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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가사에 나타난 여성들의 눈물과 해학
문화재청
여전히 생활 속에서 향유되고 있는 규방가사
전통사회 여성들의 삶은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얽매인 삶이었다. 이는 사회적인 규범으로 강요된 점도 있지만 여성들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적인 의식도 크게 작용하였다. 당시 여성들은 이러한 규범에 얽매여 살아가면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인식과 느낌을 방적紡績과 침선針線, 민요 등을 통해 풀어내었다.
특히 전통사회에서 추로지향鄒魯之鄕으로 일컬어지던 영남지역의 여성들이 그들의 삶과 소회를 ‘두루마리’라 일컬었던 가사작품을 통해 정화淨化시켰다.
시집가는 딸네에게 시집에 가서 살면서 지켜야 할 도리를 일러주는 <계녀가誡女歌>,
일 년 중 한 차례 꽃 피는 봄철에 이웃들과 화전놀이를 한 것을 기록한 <화전가花煎歌>,
출가외인으로 치부되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친정 부모와 동기들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한 <사친가思親歌>와 <붕우소회가朋友所懷歌>,
일가친척들의 경사(慶事-혼인, 급제, 환갑, 회혼, 돌)를 축하하는 <경축가慶祝歌>,
명승고적을 여행하고 느낀 소회를 읊은 <유람가遊覽歌>와 <노정기路程記> 등 다양한 양상의 작품들이 전승되며 아직도 영남지역 반가班家 여성들의 생활 속에서 향유享有되고 있다.
여자로 태어남에 대한 원망과 탄식, 남성의 졸렬한 행동에 대한 비난을 토로
이들 작품 중 여자로 태어난 것과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자탄과 원망, 그리고 그들의 상대인 남성들에 대한 부러움과 이중적 행동에 대한 비난 등을 읊은 작품에서 그들의 눈물과 해학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경북 김천시 남면 운봉에서 수집된 <여자탄식가> 일부를 보자.
어와우리 동류들아 여자탄식 들어보소
건곤이 개벽후에 혼돈이 조판하여
천황지황 생긴후에 우리인생 탄생하니
강유를 분간하여 음양이 배합되야
건삼연이 남자되고 곤삼절이 여자로다
요순우탕 문무주공 공맹안증 정주부자
성군인자 되시도다 차차로 나실적에
의관문물 갖추어서 예의염치 닦아놓고
삼강령 오륜중에 남녀유별 법을지어
오천만년 지내도록 이법을 길이쫓아
남자길러 취부하고 여자길러 출가하니
생남생녀 세상사람 인간재미 좋건마는
여자된 이내마음 암암사지 생각하니
남자의 좋은 팔자 애닯고도 부럽더라
(표기는 현대 철자법으로 필자가 고친 것임)
여기에서도 음양의 분별로서 남자, 여자로 태어난 것을 수긍하면서도 출가하면서 시작되는 여자로서의 도리를 지켜야 하는 안타까움과 자유분방한 남자들의 삶에 대한 동경을 토로하고 있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에서 수집된 같은 제목의 가사 중에서 출가 후 여성으로서의 도리를 하며 살아가는 삶의 고달픔에 대한 토로를 살펴보자.
여자몸이 되어나서 인들아니 원통한가
누대종가 종부로서 봉제사도 조심이오
통지중문 호가사에 접빈객도 어렵더라
모시낳기 삼베낳기 명주짜기 무명짜기
다담일어 베를보니 직임방적 괴롭더라
용정하여 물여다가 정구지임 귀찮더라
밥잘짓고 술잘빚어 주사시에 어렵더라
세목중목 골라내어 푸재따듬 과롭더라
자주비단 잉물치마 염색하기 어렵더라
춘복짓고 하복지어 빨래하기 어렵더라
동지장야 하지일에 하고많은 저세월에
첩첩이 쌓인일을 하고한들 다할손가
줄저고리 상첨박아 도포짓고 버선지어
서울출입 향장출입 내일갈지 모래갈지
부지불각 총망중에 선문없이 찾는의복
사랑에 저양반은 세정물정 어이알리
한수만 부족하면 서리같은 저호령이
된소래 큰걱정이 비정지책 무삼일고
가는허리 부러지고 열손가락 다파여서
청렴하고 조심하야 굴나라고 하건만은
치하는 고사하고 애쓴공덕 바이없다
하해같은 이소견이 비부지라 알건만은
여자몸이 죄가되어 유구무언 말못하고
구곡간장 타는분을 속치부만 하자하니
사사이 생각하니 그아니 분할손가
자다가 꿈에나마 남자한번 되어보면
주점찾는 저남자는 묻는말도 대답없고
제가장한 남자라고 오늘보고 내일봐도
옆눈으로 비식보아 여자라고 업신여겨
숙덕숙덕 흉을보아 업시하고능멸하니
더욱분해 못살겠네
몇푼어치 안된남자 가소롭고 같잖더라
아모리 여잔달사 그만남자 양두하리
비록 여자로 태어났지만 본가에서는 부모의 자애로운 보살핌 속에 금이야 옥이야 자랐는데, 출가하여 반가의 며느리로 입문하게 되면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과 방적과 침선으로 온종일 시달리며 사는 여성으로서의 숙명을 참고 견뎌낸다.
