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관련(高尔夫球關聯)

우즈처럼.. 박성현, 빨간 셔츠의 마법

含閒 2017. 8. 29. 10:30

우즈처럼.. 박성현, 빨간 셔츠의 마법

민학수 기자 입력 2017.08.29. 03:05
[빨간 셔츠에 검은 바지.. '타이거 패션'으로 캐나다 여자오픈 역전 우승]
소셜미디어에 우즈 사진과 "보고 싶다, 당신 골프" 글 올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2위 출발, 최종라운드서 버디 7개 몰아쳐.. US女오픈 이어 한달만에 2승째
한국 선수 LPGA 첫 5연속 우승

4라운드를 앞두고 박성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보고 싶다 당신 골프"란 글과 함께 타이거 우즈의 사진을 올렸다. 우즈가 '역대 최고의 샷'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2005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16번홀(파3)의 칩인 버디를 하고 포효하는 모습이다. 사진 속 우즈는 마지막 날 라운드를 상징하는 빨간색 셔츠에 검은 바지, 검은 모자 차림이다. 극적인 승리를 거두던 '빨간 셔츠의 마법'은 지금도 골프 팬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보고 싶다 당신 골프"는 "닮고 싶다, 당신 골프"란 박성현의 속내를 담고 있었던 것일까.

박성현은 이날 '우즈 패션'을 하고 경기에 나와 버디 7개를 잡아내는 폭발적인 플레이로 역전승했다. 마지막 날 극적인 역전승이 많았던 우즈를 빼닮은 경기였다. 박성현은 4라운드를 마치고 빨간색 셔츠에 검은 바지, 검은 모자 차림으로 스윙을 하는 자신의 사진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았다.

눈빛까지 '타이거' - 전성기의‘골프 황제’타이거 우즈처럼 박성현은 마지막 날 버디를 쓸어 담으며 막판 대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4라운드에 우즈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셔츠, 검은 바지, 검은 모자 차림으로 나타났다. 18번홀 그린에서 퍼팅 라인을 보는 박성현(왼쪽)의 모습이 우즈(오른쪽)를 연상시킨다. /USA투데이스포츠·AFP 연합뉴스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헌트 &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박성현은 이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해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18번홀에서 사실상 승리에 쐐기를 박는 버디를 잡은 그는 "리더보드 한 번 보지 않고 나만의 골프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박성현은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2위 이미림을 2타 차로 눌러 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8000만원)를 받았다. 박성현은 "이번 주는 실수 없이 모든 게 완벽했다"며 "올랜도 디즈니랜드도 가보고 아토('선물'의 순우리말)라는 이름의 강아지와도 실컷 놀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한 달 만에 2승째를 올린 박성현은 '역대급 신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마 경관 모자 썼어요" -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이 캐나다 기마 경관 모자를 쓰고 우승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한 모습. /AP 연합뉴스

박성현은 이날 우승으로 유소연을 제치고 상금랭킹 1위(188만달러)로 올라섰고, 평균 타수 69.000타로 1위 렉시 톰프슨(68.983타·미국)을 바짝 추격 중이다. 올해의 선수상 부문도 유소연(150점)에 이어 2위(130점)다. 신인상 부문에서는 1285점으로 2위 에인절 인(539점·미국)을 배 이상 앞서 있다. LPGA 투어에서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 상금왕 등 4개의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선수는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가 유일하다.

박성현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하지만 큰 목표를 세우면 남들도 알게 드러내는 일이 많다. 이런 면은 대담하고 일관성이 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정상에 오르려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 감명을 받은 뒤 스스로에게 '남달라'라는 별명을 붙였다. 골프백에도 '남달라'라고 써 붙이고 다니고, 인터넷 아이디도 팬클럽 이름도 '남달라'다. 이날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우즈 패션'은 'LPGA의 우즈가 되겠다'는 박성현의 선언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날 장타를 앞세운 박성현은 전성기 우즈처럼 파 5홀을 지배하면서 경쟁자들을 제치는 능력을 보였다. 박성현은 4라운드에서 4개의 파5홀 모두 버디를 잡았다. 드라이브 샷 비거리도 평균 268야드로 우승 경쟁을 벌인 이미림(257야드)과 전인지(258야드), 펑산산(241야드)을 앞섰다. 또 페어웨이를 놓친 건 두 차례, 그린을 놓친 건 세 차례, 퍼트 수 28개로 빈틈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날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5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박성현(US여자오픈), 김인경(마라톤 클래식), 이미향(스코티시 오픈), 김인경(브리티시여자오픈), 박성현(캐나다 퍼시픽 오픈) 순이다. 올해 열린 23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13승을 거둬 최다승을 거두었던 2015년의 15승을 넘어설 기세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11개 대회를 남겨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