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배후세력

含閒 2011. 1. 15. 14:53

  배후세력






한 스무살 처녀가 친구들을 규합해 케익을 만들어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이름 하여 공짜케익 프로젝트.
그녀가 그 일을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출근길 사람들의
표정이 왠지 어두운 것 같아 좀 밝아졌음 했다네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케익을 만들어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행위가 오지랖 넓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날 케익을 받은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환했는지를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듣는 이조차 설레게 만드는 산들바람 같은
경쾌함이 실려 있더군요.

주말에 케익을 만들어 평소처럼 친구들끼리 먹을 수도 있었는데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순간 전혀 다른 종류의 희열이
느껴지더라는 거지요.

“똑같은 케익인데 무엇 때문에 그런 기분을 느꼈을까?”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에게 활짝 웃으며 깊게 포옹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간혹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선의(善意)는,
압구정사과녀, 홍대계란녀 같은 마케팅 수단으로 오해받거나
심지어 배후세력의 실체를 의심하는 지경으로까지 치닫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공짜케익 프로젝트 또한 그렇습니다.
모르는 사람들 표정을 밝게 해주려고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케익을 만들어 공짜로 준다는 발상이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배후를 이렇게 저렇게 따져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누군가도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었겠거니 생각하면 됩니다.

개인적 영역에서 배후세력의 실체를 습관적으로 떠올리다 보면
행복이 별처럼 쏟아지는 느낌,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공짜케익 프로젝트 현장에서도 의아해하며 끝까지 케익을
받지 않은 이들 대부분은 표정이 어두웠다는 게
그 스무살 처녀의 해맑은 전언(傳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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