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스크랩] 야사 - 유성룡의 길장가 이야기

含閒 2012. 11. 21. 15:11

 

 

유성룡의 길장가 이야기

서애 류성룡 [柳成龍, 류성룡, 1542 ~ 1607]

 

본관은 풍산(豊山)이요,  

자는 이현(而見)이며 호는 서애(西厓)로 임진왜란시에는

도체찰사로 전국의 군대를 총괄지휘하여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섰으며 후에 영의정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서애는 문관이었지만 임진왜란때 도체찰사로 정할만큼

무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화기 제조와

성곽 축조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서애 류성룡의 젊은시절 이야기로, 풍산 류씨 문중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내용상

그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것 같은데…

극구 부인하고 있어 야담으로 즐겨 주시기 바란다.

 

길장가드는 이야기

 

그가 전라도 장성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인데

가세가 넉넉하지는 못했어도 양반가의 자제였던고로

과거 시험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동문

수학하고 있던 학동들 중에는 가장 뛰어났다.

 

그가 18세 되던 해에 과거 시험이 있어,

그도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여장을

준비해 한양으로 출발하였다.

 

과거길에 오른 선비들의 모습은 그들의 생활형편에

따라 나귀에 배종 하인을 거느린 사람부터 성룡과

같이 왕복 노자에 짚신 10여켤레를 괴나리 봇짐으로

지고 가는사람들까지 다양했으나, 가는길이 워낙

장장 한달 가까이의 여정이라 한양으로 오르는 길에는

과거 시험을 보려는 각처의 양반가 자제들이 심치않게

모이게 되었고,  충청도를 지날 즈음에는 한떼의

무리로 수가 늘어나 주막에 묶게 되면 같은 방을

쓰기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하게 되어 모두가

길동무가 되었다.

 

이러구러 기호 지방에 이른 이들은 늦은 봄 나른하고

무료한 한낮을 보내다가 몇차례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또 다시  시험길에 올라 한양길이 익숙한 나이 들은

재수생(?)들이  심심파적으로 내기를 하자는

애기가 나왔다.

 

내기의 내용인즉슨, 길장가 들기라는 것인데 이는 일행

모두가 순번을 정한 다음 그들이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여자에게 장가를 드는 것으로 한다는 것이였다.

 

물론 할머니도 만날수 있고 젊고 아릿따운 젊은 처자도

있고 별별 여자를 다 만날수 있는 것이니 누가 가장

장가를 잘 드나 보고 잘 들면 한턱을 내야 한다는 거였다.

 

가세가 넉넉하지 못한 성룡은 혹여나 자기가 그런 경우를

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되긴 하였으나 일행들

모두가좋아라 하자는 것을 혼자서 못한다고 할수도

없어 묵묵히 따라 할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순번은 나이 순으로 했기 때문에 나이가 가장

어렸던 성룡은 몇일을 별일없이 지나게 되었다.

 

길장가를 잘드는 사람이 한턱을 내기로 했으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장가를 잘 못들었다고 한턱내고 조금 잘들은  

사람은 잘들었다고 한턱을 내서, 주막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이제 한양이 코앞인 과천에 접어들때까지 성룡을 뺀 일행

모두가 길장가를 들었는데 어떻게 된게 반나절이 지나도록

한사람의 여자도 만나지 못하고 남태령에 오르게 되었다.

 

고개 마루에 올라 정자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는데

한양쪽 고개길에 지금 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가마가

한 채가 올라오는게 아닌가..

 

일행 모두가 야~우~ 하는 함성을 지르며 성룡을 처다 보며

야~ 최고로 장가 잘간다 하며 부러움반 시샘반의 농을 건네였다.

 

정상에 오른 가마는 그들을 비켜 옆쪽으로 가는데 가마안에서

잠시 쉬어가자 하는 낭낭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게 아닌가?

 

그리고 잠시후 옆 언덕에 내린 가마에서 쓰개치마를 쓴 여인이

계집종의 부축을 받으며 내리는게 아닌가…..일행들은 탄성을

지르며 성룡을 보고 야 무얼해 한턱을 내야 할것 아니야..

 못 내겠으면 저 처자에게 말이라도 걸어야 봐준다..

등등 재촉이 자심했다.

 

왕복 노자밖에 준비하지 못한 성룡은 만약 이들을 데리고

그것도 한강나루 주막에 들려 술을 사야 한다면 노자가

떨어져 오도가도 못하게 될게 뻔했다. 그렇다면 피할수 있는

방법은 저들 말대로 저 처자에게 말이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을하게 되어 성룡은 용기를 내어 그 처자 곁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 말했다. 난 전라도 장성에 사는 류성룡이라 하는 사람이요.

