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아름다운 그림이냐, 진실한 그림이냐
동아일보입력2014.07.08 03:07
전시장에서 아름다운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관객들이 많다. 평화와 위안, 기쁨을 안겨주는 미술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19세기 프랑스 화가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그림을 소개한다.
두 아이가 구름 위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날개 달린 남자아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 나비 날개를 달고 있는 여자아이는 에로스의 연인 프시케다. 이 아름다고 사랑스러운 작품은 당시 대중들이 왜 부게로의 그림에 그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는지 알려준다. 그는 첫 키스라는 달콤한 주제를 선택한 데다 어린 연인들을 인간적인 결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로 표현했다. 특히 두 아이의 꿀 피부, 귀와 뺨의 붉은색, 순백색의 구름, 파란색 천의 색채 대비 효과와 사실적인 묘사 능력은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다.
그러나 미술상의 수상자로, 아카데미 미술의 거장으로 영광을 누렸던 부게로는 점차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혁신적인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살롱에 전시되는 것을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던 보수파의 대표적인 화가였기 때문이다. 전통미술의 수호자인 그의 예술관은 어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회화에서 나는 이상주의자이다. 나는 예술에서 아름다운 것만 보고 싶다. (…) 물론 새로운 예술이라고 우기는 화가들이 존재한다. 도대체 그들이 자연의 추함을 그대로 그리는 의도가 무엇인가. (…) 화가의 임무는 미와 진실을 찾는 것이다.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아름다움을 희생하는 현대미술과 진실보다는 아름다움이 더 소중한 전통미술. 과연 진실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술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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