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그 문전(門前)
입력 : 2012.03.12 23:36 | 수정 : 2012.03.19 15:58
그 문전(門前)
모처럼
지는 꽃 손에 받아
사방을 두루 둘러본다.
지척엔
아무리 봐도
놓아줄 손이 없어
그 문전
닿기도 전에
이 꽃잎 다 시들겠다.
―김상옥(1920~2004)
모처럼
지는 꽃 손에 받아
사방을 두루 둘러본다.
지척엔
아무리 봐도
놓아줄 손이 없어
그 문전
닿기도 전에
이 꽃잎 다 시들겠다.
―김상옥(1920~2004)
봄의 문전이다. 새 문 여는 소리들로 온 거리가 분주하다. 제 문전을 활짝 열듯 꽃들이 곧 만개(滿開)할 것이다. 시새운 바람이 몇 번쯤 뺨을 때려도 꽃은 필 테고, 그리움은 그만큼씩 더 붉어질 터. 난분분 피고 지는 꽃들로 봄도 한층 붉어져 가리라.
그럴 즈음 지는 꽃잎 하나를 받아들고 모처럼 두리번대는 오후도 있을 것이다. 그 꽃잎을 놓아주고 싶은 손이 가까이 없어 애가 탈 때 세상의 시계들이 조금씩만 늦게 가기를, 모든 꽃잎이 그리운 문전으로 시들기 전에 닿기를 그려본다.
하여 올봄에는 꽃 이야기 한 편씩을 으늑히 저장하시길, 아니 그보다 먼저 꽃들을 눈여겨보고 하나쯤은 손에 가슴에 고이 받아보시길. 무릇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드노니…….
그럴 즈음 지는 꽃잎 하나를 받아들고 모처럼 두리번대는 오후도 있을 것이다. 그 꽃잎을 놓아주고 싶은 손이 가까이 없어 애가 탈 때 세상의 시계들이 조금씩만 늦게 가기를, 모든 꽃잎이 그리운 문전으로 시들기 전에 닿기를 그려본다.
하여 올봄에는 꽃 이야기 한 편씩을 으늑히 저장하시길, 아니 그보다 먼저 꽃들을 눈여겨보고 하나쯤은 손에 가슴에 고이 받아보시길. 무릇 귀하고 아름다운 것은 빨리 시드노니…….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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