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김민석이 이룬 亞 최초 1,500m 메달, 얼마나 대단한 기록일까

含閒 2018. 2. 14. 06:09

김민석이 이룬 亞 최초 1,500m 메달, 얼마나 대단한 기록일까

김다빈 기자 입력 2018.02.14. 00:02 수정 2018.02.14. 00:16

 
김민석(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빙속 신성 김민석(18, 평촌고)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사건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시아 남자 선수 중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메달을 따버린 기염을 토한 것이다.
 
김민석은 2월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1분 44초 93을 기록,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 1분 44초 01),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 1분 44초 86)의 뒤를 이어 동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기록한 대단한 업적이다. 김민석은 2014년 첫 태극마크를 달고 빙상 판을 누빈 이후 지난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1,500m와 팀 추월 부문에서 금메달을 기록한 바 있다.
 
이토록 고속 성장을 이룬 김민석은 빙속에서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며 이번에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이번 김민석이 동메달을 기록한 1,500m는 아시아 남성들은 완벽히 외면받던 종목이기에 그 가치가 더한 모습이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펼쳐진 동계올림픽 이후 아시아 남자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메달 시상대에 오른 적은 전무하다.
 
장거리 종목인 5,000m와 메스 스타트는 높은 수준의 지구력을 요하긴 하지만 1,500m 종목이 더욱 많은 근지구력 유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 이에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아시아 선수들은 그간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인 1,500m에서 뚜렷한 강세를 드러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 금메달과 은메달 역시 네덜란드 선수들의 몫이었으며 아시아 선수들은 단거리와 장거리에서 강세를 드러냈을 뿐 1,500m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시아 선수가 1,500m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여자 1,500m에 출전한 일본의 하시모토 세이코와 이번 대회 다카기 미호가 전부일 정도. 하지만 이 94년간 외면받던 아시아를 향한 조명을 다시 한번 끌어낸 것은 다름아닌 18세의 빙속 괴물 김민석이었다.
 
아시아 남자 선수 사상 첫 1,500m 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또한 김민석은 근지구력 유지가 쉽지 않음에도 후반, 오히려 더욱 가속도를 높였단 점에서 그간 아시아 선수들의 수준을 확실히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민석은 이날 700m까지 같은 조에 편성된 하랄즈 실로우스(32, 라트비아)에 앞서지 못했다. 그러나 침착함을 유지했던 김민석은 속도를 높여나가기 시작했고 1,100m 부분에서 1분 16초 45를 기록하며 최고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바퀴를 28초 48이란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했고 김민석은 동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다.
 
생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역사적인 메달을 작성한 김민석은 이제 모두가 주목하는 빙속 에이스로 또 하나의 역사를 써 내려갈 채비를 마쳤다. 세계가 주목하는 '빙속 괴물'로 성장한 김민석은 오는 2월 18일, 남자 팀추월 준준결승에 출전, 또 한번의 메달 작성을 위한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김다빈 기자 dabinnet@mbcplus.com

 

김민석이 동메달 확정 짓고 달려가 와락 껴안은 코치의 정체

입력 2018.02.14. 10:54 수정 2018.02.14. 11:09 

김민석(19, 성남시청)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확정 지은 순간, 환호하며 코치진에게 달려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외국인이 있었다. 그는 바로 네덜란드 출신 빙속 전설 '보프 더 용'(Bob de Jong, 42) 코치였다. 더 용 코치는 마치 자신이 메달을 딴 듯 함께 기뻐했다.

더 용 코치는 지난해 5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코치가 됐지만, 사실 그전부터 우리 국민들에게는 '밥데용'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는 선수시절인 지난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우리나라 이승훈(30)과 맞붙었다.

특히 이승훈이 금메달, 자신이 동메달을 따자 그는 시상대 위에서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을 어깨에 올려 앉히고 환하게 웃어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당시 장거리 최강자였던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32)가 실격하는 바람에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게 됐는데, 시상대에서 다소 어색해하는 이승훈을 위해 보프 더 용이 이런 퍼포먼스를 제안한 것이었다.


국내 팬들은 금메달리스트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그의 스포츠 정신에 환호하며 '밥데용', '박대용'이라는 친근한 이름까지 붙여줬다.

더 용 코치는 지난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 총 네 개의 메달을 목에 건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빙속 장거리 선수였다.

지난 2016년 은퇴 이후 더 용 코치는 지도자 생활에 대해 고민하다가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과 실력을 보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김민석은 경기 후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코치님은 마음 편하게 하면 잘 될 것이라고 하셨다. 마치 팀 동료 선수처럼 옆에서 가르쳐줬다"며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큰 경험을 내가 받은 것 같다"며 더 용 코치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