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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준우승' 정현 "테니스는 내 운명"

含閒 2013. 7. 8. 11:04

'윔블던 준우승' 정현 "테니스는 내 운명"

일간스포츠 | 박소영 | 입력 2013.07.08 07:18 | 수정 2013.07.08 10:36

 

[일간스포츠 박소영]

안경을 써도 눈이 침침했던 아이가 한국 테니스의 희망으로 자라났다.

남자 테니스 주니어 세계랭킹 41위인 정현(17·삼일공고)은 7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에서 열린 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에서 주니어 7위 잔루이지 퀸치(17·이탈리아)를 0-2(5-7, 6-7)에게 아쉽게 져 준우승했다. 하지만 정현은 윔블던에서 1994년 전미라(35)가 주니어 여자 단식 준우승 이후 19년 만에 남자 단식에서도 준우승을 일궈내며 세계에 한국 테니스의 저력을 알렸다. 2009년 이형택(37) 은퇴 후 침체기였던 한국 테니스의 미래도 밝아졌다.

정현은 이번 대회 파란의 주인공이었다. 주니어 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18·호주), 6위 보르나 코리치(17·크로아티아), 30위 막시밀리안 마르테레르(18·독일) 등을 제압했다. 그러나 퀸치는 넘지못했다. 퀸치는 12세·14세·16세 국제대회에서 1위를 했던 선수로 경험이 풍부하다. 정현은 결승에서 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현은 2세트에 메디컬 체크를 갖고 발바닥 물집을 치료 후 붕대를 감고 나섰지만 아쉽게 졌다.

정현은 테니스 가족 틈에서 자랐다. 아버지 정석진(47)씨는 실업 테니스 선수로 뛰었고, 현재 삼일공고에서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형 정홍(20)은 건국대 테니스 선수다.

정현은 일곱 살 때까지 테니스를 직접 쳐본 적은 없다. 어머니 김영미(44)씨는 "현이는 공부를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계속 눈을 찡그려서 안과에 가보니 심각한 약시라고 했다. 안경을 써도 교정시력이 썩 좋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의사는 잔 글씨를 오래 보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했다. 책 대신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을 많이 봐야 한다는 말에 김씨는 바로 테니스를 떠올렸다. 그는 "테니스 공도 코트도 녹색이지 않나. 현이에게는 테니스가 운명이다"며 웃었다.

정현은 열 두 살 때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 주니어대회인 오렌지볼과 에디 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 12세 이하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11년 오렌지볼 16세 부도 제패했다. 삼성증권 후원을 받아 올해 성인 투어를 뛰기 시작한 정현은 6월 김천국제퓨처스 대회에서 한국 선수 중 역대 최연소(17세1개월) 퓨처스 단식 우승 기록을 세웠다. 현재 세계랭킹은 514위다.

정현의 장점은 노련한 위기관리능력이다. 유진선 SBS ESPN 해설위원은 "정현은 두뇌회전이 빠르다. 아버지를 따라 고교대회를 다니면서 수 백 경기를 보고, 자기만의 경기 운영 시뮬레이션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서브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형택은 "서브 넣을 때 어깨, 허리 등을 다 이용해 몸을 회전시켜 공을 쳐야 한다. 서브를 보완하면 나를 넘어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단식은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랭킹 2위 앤디 머레이(26·영국)가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머레이는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끝난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6·세르비아)를 3-0(6-4, 7-5, 6-4)로 완파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머레이는는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7년 만에 영국 선수로 윔블던 정상을 밟았다. 여자 단식은 마리옹 바르톨리(29·프랑스·15위)가 자비네 리지키(24·독일·24위)를 2-0으로 꺾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