“가는 허리가 부러지고 열 손가락이 다 파”이도록 일을 하고, “청렴하고 조심하야 굴나라고 하건만은 치하는 고사하고 애쓴 공덕 바이없다”라고 탄식한다.
오히려 남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멸시와 꾸중만 일삼으니 “여자 몸이 죄가 되어 유구무언 말 못하고 구곡간장 타는 분을 속 치부만 하자하니 사사事事이 생각하니 그 아니 분할손가”라며 지위가 낮은 여자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면서도 남자들의 무기력함과 추태를 “몇 푼어치도 안 되는 남자”라고 가소롭고 같잖다며 강렬히 비난하고 조롱하며 여자로서의 고단함을 카타르시스하고 있다.
신혼의 조심스러움,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해학적 표현으로 승화시켜
한편 혼례 후 아직 익숙하지 못한 신랑과의 해후, 그리고 시집살이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발산하기도 하였다. 경북 영천 자양면에서 수집된 <종제매 유희가>를 살펴보자.
그렁저렁 당혼하여 백년연분 즐길적에
신랑재화 어떠하며 시댁범절 어떠한고
남모르는 이내심사 간절하고 자즉하니
교배청 행례걸음 동방화촉 첫날밤에
지향없이 가랑없이 가슴이 두근두근
외면하고 돌아앉아 목고개가 빠지난듯
맑은코를 훌적이니 소리날적 저허하고
모구멍이 간질긴질 기침날가 겁나도다
그리저리 다닐적에 반갑기사 반가오나
옴족하고 조심되기 초행때와 다름없네
…
대리월 소리월에 신행날이 다갔거늘
시댁에서 재촉하고 친정에서 구박하여
성장하든 좋은집을 할수없이 떠난구나
어느듯이 시댁이라
정반상을 먹을적과 세수성적 하올적에
일동일정 어렵도다
훌적훌적 먹자하니 무뭇다고 흉을볼듯
얌전빼고 안먹자니 혼잖다고 흉을볼듯
눈을 괴이 뜨자하니 완악타고 아니할동
묻는말을 대답자니 말소리를 웃을런가
이리하기 난처하고 저라허가 어려워라
사찰하신 시누들이 묻기전에 가르치나
동동촉촉 조심되기 되는대로 할수없다
맛보자니 미안하고 안보자니 호슈하다
김치한쪽 먹자하니 와삭와삭 소리나고
쌈을 한쪽 먹자하니 입벌리기 불공하니
조석이라 치운후의 시방으로 돌아가서
살이혹시 보일세라 허리띠를 단속하니
음식소화 할 수 없어 트림이라 절로난다
이 가사에서는 누구나 겪게 되는 초야의 기대감과 수줍음, 그리고 신랑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해학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첫날밤에 신랑을 바로 바라볼 수 없어 돌아앉아 있자니 목이 빠질 듯하다는 것과 신랑 앞에서 기침이 날까 두려워하는 일 등 신혼부터 신랑에게 흉한 모습을 보일까 조심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긴장되는 시집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과 조심스러움을 다양한 삽화를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가사작품을 돌려 읽고 필사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의 고단함과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해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규방가사는 전통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읊어지고 있다. 영남지역에서는 지혜로웠던 여성의 삶과 경험, 특히 자녀 양육에 대한 소회와 출가 자녀에 대한 그리움, 노년의 한가로움과 신혼과 젊은 시절 시집살이의 고단했던 기억,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하게 된 여행의 소회 등을 가사로 읊어 그들의 삶을 반추하며 슬픔을 정화淨化하고 고단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글·조춘호 대구한의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 사진·문화재청, 간송미술관, 한국학중앙연구원
/ 문화재청
계녀가(誡女歌)
조선시대의 내방가사. 계녀가사(誡女歌辭)라고도 한다.
《조선민요집성(朝鮮民謠集成)》에 수록되어 있다. 작자·연대 미상으로 영남지방에 전하나 내용이 비슷한 가사가 여러 지방에서 700여 편이나 발견되었다.
나이 찬 딸의 출가를 앞두고 여자의 규범이 될 만한 고사(故事)를 어머니가 자신의 시집살이 경험과 결부시켜 노래한 내용이다. 그것은 추상적인 훈계가 아니라 구체적이고도 주도면밀한 것으로서 양가의 부녀다운 예절을 갖추도록 일깨워주고 있다.
