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살실태②] 1m 높아진 마포대교 난간, 자살 시도자 53% 줄었지만..
입력 2017.03.15 10:00
-마포대교 난간 1m 높인 후 자살시도자 급감
-서울시 “효과 따라 모든 다리에 적용도 검토”
-인근 시민ㆍ전문가 시선은 여전히 ‘미적지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마포대교 난간이 1m 높아진 후 자살 시도자가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에 한강 모든 다리의 난간을 높이는 것으로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다수 시민과 전문가들은 결국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자살고위험군을 위한 대책부터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마포대교 자살 시도자 수는 모두 7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15명)보다 8명(53.3%)이나 줄어들었다.
시는 작년 12월께 투신 자살자를 줄이고자 마포대교 난간(높이 1.5m) 위에 1m 높이 난간을 추가 설치했다. 안쪽으로 구부러진 모양으로 매달려도 쉽게 넘지 못하도록 했다. 맨 윗부분은 주판알 형태 롤러를 달았다. 잡으면 롤러가 돌아가며 다리 위로 미끄러지도록 했다.
시는 이번 사업을 난간에 마음을 위로하는 문구를 새긴 ‘생명의 다리’ 사업에 이은 새 자살예방 대책으로 도입했다. 예산만 약 6억원에 이른다. 시 관계자는 “효과에 따라 한강 모든 다리의 난간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몇몇 전문가는 미지근한 반응 일색이다.
우선 작년 대비 8명이 줄어든 마포대교 자살 시도자 수가 전적으로 난간을 높여 얻은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3~2015년 1월 기준 마포대교 자살 시도자 수는 3~6명을 유지했다. 2016년만 15명으로 이례적인 숫자였다. 난간 공사 없이도 자살 시도자 수는 계속 오르내렸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난간을 1m 높였는데도 지난 1월 자살 시도자가 7명에 달했다는 점을 봐야한다고 했다.
다리 투신이 아닌 다른 자살방법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풍선효과’를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난간을 높이는 것은 충동적인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자살 고위험군’은 투신 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간이 높아진지 2개월 반에 접어들었지만, 주변 시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마포대교를 통해 출퇴근을 하는 인모(39) 씨는 “사회 구조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관련 예산을 도움이 급박한 시민에게 투자하면 좋겠다”고 했다. 마포구에 사는 이주희(26ㆍ여) 씨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난간이 높다고 해서 마음을 접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그래도 물리적인 수단은 필요하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난간 높이 조정은 자살예방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했다. 먼저 자살고위험군을 추려 집중 지원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본은 자살 예방사업에 매년 3000억원을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해 (투자 금액이) 100억원이 안 된다”며 “시와 정부차원에서 자살고위험군을 보살필 수 있는 지킴이를 대거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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