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개숙인 아빠..딸은 흔들리지 않았다
출처 KBS 윤창희 입력 2016.08.29 14:52 수정 2016.08.29 15:15
아버지가 선수의 캐디를 많이 맡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규칙을 잘 몰라 벌 타를 받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결승전 최종 라운드에서, 생애 첫 우승을 목 전에 둔 딸의 경기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심정은 어떨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28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등에서 김예진(21·요진건설)의 우승은 유력해 보였다.
이날 골프장에는 비가 왔다. 해발 1200m에 자리 잡은 하이원 골프장은 기온이 뚝 떨어진 데다 적지 않은 비까지 내려 선수들은 애를 먹었다.
김예진은 고진영과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다. 첫 홀 보기를 했지만, 5번과 6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문제는 7번홀(파4)에서 생겼다. 우산을 씌어주던 아버지가 김예진이 퍼트를 할 때까지 우산을 치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골프규칙은 선수가 스트로크 할 때 타인이 비바람을 막아줘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벌타를 받는다.
우천시 퍼팅 준비 단계에선 캐디들이 선수들에게 우산을 씌워주지만 퍼팅 스트로크를 하기 직전 우산을 치운다. 전문 캐디가 아닌 김예진의 아버지가 직접 캐디백을 멨다가 큰 실수를 범한 것이다.
7번홀을 마칠 때만 해도 김예진은 규칙 위반 사실을 알지 못했다. 7번 홀 스코어는 파로 적었다. 스코어상으로 5타 차 선두, 우승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의 '우산'이 문제된 것은 김예진이 9번홀을 마치고 나서다. 8번홀 아웃을 할 때 다른 선수의 이의제기가 있었고, 경기위원회는 동영상을 확인한 뒤 9번홀 직후 2벌타를 부과했다.
순식간에 김예진의 스코어는 8언더파에서 6언더파로 바뀌었다. 뒤쫒던 김해림이 기세를 타고 9번홀과 10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1타차까지 추격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모녀는 다시 손을 잡았다. 아빠의 미안해 하는 표정을 본 딸은 맘을 굳게 먹었다. 김예진은 "아빠가 너무 미안해서 눈도 못 맞추셨다"며 "그런 아빠를 보면서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딸은 10번 홀부터 아예 우산을 쓰지 않았다. 마음을 잡은 김예진은 1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는 등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고, 결국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정규투어 첫 우승을 거머줬다. 2위는 김해림(3언더파)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6000만원과 2년간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김예진은 "다행히 우승을 차지해 고생하신 아빠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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