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가장 좋은 전략

含閒 2011. 5. 25. 11:05




가장 좋은 전략




오랫동안 공직에 있다가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한 임원은 
요즘 골프 때문에 고민이 많답니다. 원래 왼손잡이 골퍼인데 
공직에 있을 때는 그게 튀어 보일까봐 그냥 오른손 골퍼처럼 
쳤다네요. 당연히 골프 실력이 한계점에 도달 할 수밖에요. 
이제부터 자기 결대로 치려고 한다는 말에 박수쳐 주었습니다. 

마케팅 법칙에 따르면, 가장 좋은 전략은 강한 것을 더 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삶의 영역에선 그 전략의 반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점을 강화하기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박지성에게 류현진의 서클체인지업도 필요할지 모른다 설득하고 
효녀가수 현숙에게 임재범의 천둥벼락 창법을 겸비해야 한다고 
윽박지릅니다. 
그런다고 실제로 뭐가 달라지던가요. 불필요한 짓입니다. 

왼손 훅이 일품인 왼손잡이 권투선수에게 한쪽만 강해서는 
안된다며 죽어라 오른손 훅만 훈련시키는 격입니다. 
아무리 오른손 훅을 꾸준히 연습해도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자기도 모르게 사용하는 것은, 왼손 훅 한 방입니다. 

심층심리검사를 끝낸 기업의 임원들과 결과를 공유하면서 
심리적 장점을 설명하면 그 내용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볼펜을 꺼내 들고 필기 자세로 조급한 듯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건 알겠구요. 내 단점은 뭔가요’ 
제가 보기엔 모르면서 하는, 습관적 질문들입니다. 

아무리 취약점을 보완해도, 
류현진이 물속에서 박태환을 따라잡을 수 없고 
박태환은 얼음판 위에서 김연아의 점프스피드를 흉내조차 낼 수 
없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방식대로 하면 됩니다.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자기가 편한 결대로 갈 때 가장 강해지고 오래갈 수 있습니다. 
삶의 태도와 재능이 매력적일 정도로 반짝이는 이들은 
다 그런 사람들이던걸요, 경험해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