대체로 서언(序言)·사구고(事舅姑)·사군자(事君子)·화동생지친(和同生至親)·봉제사(奉祭祀)·접빈객(接賓客)·태교(胎敎)·육아(育兒)·어비복(御婢僕)·치산(治産)·행신(行身)·항심(恒心)·결언(結言) 등의 순으로 되어 있다.]
아해야 들어봐라
내 본래 소루하야 범사에 등한하고 자녀지정 바이 없어 오남매 너 하나를 십칠년 생장토록 일언반사 교훈없이 자행자재 길렀으니 견문이 바이 없어 일무가관 되었으니 연거장성 하였으며 모작이 구혼하니 울산산성 엄씨댁에 길연이 거리런가 문벌도 좋거니와 가법이 장할시고 층층분 인심인물 뉘 아니 칭찬하리
사심이 과협하야 일언에 결약이라 무어지절 염유일에 도요시절 되었구나
존압청 빈주 석에 현서를 맞아보니 표연한 저 거동이 계군에 서봉일세 심중두제 군자태요 고명 현달 부귀상이 택서고망 맞혔으니 의기가인 어찌할가 내 옆에 생각하니 좋은 중에 걱정이라
너 비록 미거하나 자질이 방자하니 교훈이나 하여볼가 오날날 본선하니 깨쳐나면 되나니라
고사에 실린 말삼 역력히 있건마는 장황하여 다 못하고 대강으로 기록하니 자세히 들어두고 명심하야 잊지마라
태임태사 착한 사적 만고에 유훈이요 그 남은 유자군자 여자 중에 몇몇인고 지금도 짐작하면 옛사람뿐이로다
인문이 생긴 후에 오륜이 쫒아나니 규중에 여자로서 다 알 수야 있나마는 칠거지악 옛 법이라 삼종지도 모를소냐 그 중에 사친지도 백행중에 으뜸이라 효자의 애일지심 백년이 순식이니 순식간 사친사를 일시인들 잊을소냐
은공히 뜻을 두고 지성으로 봉양하되 혼정신정 삭달 사관 대체로 하련마는 사질이 있으나마 냉철없이 있지 말고 자주자주 나아가서 기운을 살핀 후에안색을 화케하며
소릴르 낮초와서 문안을 드린 후에 음식을 묻자오며 잠죽히 기달려서 묻난 말삼 대답하고
음식을 공제하되 구미를 맞초와서 찾기를 기대말고 때 맞초와 드리오며
없다는 청탁마라 성효가 지성하면 얼음 속에 잉어 나고 설중에 죽순이라
의복을 받아 오되 한서를 살펴봐서 철철이 때를 찾아 생각 전에 바치오며
품 맞고 길이 맞고 일념에 조심하고 기운이 청쾌되야 황황한 이 모양이 주야에 전립이라
잠시도 잊지말고 탕로를 친집하며 급 한중 정신차려 약물을 조심하라
효성이 극진하면 복상이 쉽사오니 복상이 되신 후에 평시와 가깝거든 안색도 화케하며 몸수검도 하나니라
시키신 일 있삽거든 물러가 진작하되 동동촉촉 조심하야
하다가 의심커든 다시금 사려하되 불안키 알지말고 자망으로 하지마라
내 난 것이 자망이요 내 난 것이 병통이라 먹던 술도 떨어지니 아난 길을 물어 가라
꾸중이 나리거든 황급히 들어보면 무비 다 교훈이라 교훈없이 사람되리 옳다고 발명말고
그르거된 자죄하되 속속히 개과하여 두 번 허물 짓지마라
한두 번 글러지면 옳던 일도 글러지고 한두 번 옳은 뒤난 용서가 쉬우니라
하해 같은 자정으로 더구나 감격하야 다시금 조심하라
쓰시난 기물 등도 애중히 녀기거 된 하물며 친동기야 부모일신 갈랐으니 그 아니 친애할까
소소한 일 허물 말고 내 도리다 극진하면 남이라도 화합커든 동기야 이를손가
형제가 개우하면 화락자심 하나니라 인간애 우애보전 내간에도 매였으니
우애가 끊어지면 화기가 다시 없어 가도가 부재하면 그 아니 한심하리
