것인가… 자성하게 된다.”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의 말이다. 2월19일 공개사과에 나선 이윤택 연출가는 “성폭행을 한 적은 결코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진짜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할 때 ‘나 역시 묵인과 방조의 가해자가 아닌가’라며 많은 연극인들은 자책하고 있다. 이 대조적 풍경이 역설적으로 연극계의 희망일 것이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최초고발자 "성관계라는 이윤택 입에 똥물 붓고 싶다"

박정환 기자 입력 2018.02.19. 14:10 수정 2018.02.19. 15:18
극작가·연출가 협회 등 연극 단체 '이윤택 제명' 움직임 이어저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2.19/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9일 서울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열린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공개 사과에 대해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에 동참해 이윤택씨의 성추행을 최초 고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너무 화가 나지만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자백한 셈"이라며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을 테니 (이윤택씨는) 감옥갈 준비나 하라"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연극인들은 이씨의 공개 사과에 대해 진정한 사과가 아닌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기자회견 당시 1인 피켓 시위를 한 홍예원 배우는 "피해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공개사과 방식 자체가 2차 가해"라며 "(성폭행 의혹 부정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며 내용은 '술 먹었는데 음주운전 아니다'는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설유진 극단 907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극단 소속 배우가 이윤택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씨는 이에 대해 인정했다. 설 대표는 "(이씨가) 성폭행이 아닌 합의하의 성관계라는 주장한 것은 본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 온 수십 년의 세월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페미연극제'를 기획하고 있는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는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나 대표는 "사과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명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이씨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말하지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한다. 성추행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소연 연극 평론가도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이라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아직 그가 진심으로 뉘우친 것 같지 않다. 폭로한 후배들에게 위로와 경의를 표한다. 블랙리스트 이상으로 예술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 공개시자회견이 열린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이씨의 피해 관계자들이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2018.2.19/뉴스1 © News1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서울연극협회는 19일 이윤택씨를 최고 수준의 징계 차원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극작가협회는 전날 이씨를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이날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이윤택씨를 영구제명하기로 의결했다"며 "연극계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문화가 존재하도록 (협회가) 방치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서울연극협회도 성명문에서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이윤택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라 정의하고, 정관에 의거 최고의 징계조치인 제명할 것을 결정했다"며 "사건의 조직적인 방조와 은폐의 배경이 된 연희단거리패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물어 '2018 서울연극제' 참가를 취소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극작가협회도 지난 18일 협회 홈페이지에 "이윤택의 권력을 악용한 사태를 묵과 할 수 없기에 정관 제2장 제9조에 의거 ‘제명’함을 밝힌다"며 "본 협회의 이름으로 (이윤택씨를) 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에 추천한 건도 철회한다"고 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도 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 논란에 대해 지난18일 발표한 공식입장에서 이윤택씨를 연극계로부터 영구 제명해야 하며, 받은 모든 상은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의 진정성 있는 참회와 사과를 비롯해 사법적 절차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 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연출가는 "연희단 거리패 단원들이 문제 제기하고 항의했고 거기에 대해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번번히 제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런 악순환이 오랫동안 계속됐다"며, "여기에 대해 응당 어떤 벌도 받겠다"고 밝혔다. 2018.2.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윤택 사태는 '끝이 아닌 시작'..'묵인된 관행' 반성·청산해야

입력 2018.02.19. 17:59 
공개사과하는 이윤택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2018.2.19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파문을 계기로 연극계의 '묵인된 관행'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하 위계질서가 강한 연극계 특성상 권력과 권위를 이용한 성폭력이 이뤄지기 쉽지만 '관행',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성폭력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알면서도 묵인했던 것이 이윤택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극계 '미투' 봇물 =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처음으로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이후 이 연출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이 연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급기야 성폭행 주장까지 터져 나오며 연극계에서는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이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폭로가 확산하고 있다.

이 연출은 자신이 이끌던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에게 수시로 안마를 요구했고 안마가 유사 성행위로 이어지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출이 연희단거리패 단원 외에 작품을 함께 했던 외부 배우들에게도 발성을 지도해준다는 등의 명목을 내세워 배우의 신체를 더듬었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연출뿐 아니다. 배우 A씨는 또다른 연극연출가가 식당에서 여러차례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학교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이 연출가가 학생들도 추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연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김보리(가명)씨는 밀양연극촌의 촌장도 성폭행 가해자라고 추가 폭로하기도 했다. 2009년 한 연극의 조연출로 활동했던 연극인은 현재 TV 드라마에 출연 중인 한 배우가 과거 연극 공연 때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앞서 유명 연극배우 이명행 역시 스태프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며 공연 중이던 연극에서 자진 하차했다.

