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折菊(절국) / 국화를 꺾으며, 신광수(申光洙)

含閒 2012. 11. 30. 18:54

석북 신광수의 국화를 꺽어들고(삼도헌의 한시산책269)

석북의 그림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사관폭(高士觀瀑)’.

석북이 그림을 그리고, 친구가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折菊(절국) / 국화를 꺾으며

 

신광수(申光洙)

 

 

 

南山秋宿故人家(남산추숙고인가) :   남산에서 가을날 친구 집에 자고

 

折得歸時黃菊花(절득귀시황국화) :   돌아올 때 꺾은 꽃은 노란 국화꽃.

 

肩輿緩入楓林去(견여완입풍림거) :   가마타고 천천히 단풍 숲으로 들어가면서

 

笑向驪江白鳥誇(소향려강백조과) :   웃음 지으며 여강의 백조 향해 자랑하노라.

 

글자풀이

肩 : 어깨 견. 輿 : 수레 여. 肩輿 : 가마, 乘轎. 驪 : 검을 려. 誇 : 자랑할 과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18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75). 그는 고관대작부터 인생의

밑바닥을 살고 있는 하층의 인물들과 폭넒게 사귀면서 교유했다. 1761년 50세의 나이에 비로소

음보(蔭補)로 3년 동안 여강의 영릉참봉직을 수행하면서 벼슬살이를 시작했다.

궁핍과 빈곤 속에서 전국을 유람하며, 민중의 애환과 풍속을 시로 절실하게 노래한 시인이었다.

 

250년 전 석북이 보았던 국화는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서화에 능했던 그는

국화를 상찬한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석북집(石北集)에 실려있는 이 시에서 친구집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황국을 본 뒤 그 감흥을 노래하고 있다.

 

문인화에서는 국화를 일컬어 흔히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말한다.

즉,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라는 뜻으로,

국화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하여 선비와 사대부계층에서 특히 좋아했던 꽃이다.

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서리를 맞아가면서도 꿋꿋이 오래도록 꽃을 보이니 그럴만도 하다.

 

특히 황국은 국화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석북이 길가에서 황국을 보고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아

그 꽃을 꺽어서 쥐고 단풍이 가득한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미소짓는다.

가을호수 위에서 그림처럼 노니는 백조를 향해 그 감흥을 자랑하고 싶다는 시인의 소회는

이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정감에 빠져들게 한다. 오늘은 가족이나 연인을 위해 황국

한 다발을 사서 선물하면서 석북이 느꼈던 그 정취를 느껴보시기 바란다...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 1712(숙종 38) 서울~1775(영조 15)]

 

 

경기 교하출신. 조선 영조 때의 문인. 자는 성연(聖淵), 호는 석북(石北)·오악산인(五嶽山人).

본관은 고령(高靈). 집안이 남인이어서 초기에는 벼슬길이 열리지 않아 시작(詩作)에만

전념하였고, 서·화에도 뛰어나 문명을 떨쳤다. 음보(蔭補)로 참봉이 되고 1764년에 의금부도사로

탐라(耽羅)에 가서 그곳의 풍토·산천·조수(鳥獸)·항해상황 등을 적어 《부해록(浮海錄)》을 썼다.

72년 기로정시(耆老庭試)에 장원을 하여 돈녕부도정이 되고, 청렴한 선비임이 알려져

영조로부터 집과 노비를 하사받았다. 75년 승지에 올랐다. 과시(科詩)에 능했고,

그의 작품 《관산융마(關山戎馬)》는 당시 창(唱)으로 널리 불려졌다.

시는 한국의 신화와 역사, 현실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저서로 《석북집(石北集)》

《석북과시집(石北科詩集)》이 있다. 저서인 〈석북집〉은 시인으로 일생을 보내면서 지은

많은 시가 실려 있는데, 특히 여행의 경험을 통해서 아름다운 자연과 향토의 풍물에 대한 애착을

느끼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민중의 애환을 그린 뛰어난 작품집이다.

 

 

 

석북이 직접 쓴 간찰

 

 

 

 

 

석북집

 

 

삼도헌의 한시산책 269 / 2012년 11월 30일 발송

출처 : http://cafe.daum.net/callip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