일척포 일승곡을 있난대로 갈라하고 우애만 생각하니 재물을 의론마라
재물 끝에 의 상하면 형제가 남과 같다
천륜으로 생긴 우애 나날이 솟아나니 형우제공 각각하면 육족도 되려니와 차차로 추원하면 봉선지심 절로 난다 예수를 다 알소냐 칭가유무 형세대로 제 일이 당하거던
전기에 조심하야 의복을 씻어 입고 제계를 정히 하되 부정지색 보지말며 부정지성 듣지말고
각자가 제수등물 정결토록 조심하야 한가지나 잊을세라 차차로 생각하야
정성이 지극하고 근고처장 그 가운데 신도가 흠향하고 여음이 있나니라
조선의 기친 문호 그 아니 극중한가 문호를 수호하여 접빈객 길할세라
의당에 통지 있어 손님이 오시거든 없다고 눈속말고 있난 것 사념마라
반가음 볼지라도 조심을 다시 하여 반찬이 유무간에 먹도록 대접하면
아모집 아모댁이 안흠세도 없거니와 밖에서 생색이라
접빈객 하자하면 사령없이 되겠나냐 비복은 사령이라 수족과 같으니라
귀천이 다르나마 그 도 또한 현육이니 살뜩이 거두우되 은위를 병시하라
위엄이 지중하면 중성이 전로 없고 은애를 과히하면 버릇없기 쉬우니라
의식을 살펴보와 기한이 없게 하며 의심 커던 쓰지마라 시킨 후에 의심마라 양반이 의심하면 속을 뜨나니라
죄가 있어 꾸짖어도 사정을 촌탁하여 위령을 세우나마 의리를 타이르면 감복도 하려니와 위우가 없나니라
인간에 대부귀난 운수에 관계하나 안치산 잘못하면 손해가 없을소냐
근검이 으뜸이나 알봐가며 할 것이며 절용이 좋다해도 쓸 때야 안 쓸쏘냐
범백을 요량 하야 중도에 맞게하라 못할 일을 한다하면 남에게 천히 뵈고 쓸 데를 아니 쓰면 남에게 득담한다
조선의 세전지업 한푼인들 허비하며 근로이 지은 농사 한 알인들 허용할까
직임조순 주식제의 여자의 본사로다
치산에 쓰난 기물 제 자리에 정해 두고 문호를 단속하며 실당을 정히하라
여인주조 할지라도 언어를 조심하라 남의 흉이 한 가지면 내 흉이 몇 가지냐
착한 사람 본을 받고 흉한 사람 경계하면 그 중에 사장 있어 내 사람 느나니라
부녀의 본 성품이 편협하기 쉽사오니 일잇에 못 참은 말 후회한들 미칠소냐
참기를 위주하고 속 너르기 힘을 써라 차차로 행해가면 그것도 공부되어 천성도 고치거던 허물이야 짓겠느냐
매사를 당하거던 식사를 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여라
식사는 헛일이라 남부터 먼저 아니 무색하기 측량있나
기름이 좋다하나 기름 끝에 흉이 있고 훼언이 설다해도 그것이 사장이라
훼언 듣고 자책하면 내 허물 내 알아서 다디사 명심하면 훼언이 예언되네
부녀 소리 높이하면 가도가 불길하니 빈계진명 옛 경계는 규범에 관계되니
진선진미 못할망정 유순하기 으뜸이라
주궁휼빈 하난 도와 시혜보은 하난 일이 옛부터 적선지가 차례로 기범있어 어른의 할 탓이라
네게야 관계있나 봉양군자 하난 도와 교양자녀 하난 법은 너의 듣기 수괴하야
아즉이야 다 못할다 너 사람 무던하니 허다한 경계지언 이만이만 뿐이로다
/출처 : 솔빛문학교실
계녀가(誡女歌)
시집가는 딸에게 시집살이의 규범을 가르치기 위하여 지은 가사인 규방가사(조선후기)
애야 내 말을 들어봐라.
