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각 분야로 번지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 파장이 문화예술계로도 미치면서 고은 시인 등 성폭력 가해자로 고발된 인물의 작품을 학교에서 가르쳐선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나 2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9099명(응답률 5.6%)에게 ‘성폭력 문화예술인의 작품 교과서 삭제’ 여부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 이상이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문화예술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의혹 인물의 작품을 가르쳐서는 안 되기에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찬성 응답은 71.1%로, ‘문화예술인의 행실과 작품의 예술성은 분리해서 봐야 하기에 교과서에 그대로 둬도 된다’는 반대 응답(22.5%)의 세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잘 모름 6.4%).
미투 운동 고발자들이 오랫동안 겪은 고통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음을 반영한 듯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대다수였다.
성별로는 여성의 찬성 비율이 74.0%(반대 18.9%)로 남성의 찬성 비율(68.2%, 반대 26.2%)보다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도 보수층(찬성 75.6% vs 반대 21.3%)과 중도층(75.2% 21.9%), 진보층(68.1% vs 24.3%) 모두 찬성 의견이 높게 나왔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혜화동 30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성폭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앞서 지난 22일 국내에서 가장 큰 작가 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다음 달 10일 이사회를 소집해 ‘미투’ 운동 속에서 실명 거론된 고은, 이윤택 회원의 징계안을 상정해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은 시인 등은 작가회의에서 제명될 것으로 보인다. 고은 시인도 작가회의 상임고문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연극 연출과 극작을 함께 해온 이윤택씨는 작가회의에 희곡 작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작가회의는 “우리는 최근 미투 운동의 흐름에서 드러나듯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남성 중심으로 구조화된 권력의 위계 속에서 관성적·타성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작가회의는 일련의 후속 조치를 포함해 건강한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