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산 100](07) 서울 북한산
한해 500만명을 품어주는 '五岳'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산(北漢山·836)은 연간 등산객이 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예로부터 금강산·지리산·묘향산·백두산과 함께 ‘오악’에 드는 명산으로 꼽혔다. 북한산의 주봉은 백운대로 양 옆에 만경대와 인수봉을 거느리고 있다. 옛사람들은 세 봉우리가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하여 북한산을 삼각산(三角山)이라 불렀다. 강북구청은 북한산이 일제 강점기 때 붙여진 이름이라며 삼각산으로 부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은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북한산 지역과 북쪽의 도봉산 지역으로 구분된다. 많은 시민이 북한산을 찾는 주된 이유는 편리한 교통 때문이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등산로 입구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탐방객으로 인해 자연 훼손이 심해지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등산로 별로 휴식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공단은 토·일요일 오전 10시~낮 12시에는 극도로 혼잡하므로 탐방을 피해달라고 요청한다.
북한산의 문화·유적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진흥왕순수비는 국보 3호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져 있다. 진흥왕순수비는 한강 유역을 점령한 신라 진흥왕이 북한산에 세운 비석으로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19세기 초 추사 김정희가 발견했다. 순수비가 있던 자리인 진흥왕순수비유지는 사적 228호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도 북한산에는 보물 215호인 높이 5.94의 마애석가여래좌상, 보물 657호인 삼천사마애여래입상과 사적 162호인 북한산성, 유형문화재 33호인 탕춘대성 등의 유적이 있다. 120칸 규모의 북한산성의 행궁은 훼손돼 터만 남아 있다.
북한산에는 조선의 무학대사와 신라 말의 도선대사에 얽힌 전설이 남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따르면 조선 태조가 무학에게 새로운 도읍을 찾아보도록 하자 무학은 북한산에 올라 비봉 능선으로 들어섰다. 문득 비석이 있어 읽어보니 '무학오심도차(無學誤尋到此)', 즉 '무학이 맥을 잘못 짚어 여기에 온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그 비석은 도선이 세운 것이었다.
무학이 놀라 형제봉 능선을 타고 북악산에 이르게 된다.
이후에 궁궐터를 잡을 때도 무학은 도선에게 수모를 당한다. 오늘날의 왕십리 부근에 이르러 지세를 살피는데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원, 너 미련하기가 마치 무학 같구나 어째서 바른 곳을 버리고 굽은 쪽으로만 가느냐"라며 소를 꾸짖는다. 무학이 농부에게 도읍할 곳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자 농부가 "여기서 10리만 더 가 보시오"라고 답했다. 그곳에서 10리를 더 간 곳이 지금의 경복궁 자리다. 무학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그 농부가 산다는 암자로 찾아가보니 농부는 간 데 없고 도선의 화상만 모셔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후 농부를 처음 만났던 곳의 지명이 "10리를 더 가라"라는 뜻의 '왕십리'(往十里)가 됐다.
북한산의 여러 계곡 가운데 북한산성 계곡과 우이동 계곡은 넓고 수량이 풍부한 데다 경치가 좋아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다. 맑은 물줄기와 시원한 흐름이 산을 올라갈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산 곳곳에는 비봉능선의 사모바위 등 기암괴석이 숱하게 널려 있어 등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고, 산은 올라야 맛이다. 박창규씨는 자신이 쓴 책 '북한산 가는 길'에서"(우이동 계곡, 북한산성 계곡 등) 산 초입의 유원지에 주저앉아 니나노나 부르고 고스톱을 치든가 하다가 그냥 돌아와 버리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며 "맑은 물과 바위와 산이 참으로 아깝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맑은물과 기암괴석…어느길이나 '반나절의 행복'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인 북한산에는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북한산성 매표소를 통해 백운대로 가는 북한산성 코스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려 10분 정도 올라가면 산성 매표소가 나온다. 길이 험하지 않아 북한산을 처음 찾는 등산객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오르내리는 데 각 3시간씩 걸린다.
구기동 기점에서 시작하는 대남문 코스는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212번 버스를 타고 이북5도청 앞에서 내리면 가깝다. 예전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지나다닌 코스로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갈 경우 알맞은 등산로다. 등산을 많이 다니는 이들에게는 지루한 길이 될 수도 있다.
비봉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비봉 코스는 작고 아담한 오솔길인 데다 좌우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혼자 등산길에 나선 이들에게 적합하다. 매표소를 출발해 400 정도 올라가면 왼편에 금선사가 보인다. 금선사를 지나 나오는 양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향로봉에 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비봉을 만난다. 비봉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진흥왕순수비유지를 만날 수 있다.
평창동에서 오를 수 있는 일선사 코스는 유원지 분위기가 없어 조용한 산길을 즐길 수 있다. 평창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오르다 보면 신라 말 도선 국사가 창선했다는 일선사를 만난다. 일선사에서 대성문으로 가는 산길은 북한산의 등산로 가운데도 손꼽히는 코스로 길은 평탄하고 곱게 펼쳐진 정릉 계곡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수유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진달래능선과 칼바위능선을 들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거나 우이동행 버스를 타고 4·19국립묘지 사거리에서 내려 걸어가면 된다. 수유리 종점에서 화계사 매표소를 지나 칼바위능선으로 가는 길은 거리가 적당하고, 옹달샘 물로 갈증을 풀 수 있어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손꼽힌다.
출처 : 경향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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