내 본래 주의가 모자라서 매사에 등한하고 자녀지정이 별루 없어서
오남매 중에 너 하나만을 십칠년이나 자라도록 한마디 교훈도 없이 멋대로 자라게 했으니
배운 것이 없어서 하나도 볼 품이 없게 되었구나
나이를 먹고 자라 여럿이 구혼을 하여 울산산성 엄씨댁에 길연이 걸렸던지
문벌도 좋고 집안의 법도도 훌륭해서 여러 어른들의 인품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내 생각에 흡족하여 한 번에 허락하였다
무오지월 염육일에 결혼하는 좋은 날이 되었구나
식장의 손님과 주인자리에 어진사위를 맞이니 시원스러운 저 행동이 닭중에 봉황이로구나
행동이 어김없는 군자의 태도는 귀하게 될 상이다
이런 사위를 고르던 나의 소망이 맞았으니 신부는 어떨까
속으로 생각하니 좋은 중에도 걱정이다
네가 비록 사리가 어둡지만 본성이 무던하니 교훈이나 들려 주겠다
오늘날 하는 말이 네가 듣기에는 꿈같겠지만 너의 본성이 선하니 깨우치면 되느리라
고사에 실린 말씀이 뚜렷이 있지만은 장황해서 다 못하고 대강 적어보니 자세히 들어보고
명심하고 마음에 새겨 잊지말아라
태임태사의 착한 행적은 만고에 전해진 가르침이요
그 외의 여자 군자가 여자 가운데 몇이나 있겠는가
지금도 짐작해 보면 옛사람들 뿐일 것이다
문화가 생긴후에 오륜이 이어 생겼으나 규중의 여자로서
다알 수야 있겠냐만은 칠거지약과 삼종지도를 모르겠느냐
그중에 사친지도는 백행중에서도 으뜸이다
효자의 애일지심 백년이 잠깐이니 잠시 동안 부보 섬기기를 잠시라도 잊을수 있겠느냐
온순하게 공경하기에 뜻을 두고 지성으로 봉양함에 있어
혼정신성 석달사관을 대체로 하련마는
사정이 있어도 깜박 잊지말고 자주 나가서
시부모 기색을 살핀후에 얼굴색을 부드럽게하고 목소리를 작게해서 문안인사를 드린후에
음식을 여쭙고 말없이 기다려서 묻는 말에 대답하고 음식을 받지는데
입맛에 맞추어서 찾기를 기다리지말고 때를 맞추어서 드리고 없다고 핑계대지 말아라
참된 효성이 극진하면 얼음속에 잉어가 나오고 눈속에서 죽순이 오른다
의복을 드릴 때 날씨를 살펴서 계절에 따라 찾으시기 전에 바치고
품과 길이가 맞는지 진심으로 조심하여라.
기운이 쇠약해져 병이 생기시면 당황하는 모습으로 밤낮으로 걱정하며 울어라
잠시도 잊지말고 탕로를 손수들고 일하고 시급한 중에도 정신을 차려서 약을 조심해라.
효성이 극진하면 회복하여 평소와 같아지거든 안색도 밝게 하고 몸치장도 하느니라.
동동촉촉 조심하여 민첩하게 생각하며 하다가 의심이 나거든 다시 여쭈어보되
죄송하게 생각말고 버릇없이 잘난체 하는 것이 병통 먹던 숟가락도 떨어지니 아는 길도 물어가라
꾸중을 하시거든 황공히 여기며 들어보면 그것이 다 교훈이다 교훈없이 사람이되느냐
옳다고 변명하지 말고 잘못하였거든 자백하고 빨리 그 잘못을 고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마라
잘못을 되풀이하면 옳은일 까지도 의심을 받기 쉽고 옳은 일이 되풀이 되면 잘못도 용서 받기 쉬우니라
바다 같이 넓은 인자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시거든 더욱더 감격하여 조신하게 행동해라
자기가 쓰는 물건도 소중히 여기건만 하물며 형제 간이야 한 부모 몸에서 났으니
그 아니 중요하며 친애하지 않겠느냐 작은 일을 허물하지 말고 너의 도리만 극진히 하면
남이라도 화합하는데 형제간이야 이를말인가 형제가 의가 좋으면 화락차담한다
인간의 우애를 지키는 것은 집안 여자에게도 달여있다
우애가 끊어지면 화기가 다시 없어 집안의 법도가 무너지면 한심하지 않겠는가
적은 베와 적은 곡식도 있는데로 나누어갖고 우애만 생각하고 재물을 따지지마라
재물 때문에 의상하면 형제가 남과 같다 천륜으로 생긴 우애 나날이 솟아나니
형우제공 각각하면 일가가 화목해 진다
점차로 조상을 따르면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난다 예절을 다 갖출수 있느냐
집안 살림의 형편대로 제삿날이 되거든 미리 조심하여 의복을 빨아 입고 재계를 정히하고
부정한 색을 보지말며 부정한 소리를 듣지말고
온갖 제사에 쓰는 음식은 정결하도록 주의하여 한가지라도 잊을까 차근히 생각해라
정성이 지극하면 향불이 타오르는 가운데 혼령이 제물을 받고 조상이 베푸는 복이 있느니라.