이 밖에도 SNS에서는 각종 성희롱, 성추행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쏟아지는 폭로의 진위를 명확하게 가릴 수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시선들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괴로워하다 이제야 용기를 내기 시작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먼저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추행 (PG)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 권력에 저항 어려운 환경…안이한 성폭력 인식·관행 치부도 문제

이처럼 연극계 미투가 쏟아지는 데 대해 우선 집단적, 도제식 교육으로 위계질서가 강한 연극계 특성상 배우는 연출가의 요구가 부당하더라도 저항하기 힘든 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이윤택 연출처럼 연극계 '거장'이나 '어른'으로 자리매김한 경우 그 권한이 절대적이다. 처음 이 연출의 성추행을 폭로한 김수희 대표는 "당시 그(이윤택)는 내가 속한 세계의 왕이었다"라고 표현했고 또 다른 배우 B씨 역시 "왕같은, 교주같은 존재"였다고 묘사했다.

고연옥 극작가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는 단지 성적수치심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가 연극계에서 어떤 입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2차 3차 가해로 이어진다"면서 "그 속에 남아있는 여성 작업자들은 문제를 느끼면서도 침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인식도 한몫했다. 이 연출의 상습 성추행이 이뤄지는 동안 연희단거리패의 일부 단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경찰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이 연출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데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대표는 이에 대해 "(이 연출의 행동이)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자신도 상식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안마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밝히면서 "다른 후배들에게도 '거부하면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말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도 모른 체' 침묵했던 연극계 풍토도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하나의 원인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연극계에서는 이미 이 연출의 행태에 대한 소문이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리씨도 "이윤택의 왕국 속 그들은 2001년의 일을 "난리"라는 표현으로 이미 공유하고 있었다"면서 "그 이후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그는 활동했고 몇몇 (연희단거리패) 선배들은 알고도 방관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우 A씨는 자신을 성추행한 연출가에게 용기를 내어 소리쳤지만 아무도 '그만하시죠'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때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연희단거리패의 단원이었던 최모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연극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 괴물을 만든 것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는 "30년 동안 한국연극을 지탱해오시면서 연희단거리패와 동지로 살아오신 원로들, 무성한 소문들을 언급하시면서도 실질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선배님들, 그 외 여러 '연극인'이라는 직함을 달고 연희단거리패 주변에 계신 분들, 그저 연극이란 허울에 기생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폭행 피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이윤택 사과는 끝이 아닌 시작 = 이윤택 연출은 공개 사과했고 법적 책임까지 지겠다고 했지만 이 연출의 문제 해결을 넘어서 이제 진정한 연극계의 '미투'가 시작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그 동안 잘못된 '관행'들을 반성하고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오래전부터 여러 피해자들이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점, 연극계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문화가 존재하도록 방치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재엽 연출은 "결과적인 것만으로 평가받는 연극계의 관행 속에서 불합리한 과정과 반인권적인 폭력을 감내해온 수많은 연극인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것이 인정투쟁에 목말라하는 우리의 모습이었다"라면서 "인정투쟁에서 살아남을 연극 한 편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연극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도 무시해 온 우리의 연극이 과연 정당한 연극이었는가 거듭 자문하게 됩니다. 부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연극계에서는 이 연출처럼 문제가 드러난 연극인을 영구 퇴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성폭력 대책위 구성도 추진 중이다.

일부 연극인들은 미투를 선언한 동료 연극인들을 보호하고 지지와 연대를 나타내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블랙타파)는 21일부터 매주 수요일 극단 고래 연습실에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문제를 포함해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관객들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트위터에서는 공연계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를 지지·응원하고 가해자에 대한 비판과 처벌을 촉구하는 연극뮤지컬 관객 집회가 추진되고 있다.

zitrone@yna.co.kr


[단독] 이윤택, 구속직후 부동산 16억원 급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입력 2018.04.04. 05:03

 

밀양시 지원 예산 전용 의혹..'눈먼 돈'으로 재산 형성·은닉 가능성 높아
여성 연극인 성추행 혐의로 구속돈 이윤택 씨가 수감 중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일부 처분했다. 이 씨는 밀양시로부터 지원받은 상당한 금액을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7명을 62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된 연출가 이윤택 씨가 수감 중 거액의 부동산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구속된 이후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30 스튜디오'를 매각했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각 대금이 16억원을 넘었다고 4일 밝혔다.

