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줄 서 있는 화장실 앞에서 배를 움켜쥔 채 앞줄에 선 사람에게 양보를 부탁하는 유머가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급해서..그러는데..먼저 실례 좀.. 하면 안될까...요?” 부탁받은 이가 온갖 몸 언어를 동원해서 들려주는 거절의 요지는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너는 말.이.라.도. 나오지!”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이 그 사람 생에서 가장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는 어느 소설의 첫 문장은, 그래서 깊은 우물물처럼 훅, 숨을 들이키게 합니다.
가장 깊고 절박한 것들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삶의 갈래길에서 꼭꼭 봉인되어 있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존재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털어놓을 마음이 생겼다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를 가지니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이발사보다 더 개운하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홀가분하게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을 훌훌 털어놓을 누군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혹시 어떤 그리운 이름이 생각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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