조상이 물려주신 집안 중요하지 않겠는가
집안의 명예를 수호하며 손님대접을 잘하여라
외당이 연락이 있어 손님이 오시면 없다고 눈을 속이지 말고 있는 것을 아끼지마라
밥상이 음식을 차릴때도 다시 한번 조심하여 반찬이 있건 없건 간에 잘 먹을 수 있도록 대접해라
손님이 돌아가 하는 말이 어느집 어느 부인이 허물도 없다고 밖에서 자랑한다
손님을 대접하려면 심부름꾼 없이 되겠느냐
남녀 종은 심부름 꾼이라 수족과 같다 신분은 다르지만 그들 또한 한 식구와 같다
알뜰이 가두우되 은혜와 위엄을 동시에 베풀어라
위엄이 지나치면 절로 충성이 없고 은정과 애정이 지나치면 버릇이 없어지기 쉽다
입고 먹는 것을 살펴주어 춥고 배고픈 것이 없게하라
의심이 들거든 시키지말고 시킨후에 의심하지마라
양반이 의심하면 틈만 나면 속이는 마음을 갖는다
죄가 있어서 꾸짖어도 사정을 알아보고 위엄을 세워서 의리로 타이르면 감복하고 뒤탈이 없다
이가의 부귀는 운수에 달렸지만 안살림을 잘못하면 손해가 없겠는가
근검이 으뜸이지만 일을 봐가면서 해야한다 절약이 좋다고는 하지만 쓸 때는 써야한다
온갖일을 생각하여 적당히 알맞게 해라
못할일을 한다고 하면 남에게 천하게 보이고 쓸 때 안쓰면 남에게 말을 듣는다.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주신 가업 한푼인들 허비하며 성실이 지은 농업 한 톨인들 낭비할까
직임조순 주식지의는 여자의 본래 임무니라
치산에 쓰는 기물은 제자리에 바로두고 대문과 창호를 단속하며 방과 마루를 깨끗이해라
남과 이야기 할지라도 언어를 조심해라 남 의 흉이 한가지면 내 흉은 몇 가지 겠는가
착한 사람 본을 받고 흉한 사람은 경계하면 그중에 스승이 있어서 내 사람됨이 는다
여자의 본 성품이 편협하기 쉬우니 일시에 참지 못하고 한 말 후회하면 뭐하느냐
참기를 위주로하여 속 넓히기에 힘을 써라
점차 행해가면 그것도 공부가 되어 천성도 고치는데 잘못이야 저지를까
매사에 거짓말을 하지말고 진정으로 하여라 거짓말은 헛일이다
남부터 먼저 알아차리니 부끄럽기 한이 없다
칭찬이 좋다 하지만 칭찬 끝에 흉이 있다 헐뜯는 말이 서운하다 하지만 그것이 스승이 된다
헐뜯는 말을 듣고 자책하여 나의 허물을 내가 알아서 다시금 명심하면 꾸짖는 말이 칭찬이 된다
여자의 소리가 크면 가문의 법도가 불길하니
빈계신명의 옛 경계의 말은 부인의 도리에 관계되어 진선진미를 못할망정 유순하기가 으뜸이다
주궁휼빈하는 것과 시혜보은 하는 일은 예부터 적선지가 차례로 규범이 있어서 어른이 할 일이다
그러니 그것이 너와 관계가 있겠느냐 네가 듣기 부끄러워하여 아직 못하겠다
너의 사람됨이 무던하니 많은 견계지언 이만 하겠다.
계녀서(戒女書) / 우암 송시열
권유(權惟:1625-1684)에 시집간 맏딸에게 명심해야 할 여러 행실들을 기록해준 책으로, 시집간 딸을 걱정하고 살피는 아버지로서의 자상함을 느낄 수 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자가 갓을 쓰게 되면(어른이 됨) 아버지께 절을 하게 되고, 여자가 시집을 가게 되면 어머니께 절을 한다고 하였으니 여자의 행실을 아버지가 가르칠 일은 아니지만 네가 비녀를 꽂기에 이르러 행실이 높은 집으로 출가를 하니 마지못해 대강 적어 주는 것이니 늙은 아버지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고 간단히 줄인 말이라 생각 말고 힘써서 행하도록 하여라.
부모를 섬기는 도리
아버지가 낳으시고 어머니가 기르시니 부모가 없으면 이 몸이 어떻게 세상에 태어나며 포대기에 싸인 젖먹이 때부터 성장하도록 부지런히 애쓰신 은혜를 생각하면 하늘이 끝이 없거늘 어찌 이를 잊으리오
옛사람이 말씀하시길 사람은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은혜를 안다고 하였으니 머지않아 너도 부모가 되어 이를 알게 될 것이다.
남편 섬기는 도리
부부사이는 극진히 친밀하고 공경하는 것이 지극한 도리이므로 말하는 것이나 일상 생활하는 것이나 나설 때와 조용히 할 때라도 마음을 놓지 말고 높은 손님 접대하는 듯하여라.
시부모 섬기는 도리
시부모 섬기는 것을 제 부모 섬기는 것 보다 중요하게 할지니 나서고 조용히 할 때와 말하고 행할 때 부디 무심히 하지 말고 극진히 섬기도록 하여라.
