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가을바람(秋風引) 유우석(劉禹錫772-842)

含閒 2010. 11. 16. 00:49

 

 

                가을바람(秋風引)

 

 


                                         유우석(劉禹錫772-842)

 

 


  何處秋風至(하처추풍지)오         어느 곳에서 가을바람 불어오는가

  蕭蕭送雁群(소소송안군)이라       쓸쓸히 기러기 떼만 보냈구려

  朝來入庭樹(조래입정수)하니       아침 뜨락 나무 사이로 불어오니

  孤客最先聞(고객최선문)이라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누나

 

 


    蕭(쓸쓸할 소) 蕭蕭(소소) : 바람이나 비가 쓸쓸히 불어오는 것. 雁(기러기 안)

   孤客(고객) : 외로운 나그네

 

 

 

 

  

 

 [삼도헌과 함께 감상하기]

 

 

  만산을 물들였던 단풍들도 서서히 차가운 날씨에 낙엽되어 쓸쓸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에 금년 가을은 어떻게 각인되어 있습니까?

 

 오늘은 유우석의 가을바람을 소개할까 합니다.

 가을바람은 여름바람보다 거세지 않습니다.

 이 시의 1구와 2구에 나오는 가을바람은 일정한 방향성도 없어서

어느 곳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토록 빠알갛게 물들었던 단풍들이 쌀쌀한 바람 앞에 영락없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잠시 동안  짧은 여유를 즐기면서 노닐던 기러기떼를 날려 보내 버린 것입니다.

가을바람을 타고 온 기러기떼가 쓸쓸해 보인다고 작자가 말한 것은 이별을 예정하고

묻어온 새라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당시 비운의 정치사상가로서 탐욕스런 권력자들을 풍자한

작자 스스로의 신세가 푸근한 바람에 실려 왔다가 차가워진 바람에 밀려 날아가는

기러기떼와 같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마 가을바람을 따라가는 기러기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계절이 가면 세월의 무상함을 동시에 느끼듯이 말입니다. 

 

 3구에서 다시 아침이 되자 정원의 나무 사이로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은 이미 과거의 따뜻하고 포근한 바람이 아닙니다.

한 번 멍든 가슴이 두 번 다시 멍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리하여 4구에서 주변에 의해 인생의 쓸쓸함을 느낀 작자는

자연의 바람조차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바람속에 있는 싸늘함과 쓸쓸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상념많고 외로운 나그네의 심정이 되어 스스로

가을바람속의 쓸쓸함을 가장 먼저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다고 읊조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계절에 우리의 주변에도 가을바람이 쓸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수한 가슴을 가진 사람일수록

 외로움과 쓸쓸함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면 이 시의 맛도 한층 더 깊어질 것입니다......

부디 따뜻한 가슴으로 가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삼도헌 두 손 모읍니다.

 

 

 

 


[유우석(劉禹錫772-842)]

 

 

 유우석은 자가 몽득(夢得), 강소성 사람이다.

21세에 진사에 급제한 후 유종원 등과 왕숙문당(王叔文黨)에 가담해

정치개혁운동을 펴다가 실패해 귀양살이를 했다.

20년이 지난 뒤 낙양으로 와서 태자빈객(太子賓客)이 되었다.

그의 혁신사상은 순자와 마찬가지로 봉건질서의 울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유심론과 유물론을 종합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는 대쪽같은 절개를 지키면서 살았고, 글재주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가 지은 누실명(陋室銘) “산은 높은데 있지 않고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고,

물은 깊은데 있지 않고 용이 깃들어야 신령한 물이다”라는  81자는

서예인들이 즐겨 휘호하는 명문장이기도 하다.

그는 백거이와 소식의 찬사를 받을 만큼 율시와 고시에도 두루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한시 산책(漢詩散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종원의 강설  (0) 2010.11.29
왕유의 과향적사   (0) 2010.11.23
秋夜雨中/崔致遠  (0) 2010.10.19
최치원 시 몇 수  (0) 2010.10.11
題 冲 庵 詩 券 (제충암시권)  (0) 201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