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 REVISITED 특별판
-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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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그 길을 다시 가다!
작가 김연수가 13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특별판. 1997년에 출간된 <7번국도>의 뼈대만 그대로 두고 처음부터 다시 쓴 새로운 작품이다. 그 속에는 소설 속 화자와 작가 자신이 지나온 변화의 시간이 담겨 있다. 작가가 7번국도를 다시 여행하게 된 이야기부터 자동차전용도로가 된 후 자전거여행은 할 수 없게 된 사정, 그리고 7번국도를 다시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야기 등 소설 밖 작가의 시간까지 엿볼 수 있다. 지난 십여 년간 더욱 성숙해진 작가의 역량을 더해, 형식과 내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특별판에는 뮤지션 정상훈의 독집 한정음반 <아스팔트 판타지>가 함께 담겨 있다.
저자소개
된장찌개 국물에 반쯤 잠긴 두부
네 멋대로 하라
7번국도의 희생자들 : 리스트(수집순)
재현이 내게 했던 세 가지 욕설 중 그 첫번째
그해 봄의 중고음반 거래
사랑 안에서 망각은 보존의 다른 말
구세주 재현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야만 할 것
7번 국도에서 자전거 타기
7번국도에게
재현이 내게 했던 세 가지 욕설 중 그 첫번째에 대한 부기附記
뒈져버린 7번국도
카페 7번국도
세희를 위한 테마
바빌론의 여러 강변 거기에 앉아서
재현이 내게 했던 세 가지 욕설 중 그 두번째
Route 7
1991년의 서연을 위한 테마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7번국도
7번국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기까지
7번국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기까지에 이어지는 이야기이자, 동시에 재현이 내게 했던 세 가지 욕설 중 그 두번째에 대한 부기附記
7번국도의 유령들
평해에서 재현이 생각한 것
평해에서 재현이 생각한 것을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
7번국도의 희생자들 : 리스트(수집순)에 대한 답례
최동욱 저, 『한국의 비경 동해안권』 134페이지에서 142페이지까지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7번 국도
다시 이 책의 처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고독한 슬픔들이 제거된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그리고 7번국도가 죽다
재현이 내게 했던 세 가지 욕설중 그 세번째에 대한 부기附記
재현이 내게 했던 세 가지 욕설 중 그 세번째
《청춘》 , 3분 40초, written by jeong Sang Hoon ⓒ 2010 FUZZPOP
너와 함꼐 늙어갈 수 있다면
금빛 눈동자는 모두 쇠하고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저녁이
세희가 7번국도의 우리에게 보낸 편지
다시 가본 7번 국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알게 된 사실
짜장면을 위한 서곡
짜장면
덧붙이는 말
- 서울신문 | 2011-01-03
- [서울신문]7번 국도.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닿을 듯 부산에서 시작해 포항~강릉~속초 너머로 이어지는 도로다.생맥주와 말린 바다생물을 파는 카페 이름이며 물고기를 감염시킨 세균의 이름이기도하다. 또한 '비틀스의 108번째 싱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때로는 짓다 만 건축현장에서 목매 숨진 '7번국도씨'이기도 하다. 물을 주지 않아 말라죽어 버린 나무, '뒈져버린 7번국도'이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차에 치인 '7번국도의 유령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니면 또….현재의 생애-혹은 죽음까지 포함해-를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함께 부대끼고 있는 7번 국도는 김연수 작품의 원형 몫을 톡톡히 했다. 청춘은 결코 완성품이 아님을, 희망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고 사랑 역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달뜨게 만든 숱한 욕망도 부질없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연수의 향후 작품에서 목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별의 삶과 세상 모든 신념에 대한 의심도 이곳에서 발견된다.그리하여 7번 국도는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문장과 서사, 주제를 이미 품고 있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최근 펴낸 김연수(40)의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문학동네 펴냄)는 1997년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7번국도'의 개정판이다. 1997년판에서 뼈대만을 남겨두고 지난해부터 꼬박 1년 가까이 문장을 바꾸고, 13년의 시간적 공간을 오가며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이다.20대의 터널을 한창 내달리고 있는 두 남자와 한 여자 세희의 이야기다. 비틀스의 희귀 싱글앨범 'Route 7' 레코드판 거래를 매개로 만난 두 남자, 이미 답답한 터널 속에서 '진짜 사랑'을 갈구하다 상처를 입었던 '나'와 재현이다. 역시 'Route 7'이 인연이 돼 세희를 만났고 함께 사랑한다. 나와 재현은 욕하고 싸우다가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7번 국도에서 죽은 유령들을 만나고, 동시에 세희와 이별한다.1997년의 이 뼈대 속에 13년 뒤의 작가 김연수가 직접 등장해 7번 국도를 다시 찾고, 떠나간 세희가 다시 나와 그 뒷얘기를 들려준다. 실제와 허구가 뒤엉키고, 소설 속 인물과 실제의 김연수가 상념을 주고받는다.김연수는 작품 속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줄까?'라고 물은 뒤 단호히 조언한다.'그건 바로 너희가 망각 속에 파묻어버린 기억들을 모두 되찾는 거야. 기억이 없는 곳에 희망은 없어.'삶에 회의를 품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 김연수의 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모든 심상과 욕망, 희망의 집착이 엇갈리는 소설과 달리 우리네 지도 위 7번 국도는 한 줄로 이어진 도로다. 복잡하게 배배 돌리고 꼬이지 않았다. 시작 지점과 끝의 지점이 명백하고 명쾌하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삶도 하나의 진리에 관통되듯 말이다.1997년 김연수의 '7번국도'를 읽은 이라면 더욱, 읽지 않은 이라면 더더욱 7번 국도의 기억을 뒤따라가 볼 일이다. 참고로 비틀스의 같은 이름 싱글앨범을 찾는 수고로움은 가능하면 참아주기 바란다. 모르고 고생한 이로서 주는 정보다. 책 뒤편 작가의 말에 그 이유가 설명돼 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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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기에‥‥ 아직도 청춘일까‥‥ ‥
돌이켜보면, 지금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나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지금 이것만 아니라면 뭐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그토록 갖고 싶었던, 그토록 닿으려 했던, 그것(그곳)은 무엇(어디)이었을까.