형제 화목 하는 도리
형제는 한 부모의 피와 기운을 나누어 받아 같은 젖을 먹고 한집에서 자라며 그러다가 결혼한 뒤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게 되지 않아 자연히 공경함이 부족하고 심하게는 서로 미워하고 헐뜯는 일이 있게 되니 이 어찌 참혹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재물을 탐내고 욕심이 많아져 인연을 끊고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이 많으니 부디 조심하여라.
친척 화목하는 도리
친(親)은 같은 성(姓)의 겨레요, 척(戚)은 다른성의 겨레이다. 그 중에 촌수(寸數)의 멀고 가까움이 있고 정(情)의 두터움과 얇음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돌아간 조상의 자손인 것이다 옛사람이 9대가 함께 살되 화목하는 법이 ‘참을 인(認)자 백개를 써 붙였다’고 한다. 화목하는 도리는 참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자식 가르치는 도리
딸자식은 어머니가 가르치고, 아들자식은 아버지가 가르친다 하거니와 아들자식도 글을 배우기 전까지는 어머니한테 있으니 어릴 때부터 속이지 말고 너무 때리지 말고 글 배울 때도 순서없이 권하지 말고 하루 세 번씩 권하여 책을 읽히고 잡된 장난을 못하게 하고 보는 데서 드러눕지 말게 하고 세수를 일찍하게 하고 친구와 약속하였다고 하거든 시행하여 남과 실언치 말게 하고 잡된 사람과 사귀지 못하게 하고 일가 제사에 참례하게 하고 온갖 행실을 옛 사람의 일을 배우게 하고 15세가 넘거든 아버지에게 전하여 잘 가르치라 하고 모든 일을 한결같이 가르치면 자연히 단정하고 어진 선비가 되느니라. 딸자식도 가르치는 도리는 같으니 모두 다부지게 하여 가르치고 행여나 병이 날까 하여 놀게 하고 편하게 하는 것은 자식을 속이는 것이니 부디 잘 가르쳐라.
제사 받드는 도리
제사는 정성을 다하면서 정결(淨潔)히 하며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으뜸이니 몸을 정결히 하여 제사를 잘 받들면 자손이 복을 받을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남의 제사를 차려 보내거나 아버지의 친구에게 제사 음식 등을 차려 보낼 때에도 다 내집 같이 하고 남에게 보내는 것이라 하여 불결하게 하면 덕을 쌓는데 해롭고 복이 상하게 되는 것이니 부디 조심하여라.
손님 접대하는 도리
부유하고 귀한 손님이 오면 조심하여 잘 대접하고 가난하고 천한 손님이 오면 대수롭지 않게 하여 대접하는데 이는 덕스럽지 못한 행실이다.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은 잘 구별하여 대접하더라도 귀하고 천한 것과 가난하고 부유한 것은 부디 구별해서는 안 되느니라.
투기(妬忌)하지 말라는 도리
투기란 것은 부인의 제일가는 악행이므로 다시 쓰는 것이다. 내 아무리 망령되나 너를 없이 여기며 네 남편이 얻지도 않은 첩을 위하여 투기 말라고는 하랴 마는 부인의 행실에 지극히 중대한 일인 까닭에 다시 써서 거듭 경계하는 바이다.
말씀을 조심하는 도리
옛 속담에 여자가 시집을 가면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다”라는 말이 있다. 장님이란 말은 보고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며, 귀머거리란 말은 듣고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말이며, 벙어리란 말은 필요하지 않은 말은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니. 말을 삼가는 것이 으뜸가는 행실인 것이다. 백가지 행실 가운데 말을 삼가는 것이 제일가는 공부이니 부디부디 조심해서 뉘우침이 없게 하여라.
재물 절약하는 도리
재물이라 하는 것은 한이 있고 쓰기는 무궁하니 알아서 쓰지 못하면 나중에는 지탱하지 못하고 자녀들 결혼도 못시켜 상인이 되는 이가 많으니 두려운 일인 것이다. 만승(萬乘)천자라도 재물을 아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거든 하물며 필부의 집이야 절약해 쓰지 아니하고 재물이 어디에서 날 것인가.
제사 지낼때도 지나치게 장만하지 말고, 부질없는 허비를 하지 말고 의복과 음식을 너무 사치하지 말고 허탕한 일을 일체 하지 않으면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집을 잘 다스리는 법은 절약해서 쓰는 일 밖에 없는 것이다.
일을 부지런히 하는 도리
어미가 부지런해야 그 집을 잘 보존하고 게으르면 배고픔과 추위에 떨게 되어 혼사를 못하면 남도 천하게 여기게 되고 내 몸이 궁(窮)하여 마음이 부끄러운 것이다. 부디 부지런하기를 위주로 하여라.
병환 모시는 도리
내 부모나 시부모나 남편이 병을 앓게 되거는 머리를 빗지 말고 말소리를 크게 하지 말고 소리 내어 크게 웃지 말고 병 구원하는 사람과 의원을 부디 잘 대접하여라.
