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창 앞 매화를 읊조리다[詠牕前梅]

含閒 2017. 1. 10. 09:23

삼도헌의 한시산책 408 /창 앞 매화를 읊조리다, 여헌 장현광



    남한산성 설경




   화엄사 홍매

 

 창 앞 매화를 읊조리다[詠牕前梅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牕前四梅樹(창전사매수) 창 앞의 네 그루 매화나무

  開向黃昏月(개향황혼월) 황혼녘 달을 향해 피었구나

  欲飮花下酒(욕음화하주) 꽃 아래서 술을 마시려 하였더니

  奴賊圍城闕(노적위성궐) 오랑캐들이 성을 에워쌌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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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앞의 매화를 읊다[詠牕前梅]’는 이 시의 제목 아래에는 병자년 겨울. 오랑캐가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밀어닥쳤을 때 이 시를 지어 걱정스러운 마음을 읊었다[丙子冬虜逼南漢作此以傷]”라는 여헌 선생의 감회가 적혀있다.


  병자호란 때 오랑캐가 침입하여 남한산성에서 항전하는 백척간두의 위험한 시기에도 매화는 피어올랐다. 여느 때 같으면 술에 취해 매화를 감상하고 있었을 터인데, 오랑캐가 일으킨 난리로 인해 작가는 심사가 복잡해진다. 바로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마음으로 매화를 바라보는 시적화자의 마음이 마지막 결구에 녹아있다.


  이 시는 여헌 선생이 83세 때 병자호란(1636)이 일어나자 경상도 호소사 자격으로 여러 고을에 격문을 띄워 의병을 모집하고 군량미를 모아 보낸 시기에 지어졌다. 이런 선생의 노고와 상관없이 다음해 2월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신하의 예를 올리며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영천 입암산(立巖山)에 들어가 은둔한 지 반 년 만에 84세를 일기로 일생을 마쳤다

 

  여헌 장현광[1554(명종9)~1637(인조15)] 

 

  경북 구미 인동 출신. 본관은 인동(仁同). 자는 덕회(德晦), 호는 여헌(旅軒). 아버지는 증이조판서 열()이며, 어머니는 경산 이씨(京山李氏)로 제릉참봉(齊陵參奉) 팽석(彭錫)의 딸이다. 그는 우주의 궁극자를 도()라고 했다. 우주는 유한(有限)한 것이지만 도는 무궁(無窮)한 것이며, 또한 본래의 이기를 합한 것이고 체용을 합한 것이라고 했다.


  1576(선조 9) 재사로 천거되었고, 1595년 유성룡(柳成龍)의 천거로 보은현감을 지냈다. 그 뒤 형조좌랑·순천군수에 임명되었으나 나가지 않았고, 광해군 때 합천군수, 인조 때 지평·집의·이조참판·대사헌·지중추부사 등에 20여 차례 제수되었으나 모두 사퇴하고 학문에 전념했다. 1624(인조 2) 이괄의 난이 진압된 후 부름을 받아 인조에게 정치에 대한 건의를 했고,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각 주·군에 격문을 보내 군사를 일으켰다. 저서로는 여헌집·성리설·역학도설 易學圖說·용사일기 龍蛇日記등이 있다. 시호는 문강이다.


  삼도헌의 한시산책 408, 2017. 1. 9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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