………이것이 아닌 다른 무엇, 혹은 이것만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
청춘의 희망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마술을 원하는 마음. 한 가지를 제외한 그 모든 걸 원하는 마음.
생에서 단 한 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별들처럼 스무 살, 제일 가까워졌을 때로부터 다들 지금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따금 먼 곳에 있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 말 역시 우스운 말이지만,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모두들.
_「스무 살」, 『스무 살』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둘러싼 기억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죽어간다. 우리는 그걸 ‘학살’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의 날씨를 잊었고, 싫은 내색을 할 때면 찡그리던 콧등의 주름이 어떤 모양으로 잡혔는지를 잊었다. 나란히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던 이층 찻집의 이름을 잊었고, 가장 아끼던 스웨터의 무늬를 잊었다. 하물며 찻집 문을 열 때면 풍기던 커피와 곰팡이와 방향제와 먼지 등의 냄새가 서로 뒤섞인 그 냄새라거나 집 근처 어두운 골목길에서 꽉 껴안고 등을 만질 때 느껴지던 스웨터의 까끌까끌한 촉감 같은 건 이미 오래 전에 모두 잊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이며 목소리마저도 잊어버리고 나면, 나만의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로 가득했던 스무 살 그 무렵의 세계로, 우리가 애당초 바라봤던, 우리가 애당초 말을 걸었던, 우리가 애당초 원했던 그 세계 속으로 완전한 망각이 찾아온다._『7번국도 Revisited』
길지 않은 그 시간을 견디어낸 후에도, 우린 여전히 혹은 때때로 이곳이 아닌 저곳을, 이것이 아닌 저것을,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이기를 꿈꾸지만, 그 지나온 시간의 힘으로,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7번국도 Revisited』는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완전한 망각의 어떤 시간, 그 시간 속으로 우리를 (다시) 인도한다.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_「스무 살」, 『스무 살』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시간을 벗어난 후에야, 다시 그곳을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 아마도.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그 무엇도 새롭게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때가 지나고 나서야 스물하나가 아닌 그 이후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
다시 가본 7번국도, 『7번국도 Revisited』
_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우리는 변하고 변해서 끝내 다시 우리가 되리라는 것.
1997년 겨울, 우리는 작가를 따라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여기에는 없는 ‘그것’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리고, 지금, 다시 떠나는 『7번국도 Revisited』, 다시 찾은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무엇과 만나게 될까.
오직 알 수 없을 뿐. 그저 끝없이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는 길 위에 서 있을 뿐.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오직 알 수 없을 뿐. 수많은 것들, 내가 사랑했던 여자들, 읽었던 책들, 들었던 음악들, 먹었던 음식들, 지나갔던 길들은 모두 내 등 뒤에 있다. 무엇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나는 유령의 존재가 된다.
한쪽 길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 다른 쪽 길로 접어든다.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편지가 날아든다._『7번국도 Revisited』
『7번국도 Revisited』는, 1997년 출간되었던 『7번국도』를, 뼈대만 그대로 두고 작가가 처음부터 다시 쓴, 전혀 새로운 작품이다. 책장을 펼치고 그 길 위에 다시 올라서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지난 십삼 년이 간단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는 것. 그 위(안)에는 소설 속 화자(와 작가 자신)이 지나온 변화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 실제로 작품 속엔 작가 자신이 7번국도를 다시 여행하게 된 이야기부터, 자동차전용도로가 된 후 자전거여행은 할 수 없게 된 사정, 그리고 7번국도를 다시 쓰겠다 마음먹은 이야기까지, 소설 밖 작가의 시간까지도 작품으로 함께 녹아들어 있다. 십삼 년간 눈부시게 성숙한 작가적 역량이 더해져, 형식과 내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이야기의 만듦새는 한층 돋보인다. 그 내용이 조금씩 그러나 전면적으로 바뀌어, 초판에서 보여준 색다른 이야기들의 퍼즐조각들은 오히려 더욱 정교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져 전혀 다른 그림을 만들고 있는 것.
다시 한번, 그-김연수는 여전히 새로운 작가인 것이다.
이렇게, 다시 찾은 그 길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시간이, 변하고 변하고 또 변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러니까―작품 속 ‘카페 7번국도’와 ‘7번국도씨’와 ‘뒈져버린 7번국도’와 ‘7번국도의 유령들’ ‘7번국도의 희생자들’이 그러하듯이―7번국도로 대변되는 모든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우리와 맞닥뜨리는 곳, 얼핏 혼돈스러울 것도 같은 그 길은 그러나, 제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있다. 우리의 청춘이 그러한 것처럼. 엉킨 실타래의 양 끝은 결국 제 갈 길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그 엉켜 있는 시간의 길들을 지나,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변하고 변하고 또 변해서, 결국은 다시 (진짜) 우리가 되리라는 것.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기 위해 사랑했다. 희망은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복수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운명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해도 우리는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거기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오직 맹목적일 것이다._『7번국도 Revis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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