의복과 음식하는 도리
의복과 음식을 사치하게 가르칠 일은 아니지만 부인의 맡은 바가 의식 밖에는 없으니 의식이 용렬하면 부인네를 업신여기나니 옛글에 이르기를 부인이 규중에 있으나 알아야 할 일이 있으니 손님이 오면 음식을 보고 남편이 나가면 의복을 본다고 하였으니 어찌 살피지 아니하겠는가. 부인이 능란하면 한 가지 음식과 한 가지 의복을 하여도 봄직하니. 부디 정(正)하고 다시 정하게 하여 남이 웃지 말게 하여라.
노비 부리는 도리
부디 불쌍해하고 꾸짖지 말고 매칠 일이 있어도 꾸중하며 심하게 치지 말아라. 노비의 어린자실이라도 어여쁘게 여기고 병이 들거든 부모와 자식과 동생이 있는 노비는 죽을 쓸 쌀을 주고 돌볼 사람이 없는 노비는 다른 사람을 시켜 병구완을 하게 하고 위엄과 은혜를 아울러 행하면 자연히 충성스러운 노비가 되는 것이다.
꾸며(대(貸) 받는(수(受)) 도리
어지간하여 꾸지 않아도 견딜만 하거든 꾸지를 말아라. 부질없이 꾸기와 빚내기를 즐기다가는 갚을 때 공한 것 같으며 집이 자연 가난해 질 것이다.
꾸어 줬는데도 안 갚는 사람이 있으니 세 번까지 재촉하고 그 후에도 갚지 않고 다시 꾸어달라고 하거나 빚을 내어달라고 하면 그 때는 주지 말고 약간 그냥 주어 보내고 부디 연락하여 받으려 하지 말고 잊어버리면 스스로 부끄러워할 것이다.
팔고(매(賣)) 사는(매(買)) 도리
물건을 살 때에는 마음속에 생각하기를 내가 팔면 얼마를 받겠다고 헤아려 보고 팔 때 생각하기를 내가 사게 되면 얼마를 줄 것이라고 값을 대충해서 사고 팔면 자연히 마땅한 값대로 되는 것이다.
비손(소원) 하는 도리
무당과 소경(장님)의 말을 듣고는 기도하지 말고 혹 동네에서 굿을 하면 부인들이 굿을 보려고 가는 사람이 있으니 그런 한심하고 꼴답지 않은 행실이 어디 있겠는가 내 자손 중에 그러한 자손이 있을까 두렵고 또 걱정하는 것이다. 절에 가서 시주 불공하는 것은 더욱 허무하니 마음먹지도 말아라.
중요로운 경계(중요하게 경계하는 말)
사람이 귀하고 천하고 가난하고 부유함은 모두 정해진 분수에 달려있으니 남이 귀하고 벼슬이 높으며 집이 부유한 것을 보고 부러워 하지 말고 사람이 모든 일에 만족할 줄 알면 마음이 자연히 평안해 질 것이다.
추워도 나만큼 못 입는 사람을 생각하고 배고파도 나만큼 못 먹는 사람을 생각하면 자연히 부족한 근심이 없을 것이다. 사람이 대체로 교만하지 않은 것이 큰 덕이니 미천한 사람을 보아도 업신여기지 말고 추워하고 굶는 사람을 보아도 업신여기지 말고 불쌍하게 여기고 남의 것을 나무라지 말고 내 것을 자랑하지 말면 자연히 시비(是非)가 없게 되느니라.
옛 사람과 착한 행실이라
왕상과 맹종은 부모님께서 병환이 있어 겨울에 죽순과 잉어를 구하고 있었는데 맹종은 대밭에 가서 울었더니 죽순이 눈속에서 자라나고 왕상은 물가에 가서 울었더니 얼음이 터지면서 잉어가 나온 것이다.
네가 아직 어른이 못되어 시집을 가니 늦도록 내 곁에 두어 가르치지 못하고 남의 집에 보내므로 행여 인사(人事)와 여러 가지 일을 어찌할 줄 모르는 까닭에 내가 답답하고 민망하여 여러 가지 소견으로 써서 세세하고 구차하게 경계하여 이르나니 부디부디 뼈에 새기고 마음에 적시어 이 책을 한 달에 두 세 번씩 보아 잊지 말아라.
남자의 소학(小學)과 같이 알아 이 책을 공경하고 시가에 가서 크고 작은 일에 네 허물로 말미암아 부모에게 시비가 없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효도가 되니 이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고 모든 일을 하면 세가 비록 내 곁을 떠나 있어도 나의 슬하에 있어 내 말을 듣는 듯 할 것이니라 부디부디 명심하여 경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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