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나서(讀書後)

인연 이야기(개정판) /법정

含閒 2010. 5. 11. 14:43

저자
법정 지음
출판사
문학의숲
2009-07-15 출간 | ISBN 10-8993838003 , ISBN 13-9788993838008 | 판형 A5 | 페이지수 271
책소개
 
인생은 단편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생에서 또 다음 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타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법정 스님의 인연론 『인연 이야기』. 이 책은 인도의 옛이야기에 불교의 숨결을 불어넣은 설화문학을 가려서 엮은 후 법정스님이 해설을 달아서 인연 속에 담긴 삶의 진리를 전한다. '석가모니의 전쟁이야기', 법구경의 유래를 전하는 '법구비유경'에서 뽑아낸 총 43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진심으로 타인의 말을 들을 때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지혜를 담고 있는 이야기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무슨 일에나 청정한 원을 세움으로써 거기에 맞는 행을 쌓아 마침내 뜻을 이루게 된다는 인연 설화 「한 중생을 위해서라도 지옥에 가겠다」. 일생생활에서 우리가 받는 가벼운 피해들을 인연의 원리고 받아들여 화내고 속상해 하지 말라는 「실수로 저지른 일을 갚음은 실수로 받는다」.

이 책은 일관된 화두로 다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가 다음 생의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인과 질서, 스스로를 잘 다스려 자신만의 생을 피어 내는 법,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향한 세상의 질서까지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의 영혼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인연론’이 펼쳐진다. [개정판]

이 책은 2002년에 처음 나왔던 책을 새롭게 수정・편집・디자인 한 개정판이다.

저자소개

법정

법정 스님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 법정 스님은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오대산의 절을 향해 떠났지만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로 올라와 선학원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삭발하고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 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여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대표 산문집 <무소유>는 그 단어가 단순히 국어사전에 있는 사전적 개념을 넘어 ‘무소유 정신’이라는 의미로 현대인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목차

서문-오늘의 나는 무엇인가

황금빛 사슴
가난한 여인의 등불
왕의 자리를 보시하다
말 많은 자의 재앙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비둘기 대신 자신의 몸을 주다
시 반 구절과 바꾼 목숨
강물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듯이
목자가 소를 몰고 가듯
잘 익은 보리가 들불에 타듯이
산이나 바다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도를 얻기 위해 음경을 끊으려던 비구
어리석은 사람과 짝하지 말라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는 바라문
듣고 또 들어 성인의 지혜를 이룬다
불살생의 공덕
코끼리와 소와 양을 잡아 제사 지내도
입 안의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
어떤 여인의 기구한 인과관계
가까이하면 물이 든다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다룬다
남을 괴롭히면 스스로 괴로워진다
남을 깔보고 가르치지 않는 과보
무엇이 가장 큰 괴로움인가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사람
철판을 배에 두르고 다니는 사나이
살 빼는 방법
부처님이 아들의 못된 버릇을 고치다
코끼리 다루는 법과 자신을 다루는 법
한 중생을 위해서라도 지옥에 가겠다
참된 보시와 공양
사실을 위증한 과보
무심코 뱉은 한마디 말의 무게
어진 왕의 현명한 판단
실수로 저지른 일이 갚음은 실수로 받는다
형제끼리 죽이고 죽는 인연
왕위를 사양하는 형제
노인의 지혜로 나라의 위기를 면하다
부모를 공경 공양한 인연 공덕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복업
선악의 보상은 스스로 불러들인다
마음속의 번뇌가 가장 무섭다

 

출판사 서평

1.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 .
모든 존재는 인과 연의 법칙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만나지 말자, 헤어지기 괴로우니, 태어나지 말자, 죽기 괴로우니.”
인간의 실존은 자신의 의지로도 어찌할 수 없는 조건 지워진 삶의 토대 위에 있다. 이 조건화된 토대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지금 내 삶은 신의 장난처럼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뿌린 업의 결과이다. 그러하기에 <인과경>에서는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고 했다. 삶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삼사라의 세계에서, 인간 존재는 마치 바다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방울처럼 여러 다른 존재들과 어우러져 한 생명의 바다를 이루며 이런저런 관계로 얽혀 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함은 만물의 인연법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인因과 연緣의 진리를 깨닫고 나서 그것을 설할 것인가를 놓고 망설였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욕망을 즐기고, 욕망에 빠지고, 욕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법을 설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증아함경>에서 부처님은 “인과 연의 법칙을 이해하는 자는 진리를 아는 자이다.”라고 했다.
한편 인과 연의 법칙에 대해 부처님은 <상응부> 경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삶은 동시적 의존관계로 엮여 진행된다. 모든 존재는 인과 연의 법칙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존재도 우연히 혹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그 원인과 조건이 있다. 나는 너의 원인과 조건이 되고, 너는 나의 원인과 조건이 되어 줌으로써 우리는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사라지면 너의 존재도 소멸된다. 너의 존재가 사라지면 나의 존재 역시 소멸되어 버린다.
이 책은 인도의 옛이야기에 불교의 숨결을 불어넣은 찬란한 설화문학의 보고에서 법정 스님이 가려 엮은, 존재의 속얼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이다. 법정 스님은 불타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와, <법구경>의 유래를 전하는 <법구비유경>에 나오는 이야기 43편을 직접 가려 엮고 해설을 달아 이 책을 펴냈다. <인연 이야기>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자신이 뿌린 것은 자신이 거둔다는 인과관계의 진리를 통해 메말라 가는 영혼의 밭을 일궈 주는 책이다.