부동산은 급매물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이 곳 외에도 또 다른 부동산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에 “수유리 연희단거리패 단원 숙소를 구속 전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들 부동산 외에도 부산 기장군 가마골 소극장 등 본인 명의 부동산을 다수 보유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가 자신의 부동산을 잇따라 처분하면서 이 씨가 이들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놓고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극계와 밀양지역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씨는 밀양시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지원받아 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씨와 밀양시가 얽힌 사연은 이렇다.

이 씨는 1999년 밀양시의 폐교 건물을 무상 임대받아 연극촌을 개설한 뒤 2001년부터 매년 7~8월 여름공연축제를 개최해왔다.

이 행사에 적잖은 밀양시 예산이 투입됐다고 한다.

최근 3년 동안만 보더라도 4억 5천만원(2015), 5억 5천만원(2016), 6억 5천만원(2017) 등 매년 평균 5억 5천만원 가량이 이 씨에게 지원됐다.

시설 무상사용 협약에 따른 위탁관리비 6천 3백만원은 별도로 지급받았다고 한다.

밀양시 지원금은 축제를 기획하고, 축제기간 공연하는 극단에 초청비를 지급하는데 쓰인다.

그러나 이 씨는 자기 소유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가마골'에 공연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초청비를 사실상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막대한 수익금을 챙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지난해 여름공연축제 기간 무대에 올린 연극·뮤지컬은 총 40개 작품이었다.

지난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기간에는 총 40편의 연극,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이중 이윤택 씨 소유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가마골'은 총 6편을 공연했다. 사진=밀양연극촌 홈피 캡처
이중 이 씨 소유의 연희단거리패는 대중가극 아리랑, 이 일을 어찌할꼬!,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안데르센-눈의 여왕을 공연했고, 역시 이 씨 소유인 가마골의 경우도 서푼짜리 오페라, 홍도야 울지마라를 무대에 올렸다.

한 작품씩 공연한 나머지 극단과 비교된다. 이 씨가 각색·연출한 작품은 총 5편이다.

이 씨는 3월 23일 영장심사에 출석해 "지자체 지원금 유용 의혹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뗐다.

그러나 또 다른 변호사는 “그는 연극촌의 예산 집행 책임자로, 단원이 입단하면 개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게 한 후 통장과 도장을 수거해 자신이 지정하는 재무담당 직원에게 보관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눈 먼 돈'을 조성한 뒤 배우 출연료를 제외한 금액을 유용해 자신의 재산 형성에 은닉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이윤택 "성추행 아니라 독특한 연기지도"…혐의 부인

변호인 "인민재판처럼 여론몰이 돼" 우려
"성폭행 장소 기억과 달라…피해자 증인 불러야"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이균진 기자 | 2018-05-09 11:00 송고 | 2018-05-09 11:05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사강간치상 등 1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8.5.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여자 극단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일부 여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66) 측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는 이 전 감독이 직접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지만 그는 옅은 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우선 "피고인이 본인의 소회를 작성한 자수서를 냈다"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거나 잘못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변호인은 안마를 시키면서 극단원을 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오랜 합숙훈련 중에 상당히 피곤해 안마를 한 것"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폭행이나 협박으로 인해 갑자기 손을 끌어당겼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극단원에게 연기지도를 하면서 민감한 부위에 손을 대 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감독이 갖고 있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독특한 지도 방법의 하나"라며 "다수의 연희패거리 배우들은 이 지도 방법에 수긍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음부에 손을 댄 건 연극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해 복식호흡을 해서 음을 제대로 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 부분에 힘을 줘 소리를 내라고 지도한 것이고 단원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이 전 감독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범행이 발생했다고 언급된 소극장에서 연기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한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공소장에 피해자가 가명으로 표시된 것을 놓고 "이렇게 쓰면 누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가늠할 수 없다"며 "이런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면 마치 인민재판처럼 여론몰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이 전 감독 측의 추가 혐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증인 채택 등 재판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 및 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강요하면서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지게 하거나 연기지도를 빌미로 여자배우들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한 2010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피해자 8명에 대해 이뤄진 범죄 23건을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해 이 전 감독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