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심리적 저격수

含閒 2010. 7. 28. 10:18

  심리적 저격수




처음 마당 있는 집에서 진돗개를 키우게 되었을 때
강아지 전용 샴푸, 린스, 타올 등을 잔뜩 사서 3-4일에
한 번씩 실내에서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곤 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불필요한 짓인지를 아는 데는
별로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야생의 진돗개는 스스로의 자정 작용으로 자기 몸을
깨끗하게 하는데, 괜한 짓을 한 거지요.

얼핏 보면 플러스알파 같은데 실상을 알고 보면
그런 괜한 짓인 경우,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에 다섯 끼의 밥을 먹거나
한 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거나 열 벌의 비싼 옷을
겹쳐 입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 불편하니까요.
대개의 경우 우리의 삶에서 플러스알파란 그런 것입니다.

내 욕구를 감지하는 영역에서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라
아마 그런 것을 원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잔뜩 집어넣고 떠나는 여행자의
배낭처럼 늘 버거울 수밖에요.

자기 욕구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영역에서만큼은
백발백중의 심리적 저격수가 되어야만 한다고 저는 느낍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심리적 에너지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어쩜 그런 게 홀가분의 시작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