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일(開心的事兒)

중수부 특별수사의 중심엔 그가 있었다 / 윤시균

含閒 2011. 6. 30. 13:35

멸사 봉공하셨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만사여의와 가정의 만복을 빕니다.

중수부 특별수사의 중심엔 그가 있었다

 

입력 : 2011.06.30 03:03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퇴임한 윤시균 검찰 부이사관
5공 비리·나라종금 로비… 굵직한 사건의 핵심 수사관
자백 잘 받아내기로 유명해 내로라하는 검사들이 아껴

"비록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검찰의 한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29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 윤시균(59) 증거물과장이 퇴임사를 마쳤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등 그를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긴 박수를 보냈다. 그의 마지막을 배웅나온 동료·후배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명예퇴임한 윤 과장은 1978년부터 검찰에서 근무한 33년 가운데 대부분인 26년을 특별수사만 맡아왔다. '검찰 대형 수사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대검이 서소문에 있던 1980년대의 이른바 '5공 비리'를 비롯, 서초동으로 옮긴 1995년 이후에도 중수부 핵심 수사관으로 한보 비리, 현대 비자금, 나라종금 로비, 대선자금 불법모금 등 굵직한 수사에 참여했다. 검찰에선 '자백을 가장 잘 받아내는 수사관'으로 통한다.

"수사의 핵심은 피의자와의 기(氣)싸움 아닌가 생각해요. 기싸움을 통해 피의자가 '아, 이번에는 정말 못 빠져나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중요하거든요."

2002년 기업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조사할 때 이야기다. 홍업씨는 '월드컵 개막 즈음에 조사받고 싶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해 바로 거절했다. 2003년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의 핵심인 안상태 전 사장 수사 때는 주치의까지 소환해 조사했고,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던 안 사장을 다시 구속했다. 수사가 한창일 때는 화장실에서 속옷과 양말을 빨고, 조사실에서 일주일씩 밤을 새울 정도로 집요했다.

워낙 열심인 데다 성과도 좋다 보니 최경원 전 법무부장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 안대희 대법관, 김진태 대구지검장, 남기춘 전 검사장,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내로라하는 검사들이 그를 아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임채진 전 검찰총장,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등과도 그들의 평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믿어준 그분들 덕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나는 참 인복(人福)이 많은 사람입니다. 정든 검찰을 떠나는 아쉬움이 크죠. 하지만 이제 후배 수사관들이 멋지게 잘 해내 '국민에게 사랑받는 검찰'을 만들 겁니다."

33년 전 해진 점퍼를 걸치고 피의자를 잡으려고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던 20대 열혈 수사관은 어느새 환갑을 앞두었고 머리도 희끗희끗해졌다. 그는 다음 달부터는 인천지법 집행관으로 또 다른 무대에 선다.

[만물상] 검찰 수사관

입력 : 2016.06.30 03:10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아들 홍업씨가 금품 수수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출두했다. 검사들은 위축됐다. 현직 대통령 아들을 직접 조사한 건 수사관이었다. 그는 1시간도 안 돼 자백을 받아냈다. 이듬해 노무현 정부 시절 대선 자금 수사 때도 그랬다. 검찰에 나온 정권 실세 앞에서 검사들이 허둥대자 검찰 간부들은 그 수사관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기세등등하던 정권 실세도 노련한 수사관 앞에선 결국 자백을 하고 말았다.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은 "검사 열보다 낫다"고 그를 칭찬했다. 2011년 퇴임한 그 수사관은 '중수부의 전설'로 남았다.

▶검찰 수사 무대엔 검사만 있는 게 아니다. 검사에 가려 있지만 수사관이란 조연(助演)이 더 많다. 전국 검사 수는 2000여명, 수사관은 5600여명이다. 수사관들은 피의자 체포·조사에서 계좌 추적, 압수 수색까지 궂은일을 도맡는다. 그러니 어느 수사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검사 운명도 달라진다. "검사가 출세하려면 처복(妻福)과 상사(上司)복, 피의자복, 수사관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만물상] 검찰 수사관
▶인사철을 맞아 검사들이 이동하면 유능한 수사관 영입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 초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할 때도 그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특별수사단이 스카우트 경쟁에 나서면서 베테랑 수사관들에게 러브콜이 쇄도했다. 유능한 수사관은 재벌 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고액 연봉 받고 스카우트되곤 한다. 검찰 수사 동향을 알아내기에 그만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업무 성격상 수사관들에겐 비리의 유혹이 파고들 수밖에 없다. 현직에 있을 땐 돈 받고 수사 정보를 건네기도 하고, 퇴직 후엔 변호사에게 사건 물어다주고 소개비 챙기는 브로커로 변신하기도 한다. 검찰 주변의 흑색 루머를 만들어낸다는 말도 적지 않다. 때론 뇌물 액수가 검사를 능가한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이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부장검사에게 건넨 뇌물은 2억7000만원이었으나 대구지검 수사관에게 건넨 돈은 무려 18억원이었다. 피의자들 눈엔 검사보다 실무를 맡은 수사관이 더 절실한 공략 대상일 수 있다.

▶엊그제 검찰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 퍼블릭 대표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수사관을 체포했다. 정씨가 고소한 사건을 맡은 뒤 사건 편의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 정보 유출보다 훨씬 악성이다. 또 다른 수사관도 정씨 측으로부터 2000만원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사 비리에 수사관까지 가세한 양상이다. 갖은 고생 다하며 묵묵히 일하는 '빛나는 조연'들로선 참담할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