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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드러난 10.26 비밀 / 중앙일보

含閒 2011. 12. 14. 10:45

새로 드러난 10.26 비밀 / 중앙일보
해마다 가을이 되어 10.26이 찾아오면 나는 오래된 의문에 빠지곤 한다. 구테타 같은 치밀
한 대책도 없이 金載圭는 왜 그렇게 무모하고 우발적인 일을 저질렀을까? 그는 왜 자신의
죽음을 향해 코뿔소처럼 돌진했을까?

얼마전 나는 김재규가 숨겨 놓았던 비밀을 찾을 수 있었다. 은퇴한 언론인으로부터 “金載
圭는 극심한 發起不全에 시달렸으며 주치의가 살아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주치의Q씨는
“환자의 비밀은 의사의 생명”이라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역사의 중요한 열쇠”
라고 설득했다. Q는 마음을 바꾸었다.

“1976~77년 사이 서너번 정도 그를 진찰 했습니다. 金 부장이 朴 대통령을 弑害한 바로
그 궁정동 안가였어요. 그의 음경을 손으로 만졌는데 단순한 기능부전이 아니라 구조적으
로 고장나 있었어요. 당시엔 비아그라가 없었는데 있었어도 듣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는
조형물 삽입술도 없어 국내에선 치료할 수 없었지요.”

50세의 金載圭는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Q는 “간경화도 발기부전 원인중 하나일 것” 이라
고 진단했다. “유일하게 기대볼 수 있는 미국산 약물이 있었는데 간에 아주 위험해 쓸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나를 가르쳐준 미국인 은사에게 金 부장을 데리고 가려 했
습니다. 미국에 가려면 대통령에게 얘기를 하고 사표를 써야 하는데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하더군요.”

Q는 치료를 포기했다. 그후 2년여 동안 金 부장은 ‘잃어버린 남성’으로 깊은 좌절을 겪었
을 것이다. 金載圭는 그렇지 않아도 권력의 스트레스와 콤풀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
은 장군 출신인데 육군 대위 출신 車智鐵 경호실장이 마구 무시했던 것이다. 건강에서도
金은 車智鐵에게 크게 밀렸다.

車智鐵은 공수특전단 시절 장병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던 무술 유단자였다. 건강한 車智
鐵을 보면서 金載圭는 “남성의 싸움”에서도 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車
智鐵을 싸고도는 朴 대통령이 미웠을 것이다.

Q는 “金 부장은 발기불능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 심리상태가
10.26 같은 과격한 행동을 우발적으로 저지른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
했다.

권력자의 건강이 역사에 영향을 끼친 사례는 많다. 역사학자 헨리크 에베를레(Eberle)가
히틀러 주치의 모렐(Morrel) 박사의 처방전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55세의 히틀러는 고혈압, 복통, 두통에 자주 시달렸으며 어떤 때는 82종류의 약을 먹은 것
으로 나타났다. 유대인 학살 같은 괴기 스러운 행동이 非정상적인 건강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자는 건강한 모습만으로도 그 나라의 생기를 상징할 수 있다.

오바마, 클린톤의 듀옛과 후진타오, 원자바오, 시진핑의트리오는 활력의 대결에서 G2의
龍虎相搏을 보여준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1561~1626)은 “건강한 육체는 영혼의 거실
이고 병든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고 했다. 金載圭의 영혼은 감옥속에서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 그의 영혼이 거실에 있었다면 한국의 현대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31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의 역사는 ‘권력자의 건강’이란 암초와 다시 한번 충돌하고 있다.

권력자는 뇌졸증 후유증으로 왼쪽 어깨가 처지고 왼쪽다리를 끌고 다닌다. 오른쪽 뺨에는
검은 반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남한 의사들은 당료병으로 인한 신장기능 이상 때문이라
고 추측하고 있다. 건강이 이상한 권력자의 나라에서 이상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夜陰
의 바다에서 천안함을 폭침해 46명을 죽이고, 26세의 청년이 3代세습자가 되어 인민군을
열병했다.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더욱 불투명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이상한 시대의
진입부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뉴욕의 화물선이 킹콩이 있는 안개의 바다로 미끄러
져 들어가는 것처럼… [중앙일보 시시각각 김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