2.
인간의 삶은 날실과 씨실로 짜 나가는 한 장의 천이다.
지금 이 자리, 그대가 더하는 실은 무슨 빛깔인가.

자신이 뿌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거두게 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잔상으로 남아 다음에 올 일들에 영향을 미친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업의 파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순간순간 일으키는 마음, 생각, 행동이 모두 업이다. 자신이 지은 업은 반드시 이번 생이나 다음 생에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인과관계의 질서이다. 부처님 역시 보리수 아래의 깨달음 이전에 몇 겁의 나눔이 있었다. 깨달음은 그 나눔들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지금 이 순간의 자기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외적 환경이나 관계들이 전생의 삶의 결과라 할지라도, 그것이 지금의 자기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인연론은 운명론과 다른 것이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과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삶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은 <법구경>의 부처님 말씀을 이렇게 전한다.
“오늘은 어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현재의 생각은 내일의 삶을 만들어 간다. 삶은 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를 따르듯.”
삶에는 많은 방향이 있으며,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는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선택의 자유는 가장 큰 선물이다. 법정 스님은 묻는다.
“인간의 삶은 날실과 씨실로 짜 나가는 한 장의 천이다. 지금 이 자리, 그대가 더하는 실은 무슨 빛깔인가.”

3.
나는 너의 원인과 조건이 되고,
너는 나의 원인과 조건이 되어 줌으로써
우리는 함께 존재한다

법정 스님이 엮은 인연 이야기들은 일관된 화두를 지닌다. 매 순간의 삶이 다음 생의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인과의 질서와, 스스로를 잘 다스려 자신만의 생을 피워 내는 법,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향해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인연 이야기>는 인과관계의 질서를 깨치는 인연론이요, 스스로의 삶에 물음을 던지는 인생론이며, 다른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관계론이다.
그러므로 스님은 “우리가 산속으로 들어가 도를 닦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그들과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라며, 자기로부터 시작해 세상에 도달하는 참된 수행의 의미에 대해서 말한다.

법정 스님은 M. 엘리아데의 말을 빌려 독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우리가 신화나 전설에 귀를 기울이는 까닭은 단순한 사실에 기대어 우리들의 역사적 상황을 잊고 신성한 시간 속에 자신을 몰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500년 전 부처님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듣듯이, 한 편 한 편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의 의미를 음미하며 읽어 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나는 무엇인지, 과연 나는 하루하루를 나답게 살고 있는지, <인연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속으로

세상에 공것이란 티끌만큼도 없다는 것이 우주 질서인 인과관계이다.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살고 말아 버린다면 누가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현재는 과거의 연속이고 미래는 현재의 지속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내게는 나 자신의 현존재를 미래로 이어 나가게 할 책임이 있다. <인과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
그러니 자기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곧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다. 외부적인 현상이나 환경도 자기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연기의 이론이다. (<사실을 위증한 과보> p.203)

무상이라는 말은 단순히 덧없고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생겨나고 없어지고 변화하면서 잠시도 같은 상태로 머물지 않음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무상이라는 말의 본뜻은 변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오히려 큰일이 벌어질 것이다. 변하기 때문에 거기에 가능성이 있다. 변하기 때문에 창조적이고 의지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얼마든지 고쳐 나갈 수 있다. 육신의 무상함을 알고 침울해 할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살지 말고 날마다 거듭나면서 후회 없이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산이나 바다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p.66)

죽음은 과일 속에 들어 있는 씨앗처럼 삶과 함께 살아간다.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생에 대한 깊은 존경과 성실성도 잃지 않을 것이다. 생명이 지닌 밝고 아름답고 선량한 가능성을 일깨우지 않고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살아간다면, 풀을 뜯다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이 교훈에서, 우리는 새삼스럽게 ‘오늘의 나는 무엇인가’를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나는 하루하루를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내가 지니고 있는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내가 허락받은 목숨은 가뭄으로 잦아드는 논물 같다고 했다. (<목자가 소를 몰고 가듯> p.57)