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상남자, 경상도 사나이'
4일부터 업무를 개시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이사(CIO)에 대해 업계가 붙이는 수식어입니다. 호칭에서 미뤄보듯 그의 스타일은 분명합니다. 남성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동시에 인력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그의 '큰형님' 리더십은 벌써부터 발휘되고 있습니다. 홍 CIO는 취임식 직전에 기금운용본부 실장들과 티타임 시간을 가지고 "행정은 내가 모두 책임질 테니 실장들은 운용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부에서도 "시원시원하다", "보스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홍 CIO가 기금운용 일선에 나서기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신탁본부장 및 자금시장그룹 대표(부행장),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등의 요직을 거치며 영업부터 상품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에게 적합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하나은행 시절 그와 같이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홍 CIO는 업계에 입문한 이후 안 해본 게 없는 팔방미인"이라며 "자본시장을 바닥부터 꿰고 있기 때문에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대충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홍 CIO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은 '관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CIO는 기금 410조원을 관리하는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립니다. 주식, 채권, 사모펀드(PEF), 부동산 등에 이르기까지 투자 분야를 막론하고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신임 CIO의 최우선 과제는 해외투자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의 혁신적인 변화"라며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기금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 때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의 80% 이상이 국내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국내주식만 76조원을 보유해 전체 증시 비중의 6%를 넘어선 형편입니다. 기금규모는 2040년까지 2500조원으로 불어날 예정이라 국내 자본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지속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대상을 거래할 때마다 가격이 요동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홍 CIO는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효율적인 '관리'와 새로운 투자대상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합니다. '발굴'의 과정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도 기회를 줄지 여부 역시 결정해야겠지요. 그동안 국민연금은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해외 위탁사 선정에서 국내 업체들을 철저하게 외면해 왔습니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하지만 홍 CIO는 하나은행 재직 시절에 국내 최초의 ABS(자산유동화증권),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의 발행을 이끄는 추진력을 보여줬던 바 있습니다. '경상도 상남자'의 저돌성을 고려했을 때 투자대상 확보와 관련해 최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