이번에 과거를 보려 올라오는 길인데 오랜 장거리 여행에 무료함을   

달래려 동무들과 놀이를 하다가 그대가 내 상대가 되어 이런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이요.

 

무례를 용서하기 바라오. 그러자 그 처자가 자기 여종에게

이르기를 선비님께서 어디서 오시는 어떤 분인가 다시 한번

여쭈어 보라고 하는게 아닌가   성룡은 큰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전라도 장성에 사는 류성룡이요 하고……..

 

처자는 여종에게 말했다 선비님께 여쭈어라 변변치 않은 주효가

가마안에 있으니  선비 일행께 대접 하시라고…

자리를 펴고 계집종이 차려준 술과 안주는 그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는 성찬이고 맛있는 술이였다.

 

순식간에 먹어치운 일행들은 서둘러 자리에 일어나면서 성룡에게

잘 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길을 재촉했다.

 

초행길인 성룡은 서둘러 그 처자에게 인사를 차리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 처자가 하는말이 선비님 한양에 묵으실 거처는 있으신가요?

하고  묻는게 아닌가.

 

초행인 그가 있을리 없어 여각에 묵어야 한다고 하자 처자가

하는말이 소녀도 과천에 있는 외가에 다니려가는 길이었는데

준비한 음식도 없고 길도 지체되어 그냥 한양으로 돌아 가려고

하니 괜찮으시다면 소녀의 집에 유하심이 어떻겠느냐 하는 말에

이미 일행도 놓치고 낯선 한양길인데 할수 없다는 생각으로처자를

따라 한양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둑할 무렵 도착한 그녀의 집은 매우 으리으리 했으며 손님들이

묵는 바깥 사랑에는 식객들만도 십여명이 넘었다.

 

저녁 식사 후에 사랑에 나온 주인은 성룡을 보자 그의 본관과

나이 출발지 등을 묻고, 또 혼인을 했는냐를 묻고는 과거 시험을

잘보라는 말을 했다

 

이틀후 과장에 이른 성룡은 차분히 자리를 잡고 앉아 시제가 걸리기를

기다리는데 시험관으로 나온 이조 참의가 그 처자의 아버지가 아닌가!

 

과거를 본 성룡은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이후 장성의 성룡 본가로 매파가 오간 후 이조 참의 딸과 결혼 하였는데

왜 그들이 맺어졌나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이랬다.

 

참의의 딸은 미색이 뛰어나고 거기다가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좋아해

그 아비도 딸이 지나치게 영특해 어느 지아비를 짝지어주나 하는것을

걱정했다.

 

혼기가 되어서도 그녀와 견주어 떨어지지않는 학문을 갖춘 배필을

찾다가 늦어지게 되었는데 성룡과 남태령에서 만나기 전날밤 꿈에  

수양버들이 늘어진 깊은 연못에서 청룡이 승천하여 긴 장성을 넘어

고갯마루를 넘어 남쪽으로부터 오는 꿈을 꾸었다.

 

꿈이 너무 선연해 다음날 과천에 있는 외가댁에 간다는 핑계를 내고

남태령 고갯마루까지 나가게 된것이였다.

 

그때 한 선비가 다가와 전라도 장성에서 사는 류성룡이라는 말에

그녀는 흠칫 놀랐다.

 

거기다가 길장가 놀이까지해 자기와 짝이 되었다니…

아~ 어제밤 꿈에 나타난 그 내용이구나

성은 류씨요 장성에 살며 이름은 성룡이라..

모든게 부합되는 내용이였다.

 

그래서 준비해간  주효를 대접하고 선비를 집으로

데려온후  아비에게 지난밤 꿈 이야기와 함께

류성룡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했다

 

신기하게 여긴 아비도 성룡을 만나보고 그가 과거에

급제하자 더 따질것도 없이 매파를 놓아 시집을

보내게 된거였다.

 

이후 성룡은 승승장구 하여 임진왜란 시에는  권율과

이순신과 같은 명장을 등용시켰으며 도체찰사로

국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는 평을 듣는다.

 

그리고 벼슬도 일인지하요 만인지상이라는 영의정에게

까지 이른다. 여기에는 그의 현명한 아내의 내조도 컸으리라….

 

(의성에서 태어난 류성룡이 황해도 관찰사를 지낸 부친따라

어린시절을 전라도 장성에서 보냈다는 이야기는

그럴 수도 있고  이야기뿐 일수도있다)

 

 
김 성태 - 한송이 흰 백합화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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