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山園小梅 [산원의 작은 매화]

含閒 2014. 3. 19. 18:20

임포의 산원소매(삼도헌의 한시산책 315)

우봉 조희룡, <매화서옥도>, 19세기, 종이에 담채, 106.1× 45.1cm,, 간송미술관 소장

山園小梅 [산원의 작은 매화]

임 포(林逋)

衆芳搖落獨暄姸(중방요락독훤연) 모든 꽃들 졌는데 홀로 화사하게 피어

占盡風情向小園(점진풍정향소원) 풍정을 독점하고 소원으로 향했네

疎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물 맑고 얕은 곳에 성긴 그림자 기울어 있고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달빛 황혼 속에 은근한 향기 감도네

霜禽欲下先偸眼(상금욕하선투안) 흰 새가 내려오다 먼저 훔쳐보고

紛蝶如知合斷魂(분접여지합단혼) 흰 나비도 알면 마땅히 애끓으리라

幸有微吟可相狎(행유미음가상압) 다행히 작은 읊조림 있어 서로 친할수 있으니

不須檀板共金樽(불수단판공금준) 단판이나 금 술잔이 필요치 않으리라

- 暄姸(훤연) : 선명하고 미려(美麗)함. - 風情(풍정) : 풍채(風采), 정운(情韻).

- 疎影(소영) : 매화의 가지를 말함. - 合(합) : 應該(응해). 마땅히~할 것이다.

- 斷魂(단혼) : 消魂(소혼). - 檀板(단판) : 노래에 박자를 맞추는 박달나무로 만든 판.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남쪽으로부터 매화소식이 들린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꽃을 피운 뒤

비교적 오랫동안 꽃을 달고 있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는 겨울을 견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도 하며,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라고도 한다.

선비의 고아한 품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매화만한 식물이 드물기에

문인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소재이기도 하다.

매화를 아낀 사람 가운데 중국 송대 임포(林逋)는 인구에

널리 회자되는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는 송나라 완열(阮閱)이

편집한 <시총(詩總)>에 나온다. 임포는 지금의 항주 서호 근처의

고산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그는 20여년 은거하면서 시내로 출입하지

않고 호수에 조각배를 띄워 노닐며 시를 지었다고 한다.

시중드는 아이가 호수에서 학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손님이 왔다고 알리면 초가로 귀가해서 손님과 담론을 나누었다.

그는 독신으로 지내면서 아내와 자식대신 주변에 수많은

매화나무를 심고 학을 기르며 즐겁게 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으면서 풍류를 즐기는 은자라는 의미에서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말했다.

임포는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했다. 그는 많은 시를 지었으나

세상에 남아있는 시는 그리 많지 않다. 그의 시 가운데 문인화가들이

화제로 즐겨 사용하는 매화시가 몇 수 있는데 가장 유명한

시가 ‘산원소매(山園小梅)’이다. 일찍이 송대 구양수(歐陽修:1007~1072)는

이 시의 세 번째 구절과 네 번째 구절을 보고 감탄하면서

“일찍이 매화를 노래한 시는 많지만 이 구절보다 뛰어난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문인화가들이 매화를 그린 뒤 화제로 즐겨 쓰는

‘소영횡사(疏影橫斜)’가 셋째구이고, ‘암향부동(暗香浮動)’이 넷째구이다.

특히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이란 구절은 매화와

달이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후각과 시각의 감흥을 절묘하게 살린 표현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구절이다.

지금도 문인화가들은 매화를 그린 뒤 암향이란 말을 빈번하게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금년 봄 매화를 보면서 임포를 생각해 보고, 그가 읊었던

매화시를 떠올려보자. 멀리 남쪽으로 탐매여행을 떠나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곳에 있는 매화를 찾아 봄기운을 느껴보자.

만약 달빛이 은은하게 매화 위에 내려앉는 밤이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1000년 전 임포가 느꼈던 ‘암향(暗香)’의 운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임포(林逋; 967~1028)

자는 군복(君復), 전당(錢塘: 지금의 절강성 항주시杭州市) 출신이다.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은거하며 20년 동안 성시(城市)에 출입하지 않았다.

처자가 없는 독신으로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는 것을 즐겨하여 당시

사람들이 "매화를 처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梅妻鶴子)"라고 말했다.

사후 화정선생(和靖先生)이란 시호(諡號)를 받았다.

그의 시풍은 만당(晩唐)의 가도(賈島)와 요합(姚合)의 영향으로

평담청준(平淡淸雋)한 풍격을 보이고 있다. 시의 내용은 산림을 벗하며서

은거생활을 묘사한 것이 많은 편이다. 특히 매화시로 명성을 크게 얻었다.

저서에 『임화정선생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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